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해운대구 아파트 입주민들
신축건물 시공사 상대 ‘승소’
“빛 반사 시각장애 피해 상당”
‘햇빛 반사’ 아파트 가치 하락
대법원 첫 손해배상 판결

 

아파트 인근에 새로 건축된 건물의 태양광 반사로 인해 심리불안, 빛 반사 시각장애 등의 피해를 입었다며 가해 건물 시공사를 상대로 소송에 나선 아파트 입주민들. 이들이 최근 피해를 인정받아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대법원 제2(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최근 원고인 부산 해운대구 A아파트 입주민 B씨 등과 피고 H사가 동시에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양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며 원고 등에게 이 사건 건물의 외벽 유리에 반사된 태양반사광으로 인해 참을 한도를 넘는 생활방해가 있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고 결론 냈다.

앞서 H사는 A아파트의 남쪽 편으로 약 300m 떨어진 곳에 공동주택 3개동(지상 46~72층 규모), 호텔 1개동(33층 규모), 업무시설 1개동(9층 규모), 판매시설 1개동(3층 규모)으로 구성된 ‘H건물을 신축했다. 이 건물은 도시관리계획상 일반상업지역 내 위치하고 있으나, 저녁 무렵 햇빛이 건물의 외벽 유리에 반사돼 A아파트로 유입됐다.

B씨 등 원고들은 “H건물 외벽에서 반사되는 강한 햇살(경면반사)로 인해 각 세대별 너무 밝은 실내의 빛 때문에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이게 되고, 그로 인해 외부 경관을 바라보기 힘들게 됐으며, 불능현휘(이하 빛 반사 시각장애’) 및 시각적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등으로 주거생활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A아파트 가치가 하락했을 뿐 아니라 일사량 증가로 실내온도가 증가해 추가 냉방비를 부담하게 되는 손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앞선 2심 부산고법(재판장 박종훈 부장판사)은 원고들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참아내야 할 참을 한도를 넘는 피해를 입었다고 봤다.

2심 재판부는 피고는 H건물 신축 시 온열환경 개선을 위해 외장재로 로이 복층유리를 사용했는데 이는 일반적 복층유리(가시광선 반사율 16.8%, 전체적인 태양광 반사율 13%)에 비해 가시광선 반사율이 29.6%, 자외선 및 적외선을 포함한 전체적인 태양광선 반사율이 37.8%에 이르는 높은 반사율을 보이고 있다특히 H건물 중 북측 동의 북·서측 유리면은 표면이 거울과 같고 반사도가 높아 경면반사를 훨씬 많이 하게 되며, 더욱이 이 사건 각 건물의 외관은 큰 타원형을 이루고 있어 저녁 무렵 서쪽에서 들어오는 햇빛의 입사각과 반사각을 지속적으로 일치시켜 A아파트 일대에 빛 반사 시각장애 수준을 넘는 경면반사를 상당 시간 지속시켰다고 인정했다.

아울러 연간 빛 반사 시각장애 현상이 나타나는 일수가 적게는 31일에서 많게는 187일까지에 이르고, 연간 지속시간도 적게는 1시간 21분에서 많게는 83시간 12분에 이르며, 태양광이 가장 강력한 하지를 기준으로 한 빛 반사 시각장애 지속시간도 적게는 7분에서 많게는 1시간 15분까지에 이르고, 유입되는 빛의 휘도도 높게는 빛 반사 시각장애를 초래하는 최소 기준치의 2,800배에 이른다“H건물의 외벽 유리에 반사돼 A아파트로 유입되는 강한 햇빛으로 인해 수인한도를 넘은 침해를 입고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하며 A아파트 측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법원이 인정한 A아파트 가치하락액은 빛 반사 시각장애 발생 1시간당 1%’. 다만 H사가 공법상 규제를 위반하지 않은 점, H건물 건축지역이 일반상업지역으로서 일조시간에 관한 공법적 규제가 없는 점, 경면반사로 인한 주거환경 침해는 일조권 침해와 달리 그 정도가 상대적으로 경미한 점, 수인한도 내의 부동산 가치하락은 침해받는 입주민이 감수해야 할 부분인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범위를 부동산 가치하락 추정치의 80%와 위자료로 제한했다.

A아파트 측이 주장한 냉방비 증가분 손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세대수, 냉방시설, 실제 냉방기간에 따라 냉방비 증가액이 달라지는 점 등을 고려하면 냉방비용 추정치를 입주민들이 입은 실제 손해라고 곧바로 인정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입주민들이 장래(향후 45년간)까지 A아파트에 거주하리라 보장할 수 없는 점, 경면반사로 인해 일률적으로 냉방비가 증가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냉방비 등 주거비 상승은 결국 A아파트 시세하락으로 인한 재산상 손해로 반영되는 점 등을 참작해 인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러한 2심 판결에 대해 H사와 A아파트 측 모두 상고를 제기했다.

H사 측은 피해가 참을 한도를 넘는지 를 판단하는 데 있어 태양반사광이 A아파트에 유입되는 강도와 각도, 유입 시기와 시간, 피해건물의 창과 거실 등 위치에 따른 피해의 성질과 정도, 피해이익의 내용, 가해건물 건축 경위 및 공공성, 이격거리, 공법상 규제 위반 여부, 건물이 위치한 지역의 용도와 이용현황, 피해 최소화 조치와 손해회피 가능성, 토지 이용의 선후관계, 교섭경과 등이 종합적으로 고려되지 않은 점에 대해 이의를, A아파트 측은 H사의 책임을 80%로 제한하고 정신적 고통에 관한 위자료를 100만원 내지 300만원으로 인정한 점, 냉방비용 손해를 인정하지 않은 점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3심 재판부는 태양반사광으로 인한 생활방해가 참을 한도를 넘었는지 판단할 때 태양반사광의 강도와 유입시간은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될 뿐만 아니라 그 밖의 모든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더라도 원고 등에게 참을 한도를 넘은 생활방해가 있었다고 본 원심의 결론은 정당하다면서 원심이 정한 손해배상 범위도 자유심증주의 한계를 벗어나 사실을 잘못 인정하거나 위자료 산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없다며 양측 상고 모두를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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