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전후론 이의 없었고 다른 직장에 취업해 근무”

수원지방법원 제8민사부(재판장 이동식 부장판사)는 최근 인천의 모 아파트에서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한 A씨가 자신이 정당한 사유도 없이 입대의와 위탁사에 의해 부당하게 해고됐다며 부당해고 기간 동안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취지로 제기한 항소심에서 A씨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위탁관리업체인 B사는 지난 2013년 12월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와 위·수탁 계약을 체결했으며, A씨는 2013년 11월 중순 B사와 계약기간 2012년 11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으로 근무하기로 하는 내용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근무를 시작했다. 근로계약은 2014년 한차례 갱신됐다.

이 아파트 입대의는 2015년 1월경 A씨에게 업무범위에 관한 견해차이 등을 들어 A씨를 포함한 일부 직원들이 교체됐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밝혔고, 이에 A씨는 같은 해 1월 말경 개최된 입대의 정기회의에 출석해 “입대의는 정당한 사유와 적법한 의결이 있는 경우 직원의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 나에게는 교체 당할 만한 귀책사유가 없고, 내가 응하지 않는 한 본사는 사용자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므로 함부로 교체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입대의는 정당한 사유를 제시하고 입대의 의결을 거쳐 요구하면 B사에 사유를 소명하고 계속해 근무할지, 교체에 응하지를 결정하겠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될 경우 동대표가 이에 관한 민사적 책임을 지겠다는 문서를 B사에 제시하면 B사는 교체 또는 해임의 인사를 행할 것이고, 나는 그것을 수용할 생각이다”고 발언했다.

B사는 그 무렵 입대의로부터 소장과 일부 직원들이 교체됐으면 한다는 의견을 전달받고 A씨와 이에 대해 논의했고 A씨는 2015년 2월 입대의 회의에 출석해 ‘소장이 교체된다’는 취지로 발언했고 B사는 같은 달 A씨의 후임자 면접을 진행해 새로운 소장을 채용했다.

이후 A씨는 같은 해 3월 초 B사에서 퇴직했고 같은 날 B사로부터 3월분 급여 약 81만원과 퇴직금 약 536만원을 수령했다.

하지만 A씨는 퇴직일인 2015년 3월로부터 약 2년 11개월이 경과한 후 “입대의는 관련 법령에 위반해 정당한 사유가 없을뿐더러 적법한 의결을 거치지도 않은 채 B사에 자신을 교체할 것을 압박해 직원인사에 부당하게 간섭했으며, B사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채 자신을 부당해고했으므로 둘은 연대해 부당해고 기간 동안의 임금과 연차수당, 퇴직금 차액 등 약 3,2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입대의와 B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B사는 “A씨가 퇴직 당시 별다른 이의 없이 퇴직금 등을 수령하고 다른 직장에 취업해 근무하다가 그로부터 약 2년 11개월 후에 당시 퇴직이 부당해고임을 전제로 소를 제기한 것은 신의칙 및 실효의 원칙에 위배돼 허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이에 재판부는 “B사로서는 소 제기 무렵에는 A씨가 퇴직의 효력을 인정하고 이를 더 이상 다투지 않을 것이라고 신뢰할 만한 정당한 기대를 갖게 됐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입대의가 소장 교체를 희망한다는 의견을 밝혔고 이후 A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음에도 퇴직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 “하지만 B사가 어떤 방식으로 A씨에 퇴직을 권유 내지 종용했는지, 그 과정에서 A씨가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등을 확인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후 A씨가 2015년 1월 말경 입대의 정기회의에 출석해 입대의에 대해 소장 교체의 부당성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서 실체적 및 절차적 요건을 충족시키거나 민사상의 책임을 부담하겠다는 취지의 문서를 제시하라고 요구하기는 했으나 이 같은 A씨의 요구 내지 이의제기는 관리사무소 일부 직원 및 입대의 구성원들만이 참석한 자리에서 이뤄진 것으로 그것이 B사에 전달됐다고 볼 만한 자료 역시 전혀 없다”면서 “이의제기 내용에 따르더라도 A씨는 입대의가 실체적 및 절차적 요건을 충족한 다음 B사에 의견을 전달하면 그에 관해 구체적으로 다투고, 그렇지 않고 입대의의 일부 구성원들만이 민사상 책임을 지겠다는 문서를 제시하면 B사의 처분을 수용하겠다는 것인 바, A씨로서는 추후 입대의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생각으로 B사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채 퇴직권유를 받아들였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B사를 상대로 퇴직을 전후해 그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이를 다투고 있었다고 볼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없고, A씨가 회사로부터 퇴직금 등을 수령할 당시에도 아무런 이의의 유보나 조건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달리 상당한 이유가 있는 상황에서 퇴직금을 수령했다는 등의 반대사정을 인정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A씨는 2015년 6월에 다른 직장에 취직해 근무하는 등 퇴직을 전후해 B사에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다가 퇴직일로부터 약 2년 11개월이 경과한 후에 비로소 소를 제기했다”며 “그렇다면 퇴직이 부당해고에 해당해 무효임을 전제로 A씨가 B사에서 계속 근무했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 연차수당 및 퇴직금 차액의 지급을 구하는 A씨의 소는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금반언의 원칙에 반해 허용되지 않은 것으로 부적법하므로 B사에 대한 소를 각하한다”고 판결했다.

또한 “입대의가 A씨에 대해 소장 교체를 희망한다는 의견을 밝혔고, A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음에도 추가로 B사에 대해 동일한 의견을 전달한 사실은 인정되나 입대의의 구체적인 의견제시 방법이나 내용,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어떤 불이익을 가하겠다고 한 것인지 등을 확인할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는 이상 이 같은 행위가 직원 인사 및 노무관리에 관해 의견을 제시하는 행위를 넘어서 부당하게 간섭하는 행위로서 A씨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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