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중간점검

 

인천 연수구 M아파트. 별도 분리수거함이 없어 유색페트병, 일반 플라스틱 등과 혼합 배출된 투명페트병들.
인천 연수구 M아파트. 별도 분리수거함이 없어 유색페트병, 일반 플라스틱 등과 혼합 배출된 투명페트병들.

 

페트병의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제도가 시행 3개월째 접어들었다. 그간 환경부는 지속적인 홍보에 나서는 한편, 전국 시·군·구별 세대수 상위 5개 공동주택 총 550개 단지를 대상으로 제도의 현장 정착 여부를 점검했다. 그 결과 제도 시행 약 한 달째인 지난 1월 중순 조사대상의 88%인 485개 단지에서 별도 분리배출이 정상 시행되고 있다며 제도 정착에 ‘청신호’가 켜졌음을 알렸다. 

그러나 나머지 중·소규모 단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투명페트병 별도 수거함이 아직 마련돼 있지 않은 아파트가 다수고, 있어도 유색페트병이나 라벨이 부착된 페트병이 마구잡이로 섞여 있는 등 적절한 분리배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도 시행 3개월째
중・소규모 단지 혼합배출 여전 
별도 배출함 없는 곳 다수
강제성 없어 수거업체도 ‘미지근’
수거함 있어도 재분류 거쳐야

서울 양천구 S아파트는 현재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함이 마련돼 있지 않다. 제도 시행 초반 정부 방침에 따라 별도 배출함을 마련해놨지만 얼마 전 거치대를 도난당하면서 지금은 다른 플라스틱과 혼합 배출하는 실정이다.

S아파트 경비원 이모씨는 “재활용 수거업체에서도 별도 분리에 대해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그대로 수거하고 있다”며 “환경정책에 맞춰 별도 배출하는 게 맞지만 현재로선 강제성이 없다 보니 잘 지켜지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한다.  

경기 광명시 M주상복합아파트와 인천 연수구 M아파트, D아파트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투명페트병 배출함이 따로 없는 분리수거장엔 라벨이 그대로 붙은 페트병들이 일반 플라스틱과 뒤섞여 배출되고 있는 상황.

인천 연수구 M아파트 입주민 이모씨는 “그런 정책이 시행된단 건 알고 있었지만 아직 별도 배출할 수 있는 수거함도 없고 별다른 안내도 없어서 그냥 다른 플라스틱과 섞어서 배출하고 있다”며 “인근 단지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한다.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함이 마련돼 있어도 정상적인 분리배출이 이뤄지지 않는 건 매한가지. 유색페트병과 일반 플라스틱류가 섞여 있는 건 기본이고, 투명페트병의 올바른 분리배출을 위해선 ‘내용물 비우기’, ‘라벨 제거하기’, ‘찌그러트리기’가 선행돼야 하지만 이를 지키는 경우를 찾긴 어렵다. 

경기 시흥시 H아파트. 별도 분리수거함을 설치해놨지만 별도 수거함이 없는 단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경기 시흥시 H아파트. 별도 분리수거함을 설치해놨지만 별도 수거함이 없는 단지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경기 시흥시 H아파트 입주민 김모씨는 “며칠 전 재활용쓰레기를 버리러 갔다가 투명페트병과 갈색 맥주페트병 등 유색페트병이 뒤섞여 있는 걸 보고 위쪽에 있는 것만이라도 직접 분리하고 왔다”며 “엘리베이터와 재활용수거장에 눈에 확 띄도록 큰 문구를 붙여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 영등포구 P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는 앞선 아파트들에 비해 비교적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이 잘 이뤄지고 있었으나, 정상 배출된 투명페트병 사이에서도 라벨을 제거하지 않은 페트병이나 내용물이 일부 남아 있는 페트병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 같은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기 양주시 K아파트 관리사무소장 고모씨는 “현재 경비원들이 눈에 띄는 부분이라도 조금씩 정리하고 있지만 이 역시 한계가 크다”며 “경비원이 분리수거장에 상주하며 적정 분리배출 여부를 확인하거나 안내할 수 없기도 하고, 무엇보다 입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가장 중요한 문제인 만큼 제도 정착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고 설명했다.

 

제도 정착 기간 6월까지… 현장선 “자원관리도우미 필요”

‘자원도우미 채용’ 지자체로 이관 환경부 “5월 공동주택 배치 예상”

환경부는 오는 6월까지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제도 정착 기간을 가진다. 그러나 현장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앞으로 남은 3달여 기간 동안 제대로 정착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특히 아직 별도 수거함이 마련되지 않아 제도를 인지하고 있음에도 참여하지 못하는 아파트 단지가 적지 않음에 따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아파트 단지 곳곳에 재활용품 분리배출 안내문을 붙여놨지만 아직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정착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아파트 단지 곳곳에 재활용품 분리배출 안내문을 붙여놨지만 아직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정착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비교적 별도 분리배출이 잘 이뤄지고 있는 서울 영등포 P주상복합아파트. 그러나 라벨이 그대로 붙어있거나 내용물이 남아 있는 페트병도 함께 섞여 있다.
비교적 별도 분리배출이 잘 이뤄지고 있는 서울 영등포 P주상복합아파트. 그러나 라벨이 그대로 붙어있거나 내용물이 남아 있는 페트병도 함께 섞여 있다.

 

K아파트 소장 고모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약 4개월간 한국환경공단 자원관리도우미가 파견됐는데 투명페트병 제도 시행 초기 이들이 별도 배출함을 마련하고 입주민들에게 별도 배출 방법 등을 안내했던 것이 올바른 분리배출에 주효했다”며 “자원관리도우미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분리수거에 차이가 큰 만큼 투명페트병 제도가 안착할 때까지 이들의 배치가 필수적이라 생각한다”고 의견을 내놨다.

앞서 환경부는 지난달 공동주택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실태 점검에 나서는 한편 자원관리도우미 배치를 지속 추진키로 한 바 있었다.

자원관리도우미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환경부 생활폐기물과는 “올해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 제도 등의 안착을 위해 자원관리도우미 지원 예산을 확보 중이고 관련 업무를 한국환경공단에서 지자체로 이관한 상태”라며 “공동주택 배치 시기는 5월쯤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환경부 자원재활용과는 “투명페트병 별도 분리배출과 관련해 공동주택 현장점검 및 이달 말까지 전국 의무관리단지 1만7,000여 개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다음 달 초쯤 조사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며 “자원관리도우미 배치 등 여러 대책을 적극 추진 중인 만큼 제도 정착률도 점차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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