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의 측 손배 청구 ‘기각’
횡령 관한 무죄 취지의 대법원 파기환송 반영한 듯
“당시 관리규약상 잡수입 입대의 귀속 규정 없었다”

아파트 부녀회장이 잡수입 관련 횡령으로 기소돼 하급심에서는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대법원이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을 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았고, 형사사건과 함께 2017년에 제기돼 1심 법원에서 계류 중이었던 민사소송도 아파트 측 패소로 확정됐다. 

부산지방법원 민사2단독(판사 김영민)은 최근 부산의 모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가 당시 부녀회장 L씨와 부녀회를 상대로 제기한 총 1억2,7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입대의의 청구를 모두 기각해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해당 아파트 입대의는 “구 주택법령 및 아파트 관리규정에 의하면 아파트 잡수입금은 해당 연도의 관리비 예산총액의 100분의 2 범위에서 예비비로 처분하고, 남은 금액은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하며, 관리주체인 관리사무소장 등에 의해 관리돼야 함에도 L씨는 2010년 12월경부터 2014년 12월경까지 아파트 잡수입금 약 7,170만원을 횡령했고, 부녀회는 입주민의 공동이익을 위해 사용될 수익금 약 3,920만원을 입대의에 반환하지 않고 약 1,570만원을 임의로 인출했다”면서 이를 모두 반환하라며 2017년 7월경 소를 제기했다. 

부녀회장 L씨는 이와 관련해 횡령죄로도 기소돼 원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으나, 지난 1월 대법원이 이를 뒤집어 ‘다시 심리하라’며 원심 법원으로 돌려보낸 바 있다. <관련기사 제1208호 2021년 3월 10일자 게재> 이후 지난 15일 부산지법에서 첫 공판이 열렸으며, 다음 공판기일은 오는 5월 25일로 예정돼 있다. 

횡령 사건에 대한 무죄 취지의 대법원 판례가 나오자 민사소송이 진행 중인 법원은 이를 반영해 입대의의 손해배상 청구 주장을 일축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에 의하면 이 아파트 부녀회는 1997년경부터 2014년 12월경까지 입주민들이 내놓은 재활용품의 처리·판매업무, 단지 내 세차업자의 선정 및 계약, 게시판 광고 수주, 장터 및 바자회 개최 등의 활동을 지속했다. 또 이 같은 공동주택 관리활동으로 인해 취득한 수입을 입주민들을 위한 경로잔치 비용, 실버대학 지원비용, 장학금 등으로 자체적으로 지출해 왔고 이에 대해 입대의는 아무런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 

특히 2004년 12월경 제정된 이 아파트 관리규약에는 부녀회 설립과 지원에 관한 규정을 두지 않았고, 부녀회를 자생자치단체로 칭하면서 ‘공동주택 관리와 관련 있는 부녀회의 운영기준’을 입대의 의결사항으로 한 규정만을 뒀다. 

2010년 11월경 시행 중이던 이 아파트 관리규약 제60조 제2항에서는 ‘구 주택법 시행령 제55조 제2항에 따른 잡수입으로 인해 발생한 당기순이익은 영 제58조 제1항에 따른 예산이 부족한 관리비의 지출에 충당하기 위해 해당 연도의 관리비 예산총액의 100분의 2 범위에서 예비비로 처분하고, 잔액은 장기수선충당금으로 적립한다’고 규정돼 있었다. 

법원은 “잡수입은 공동주택 관리주체가 공동주택을 관리하면서 발생한 것으로서 그 수입이 입주자들 전체에 귀속되는 것이어야 하므로 단지 내 시설의 이용과 운영으로 발생하는 모든 수입이 일률적으로 주택법 시행령과 아파트 관리규약이 정한 잡수입 항목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고, 단지 내 시설의 이용과 운영으로 발생하는 수입 중 입주자들 전체에 귀속되는 수입에 한해 잡수입 항목에 포함된다”고 관련법리에 대해 전제했다. 

이 같은 사실들을 토대로 “부녀회는 최소한 회칙을 제정하고 조직을 갖춰 사회적 활동을 지속한 2005년 11월경부터는 입대의와 독립해 법인 아닌 사단으로서의 실체를 갖게 됐다”며 “부녀회가 그 구성원인 부녀회원들로부터 징수한 부녀회비는 부녀회원들의 총유재산이고, 관리규약이 부녀회의 공동주택 관리활동으로 인한 수입을 입대의 수입으로 귀속시키는 내용을 정한 바 없으며, 부녀회와 입대의 사이에 그 수입을 입대의에 귀속시키는 내용의 합의를 한 적도 없으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녀회의 공동주택 관리활동으로 인한 잡수입금 역시 법률원인인 관리활동의 적법 여부를 떠나 부녀회원들의 총유로 귀속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부녀회원들의 총유재산인 잡수입금이 구 주택법 시행령이 정한 잡수입으로서 입대의 소유로 의제된다고 볼 수도 없다”며 “부녀회비와 잡수입금이 입대의에 그대로 귀속되거나 입주민들 전체의 총유로 귀속된다는 전제에서 부녀회와 L씨를 상대로 부녀회비와 잡수입금을 법령상 정해진 용도 이외의 용도로 지출해 횡령했다거나 부녀회가 보관하는 금원에 대한 반환을 구하는 입대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결론 냈다. 

한편 이 같은 판결에 대해 법조계 및 공동주택 관리현장에서는 “현재의 규정으로선 있을 수 없는 판결”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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