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의무관리 대상 H아파트, 관리비 아끼려 소장 퇴사
소장업무 떠안고 주차문제 골치, 스트레스로 경비원 급성심장사
법원 “상당인과관계 인정된다”
근로복지공단 부지급처분 ‘취소’

 

소규모 공동주택으로 의무관리대상이 아닌 경북 구미시 H아파트에서 근무 중 사망한 경비원에 대해 법원이 근로복지공단의 판단을 뒤집고 업무상 재해라고 판결했다.

관리사무소장의 퇴사로 인해 본연의 경비업무 외에 추가적인 업무를 수행한데다 사망 일주일 전에는 이중주차 문제로 입주민으로부터 폭언을 듣는 등 과로와 스트레스가 사망의 원인이라고 본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제7(재판장 김국현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유족(배우자)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을 받아들여 원고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판결문에 의하면 H아파트에서 20092월부터 근무해온 경비원 J(사고당시 70)씨는 지난 2018911일 오전 11시경 의식을 잃은 채 경비실 의자에 앉아 있는 상태로 발견돼 119 구급대를 이용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급성심장사에 이르렀다.

소장 1, 경비원 2명의 인원으로 관리해온 이 아파트는 관리비 절감을 위해 20184월경부터 소장이 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입주민의 일상적인 유지관리보수 응대업무를 제외한 업무 즉 제초작업, 전지작업, 방역작업, 화단관리, 조경 등의 업무를 경비원의 업무로 추가했다.

재판부는 경비원 J씨는 차량통제, 주차관리, 택배물품 전달업무, 순찰, 재활용 분리업무 등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며, 그에 더해 소장 퇴직으로 본래 수행하지 않던 다양한 업무를 추가로 담당하게 됐다면서 근로복지공단은 평소와 달리 작업량이 크게 변동한 사항이나 업무관련 기타 특이사항은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고 주장하나, 수긍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경비원 J씨는 소장 퇴사로 인해 사망 직전까지 종전에 담당하지 않았던 업무를 추가로 담당해 작업량이 변동하는 등 과중한 부담을 겪던 중 사망했다특히 사망 일주일 전에는 이중주차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입주민에게 폭언을 들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소장의 퇴직으로 인한 추가 업무부담, 주차관리 과정에서 듣게 된 폭언 등으로 인한 업무상 과로, 스트레스가 경비원 J씨에게 심장동맥경화를 유발했거나 기존의 심장동맥경화를 급격히 악화시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추단된다며 경비원 J씨의 사망은 업무상 재해라고 판단했다.

원고 유족 측 법률대리인을 맡은 송은석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근로복지공단이 경비원의 부검결과 심장동맥경화증을 갖고 있어 기왕증에 의해 심장마비가 온 것이어서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고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을 했던 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에 대해 경비원이 사망하기 전 소장의 퇴직으로 소장의 업무 상당부분을 담당해 업무가 가중됐고, 사망 며칠 전 주차문제로 인해 입주민으로부터 폭언을 들은 사실을 입증해 심장동맥경화증이 있었더라도 과로, 스트레스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받아 업무상 재해 판결을 이끌어 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판결은 국토교통부에서 공동주택 경비원에게 허용 가능한 업무에 대한 구체적인 범위를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에 반영하기 위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어서 경비원의 업무범위를 정하는 데 있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