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령한 돈으로 술 처먹냐’
회식서 동대표 횡령사실 발언
“공익 실현 위한 때・장소와 무관”
항소심도 입주민에 벌금 50만원

 

동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입주민이 항소심에서도 벌금형을 면치 못했다. 

수원지방법원 제4-1형사부(재판장 오재성 부장판사)는 경기 수원시 모 아파트 입주민 A씨에 대해 1심과 마찬가지로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이는 A씨가 상고를 포기하면서 그대로 확정됐다. 

공소사실에 의하면 입주민 A씨는 2017년 9월경 다수 입주민들이 모인 회식자리에서 ‘B씨가 아파트 기금 횡령한 돈으로 술 처먹냐’고 소리쳐 공연히 사실을 적시해 B씨의 명예를 훼손했다. 

1심 법원은 지난해 6월 “A씨는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거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라고 주장하나, A씨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고 볼 수 없고 오히려 피해자 B씨를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주된 목적으로 보인다”며 A씨 주장을 배척했다. 

그러자 A씨는 항소를 제기하며 “자신의 발언은 동대표의 비위행위를 적시해 동대표들의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것일 뿐 사적인 이해관계 없이 이뤄진 것으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다”며 거듭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법원의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먼저 “피해자가 임차인대표회의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공금을 횡령했고, A씨가 피해자의 동대표 당선의 효력에 이의를 제기해 왔으므로 A씨의 발언이 공공의 이익과 전혀 관계없이 이뤄졌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A씨의 주요한 목적이나 동기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피해자를 비난하는 것이었다고 보고 A씨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다”고 못 박았다.

이에 대한 근거로 재판부는 A씨의 고소로 피해자가 횡령죄로 처벌받았고, A씨의 성추행 처벌 전력을 지적하는 등 A씨와 피해자가 수년간 나쁜 관계로 지내온 점을 들었다. 

또한 피해자가 동대표로 당선돼 약 4개월이 지난 후 회식 장소에서 피해자의 과거 횡령 사실을 다른 동대표나 입주민들에게 밝히는 것이 동대표 선거에 관한 입주민들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려는 목적이었다고 볼 수 없고, 동대표 당선 효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이와 함께 A씨가 회식비용을 누가 어떻게 마련한 것인지에 대해 사전에 조사하지도 않은 채 피해자의 과거 횡령 사실을 언급하면서 ‘술 처먹냐’는 비속어를 사용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피해자 B씨는 2011년 5월경 임차인대표회의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재활용품 수거업체로부터 재활용품 수거·처리 계약에 따른 수거대금을 아파트 계좌로 지급받아 업무상 보관하던 중 3회에 걸쳐 합계 약 475만원을 인출해 생활비나 회식비 등의 용도로 사용함으로써 횡령 혐의로 기소돼 2014년 8월경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

피해자 B씨는 이후 2017년 5월경 동대표에 선출됐으나 아파트 관계자들 사이에서 선거의 적법 여부가 논란이 됐고, 관리사무소장은 동대표 선거가 불법이라는 취지의 공문을 선거관리위원장에게 발송하기도 했다. 피고인은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피해자의 동대표 당선이 무효라고 주장해왔으며, 같은 해 9월경 이뤄진 입주민들 회식은 임차인대표회의, 노인회, 부녀회, 통·반장 등의 주도로 관리규약 개정 등을 안건으로 한 주민총회 개최 이후 열린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부는 “A씨가 공공 이익의 실현과는 별다른 관련이 없는 때와 장소에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다는 목적을 내세워 피해자의 과거 횡령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했으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재판부는 이 같은 항소이유 판단에 앞서 “A씨는 지난해 9월 수원고등법원에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제추행)죄로 징역 1년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판결이 확정됐다”면서 “원심 판시 명예훼손죄는 판결이 확정된 죄와 경합범 관계에 있어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 형평을 고려해 형을 선고해야 한다”며 직권으로 원심을 파기했으나 최종 결론은 벌금 50만원으로 1심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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