전국 널리 사용하는 공법으로
과도한 입찰제한 아냐
법원, 동대표 해임 결의 ‘무효’

대전지방법원 제11민사부(재판장 신혜영 부장판사)는 최근 대전 서구의 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감사, 총무이사, 동대표 등 4명이 자신들의 해임결의에 실체적·절차적 하자가 있어 부당하다며 이 아파트 입대의를 상대로 제기한 동대표 해임결의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판결을 내렸다.

회장 A씨, 감사 B씨, 총무이사 C씨, 동대표 D씨는 지난 2019년 6월부터 올해 5월 말까지의 임기로 선출된 입대의 구성원이다.

이들은 지난해 3월 입대의 회의에서 아파트 균열보수 및 도장공사의 입찰참가제한 조건으로 K사의 균열보수 특허공법을 채택하기로 결의하고, 회의에 참석한 10명의 동대표 중 원고 4명과 또 다른 동대표 3명 등 총 7명이 입찰제한 결의에 찬성했고, 또 다른 동대표 1명은 반대, 1명은 기권, 1명은 보류 의사를 표시했다.

이후 지난해 4월 초순경 이 아파트 입주민 중 한 명이 ‘입찰제한 결의가 공동주택 관리규약에서 정한 입찰의 공정성을 훼손했고, 아파트 장기수선충당금의 낭비로 입주자의 손해를 초래했다’며 주택관리업자 및 사업자 선정지침 등을 근거로 ‘입찰 및 계약 시 금지해야 할 사항’에 해당한다는 해임사유를 제시하며 원고들에 대한 동대표 해임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요청했다. 

이에 선관위는 이들에 대한 해임투표를 실시, 동대표 3명에 대한 해임결의는 부결되고, A, B, C, D씨에 대한 해임만 결의됐다.

이에 A씨 외 3명은 특허공법을 입찰제한 조건으로 정한 사실만으로 위 결의가 입찰의 공정성을 훼손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해임결의는 해임사유가 부존재하는 실체적 하자가 있어 무효고, 이 해임투표는 관리규약에 따라 1세대의 주택을 2인 이상 공유하는 경우 사전에 의결권을 행사할 1인을 선임해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는데, 이들에 대한 서면 통보 없이 이뤄진 투표수를 제외하면 해임결의 정족수에 미달돼 절차적 하자가 존재한다며 입대의를 상대로 동대표 해임결의 무효확인청구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이에 대해 입대의는 “이들의 임기가 올해 5월 말로 종료돼 동대표 자격을 상실하게 되므로 현실적인 소의 이익이 없고, 원고들이 K사에 혜택을 주기 위해 사전에 이를 정해놓고 구체적인 논의 없이 조건부 찬성 의견도 찬성의견에 포함시켜 입찰제한 결의를 강행했으므로 이는 입찰의 공정성을 훼손한 것으로 해임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공사에 대해 입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설명회를 거친 후 논의하기로 하는 입대의 의결사항을 지키지 않았으므로 이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해 해임사유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우선 원고들의 임기가 아직 만료되지 않은 이상 해임결의는 원고들의 현재의 권리 또는 법률상의 지위에 대한 위험이나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할 것이므로 이들이 이를 제거하기 위해 해임결의의 무효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어 “입대의가 이들의 해임사유로 주장하는 ‘입찰의 공정성을 훼손한 때’라 함은 입찰정보의 제공에 준할 정도로 입찰의 공정성을 훼손할 구체적인 위험이 발생했거나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한정된다고 봄이 타당한데, 이들의 입찰제한 결의는 입찰의 공정성을 훼손한 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그 이유로 ▲K사의 특허공법 사용자격은 전국 91개, 대전지역에서만 20개의 회사가 보유하는 등 다수의 회사가 특허공법으로 공사할 자격을 보유하고 있어 원고들이 이 특허공법을 입찰의 조건으로 정한 자체만으로 K사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거나 어떤 혜택이 부여된다고 보기 어려운 점 ▲2019년 균열보수 및 도장공사를 시행한 대전지역 아파트 47개 단지 중 44개 단지에서 입찰제한조건의 하나로 이 특허공법을 정하고 있었고, 38개 단지가 이 특허공법을 채택한 점에 비춰보면 이 공법이 인근 지역에서 널리 인정받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이 공법에 대한 논의는 입찰제한 결의가 이뤄진 지난해 3월 입대의 회의와 그 이전 회의에서도 실제로 논의가 진행된 이상 그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았더라도 입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사정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는 점 ▲지난해 3월 입대의 회의에서 특허공법에 대해 찬성한 동대표 중 일부가 이 특허공법으로 결정할 경우 대량단면복구부분에 섬유보강재를 넣어서 공사 시방서대로 실시하도록 요청했고 이에 입대의 회장이 이를 약속한다고 기재돼 있어 실제 입찰 및 공사과정에서 이 조건도 고려될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이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입찰제한 결의를 강행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한 점 등을 들었다. 

입찰조건 결정 위한 적절한 절차 거쳐

이어 재판부는 “이번 공사에 대해 입주민의 찬반 의견을 구한 결과 전체 입주민 중 79.75%가 공사에 찬성했던 사실이 인정되므로 원고들이 입주민들의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쳤다고 보이며, 입대의 회장이 동대표들의 일부 의견에 대해 약속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는 사실에 비춰 원고들이 입대의 회의 이전에 특허공법의 입찰 조건 선정에 관한 설명을 들었다고 봄이 상당하고, 입대의가 설계·감리업체의 의견에 기속돼야 한다거나 그 의견과 달리 결정할 경우 별도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볼 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이들이 입찰제한 결의를 한 것이 계약의 목적을 현저히 넘어서는 과도한 제한을 금지하는 지침을 어겼다거나, 기존 입대의 의결사항을 어기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해임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면서 “해임결의는 관리규약에서 정한 해임사유가 존재하지 않았는데도 이뤄진 실체적 하자가 있으므로 절차적 하자가 있는지 여부를 살필 필요 없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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