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규칙상 징계절차 위반
중노위 재심판정 취소
‘부당해고’ 1심 옳다
항소심도 소장 승소 판결

자치관리를 하고 있는 경기 고양시 B아파트에서 2012년 5월부터 약 6년 동안 근무하다 입주자대표회의로부터 해고를 당한 P관리사무소장에 대해 2심 법원도 1심과 마찬가지로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2018년 6월경 입대의로부터 해고통지를 받은 P소장은 경기지방노동위원회 및 중앙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경기도회 고충처리위원회의 소송비용 지원을 받아 중노위를 상대로 ‘재심판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 지난해 5월 중노위의 재심판정을 뒤집고 ‘부당해고’ 판결을 받은 바 있다. <관련기사 제1172호 2020년 6월 3일자 게재>

1심 서울행정법원은 “B아파트 취업규칙에 의하면 인사위원회는 임원(자치관리 시 관리사무소장을 포함한 동별 대표자 임원)으로 구성하고 사원의 징계를 심의 결정하며, 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결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P소장에 대한 징계를 위해서는 입대의 임원인 회장, 감사, 이사로 구성된 인사위의 심의·결정이 필요함에도 임원 외의 동별 대표자가 구성원으로 포함된 입대의에서 이뤄졌으므로 P소장에 대한 해고는 취업규칙에서 정한 징계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절차상 하자로 부당해고”라며 중노위의 재심판정을 취소했었다.

이에 대해 입대의 측(피고 보조참가인)은 항소이유를 통해 “자치관리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관리주체로서의 지위도 겸유하고 있다”면서 “P소장은 입대의 의결로 선임 또는 해임되고, 자치관리기구(관리사무소)의 대표자로서 자치관리기구의 직원에 대한 임용 및 징계의 주체가 되는 것이지 그 대상이 아니어서 취업규칙 적용대상자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지난 5일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제10행정부(재판장 이원형 부장판사)도 P소장의 손을 들어줬다. 

2심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참고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형식이 고용계약인지 위임계약인지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근로제공자가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때 종속적인 관계인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제공자가 이에 구속받는지 ▲근로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해 업무를 대행하게 하는 등 독립해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근로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고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해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했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해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해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

 

징계 결정권 없는 자가 해고 ‘절차상 하자’

재판부는 관련 법리를 토대로 “P소장은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입대의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라고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P소장은 입대의와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근로자로서 취업규칙을 성실히 준수할 것을 서약하고, 계약서에 명기되지 않은 사항은 근로기준법 등과 취업규칙에 따르기로 약정한 점 ▲근로계약상 지정된 근무장소, 근로시간, 업무형태에 따라 근무하기로 약정한 점 ▲입대의로부터 고정급여를 지급받았고 급여에서 근로소득세 및 4대 보험료 등이 원천징수된 점 ▲공동주택관리법령상 관리주체인 소장의 지위에서 관리업무를 집행했으나, 입대의로부터 업무에 관한 지휘·감독을 받은 점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공동주택관리법령에 기해 소장이 입대의에 의해 선임 또는 해임되고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부담함을 이유로 곧바로 P소장과 입대의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그 계약을 근로계약과 위임계약이 혼합된 계약으로 봐 P소장이 입대의에 대해 수임인 지위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거나 P소장이 취업규칙 적용을 받지 않아 취업규칙상 정해진 징계절차와 무관하게 입대의 의결만으로 곧바로 해임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입대의가 취업규칙상 징계절차를 준수했는지를 살폈으나 ‘절차상 하자’가 드러났다. 

이 아파트 취업규칙에는 해고를 하려면 입대의 임원으로 구성한 인사위에서 심의·의결해야 함에도 동대표들로 구성된 입대의에서 P소장에 대한 해고가 이뤄졌기 때문. 그러자 입대의 측은 동대표에게 인사위 위원 자격이 없더라도 동대표가 의결권을 행사한 것이 P소장에게 불리한 사정이 됐다거나 위법하진 않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재판부는 “징계심의·의결권을 갖지 않는 제3자가 징계심의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한 것 자체로 절차상 하자는 넉넉히 인정된다”고 못 박았다. 또 “입대의는 2018년 6월경 여러 안건 중 하나로 P소장에 대한 징계심의·의결을 위한 ‘징계위 개최’건을 처리해 징계의결을 한 후, 다음날 곧바로 해고를 통지함으로써 P소장에게 이의신청 기회 및 소명자료 준비 기회를 부여하지도 않았다”며 취업규칙 위반 사실을 인정했다. 

이에 따라 “P소장에 대한 해고는 취업규칙상 징계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절차상 하자가 있어 더 살펴볼 필요 없이 무효”라며 부당해고로 결론 냈다. 

P소장의 법률대리인 한영화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입대의와 소장 사이에 체결된 근로계약의 내용에도 불구하고 그 계약을 근로계약과 위임계약이 혼합된 계약으로 봐 소장이 입대의에 대해 수임인 또는 수임인과 유사한 지위에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거나 소장이 취업규칙 적용을 받지 않는다거나 취업규칙상 정해진 징계절차와 무관하게 입대의 의결만으로 곧바로 해임될 수 있다고 볼 것은 아니라고 판시한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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