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경숙 피살사건 1심 법원 판결선고
법원 “살인 목적 분명했고 범행도 미리 준비했다”
유족 “혐의 모두 인정됐는데 어떻게 구형 30년의 반만…납득 어려워 항소 계획”
선고 순간 방청석 곳곳서 탄식

 

故이경숙 소장을 살해한 L씨에 대해 징역 17년이 선고된 직후, 이경숙 소장의 언니 이씨는 본지와 KBS 등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형량이 낮아 충격이고 마음이 아프다”는 심경을 밝혔다.
故이경숙 소장을 살해한 L씨에 대해 징역 17년이 선고된 직후, 이경숙 소장의 언니 이씨는 본지와 KBS 등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형량이 낮아 충격이고 마음이 아프다”는 심경을 밝혔다.

 

지난해 10월 28일 인천 모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칼로 관리사무소장을 무참히 살해한 입주자대표회장 L씨. 관리현장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L씨가 1심 법원으로부터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인천지방법원 12형사부(재판장 김상우 부장판사)는 지난 15일 선고공판에서 故이경숙 소장을 살해한 피고인 L씨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불가침의 권리임에도 피고인으로 인해 피해자의 생명권이 박탈됐다”며 “피고인은 평소에도 별다른 증거 없이 피해자의 횡령을 의심하는 등 피해자를 괴롭혀왔고 결국 무참히 살해했으며, 자수한 이후에도 피해자로부터 사기를 당했다고 진술하는 등 범행 원인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면서 “피해자는 극심한 고통 속에 비참히 생을 마감했고 유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줬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피고인이 사용한 과도는 사람을 살해하기 충분한 도구로 이를 미리 준비해 가 별다른 대화 없이 90초도 채 안 되는 짧은 시간 동안 수차례 찔렀고 특히 목 부위만 수차례 강하게 찌른 점, 관리사무소를 나와 태연히 신발 밑창과 과도에 묻은 피해자의 피를 닦은 점 등에 비춰 볼 때 살인이란 분명한 목적을 갖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사건 3일 전엔 변호사 등을 수회 검색해 통화를 시도했고, 사건 전날엔 평소 내원하던 병원에 방문해 약과 처방전을 받아 동생에게 전송하고 신변을 정리했다”며 피고인이 사전에 범죄를 준비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특히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회장 활동비 증액 및 자신을 집에 초대해줄 것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한 적 있는 등의 이유로 무시당했다고 생각했고, 피해자가 아파트 공금을 빼돌리고 피고인이 한 것처럼 서류를 만들어놨다고 생각해 화가 났다는 등의 진술을 한 점에 비춰볼 때 평소 피해자에 대한 분노를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피해자는 피고인이 관리사무소에 들어오자마자 CCTV 녹화 버튼을 눌렀다”며 피해자가 평소 피고인으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느껴온 정황도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자수했고 범행을 대체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점, 30년 전 폭력 범죄 이외 전과가 없는 점, 나이, 환경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유족 측은 “고의성이 인정됐음에도 당초 구형한 30년에 한참 못 미치는 17년이 선고돼 충격이고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항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피고인에 대해 징역 17년이 선고되는 순간 방청석 곳곳에선 짧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당초 검찰이 구형한 30년의 절반가량이 선고되면서 유족과 동료 주택관리사들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故이경숙 소장의 언니 이모씨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벌 받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25년도, 20년도 아닌 17년이라니 형량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며 “황당하고 억울함에 마음을 추스를 수가 없다”며 눈물을 참지 못했다.

이씨는 “판결문에서도 CCTV에 가해자가 어디를 칼로 찔렀는지, 몸 어디에 어떤 상처가 났는지 다 찍혔다고 했는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서 너무 힘들다”고 전했다.

故이경숙 소장의 오빠 역시 “그 일 이후 정정하던 노모에게 치매가 왔고 최근 심해졌다”며 “이 심정을 이루 말할 수 없고 판결이 너무 관대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침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엄벌 없다면 근로자 계속 위협 시달릴 것”

유족 측 변호를 맡은 정지숙·여보람 변호사(법무법인 산하)는 “혐의가 대부분 인정됐는데도 징역 17년이 선고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1년간 계속 괴롭힘이 있었고 계획적 살인까지 저지른 건데 그런 부분이 판결에 제대로 반영이 안 됐다”며 항소 등 대응을 시사했다.

이날 재판장에는 유족 이외에도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인천시회 회원 등 동료 주택관리사들과 취재진 등 많은 이들이 참석해 결과를 지켜봤다. 

공판에 참석한 강기웅 대주관 인천시회장은 “의도된 살인임에도 너무 낮은 형량이 나왔다”며 “이번 사건은 주택관리사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이자, 갑질이 재벌 아닌 일반 아파트 입주민에게도 해당하는 문제라는 인식을 다시금 일깨워준 사건”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유족 측과 협의를 통해 항소 일정에 맞춰 대주관 인천시회 차원의 엄벌촉구 시위 등을 전개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주관 본회 차원에서도 이번 판결에 대한 아쉬움을 전했다.

이선미 대주관 협회장은 “사법부가 이번 사건을 공동주택 관리 종사자들의 업무환경 전체가 위협받고 있는 단적인 사건으로 인식하지 못한 채 평이한 형량을 선고한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이번 살해사건이 발생하기 이전부터 법과 원칙대로 업무를 수행하려는 소장에 대해 일부 입대의·입주민들이 온갖 핑계로 해고를 종용하고 임금삭감을 요구해온 게 현실이며, 이에 대해 국민과 정부, 언론이 관심을 갖고 근본적인 재발방지책을 강구해야만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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