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세 최윤석 주택관리사
지난달 31일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은행 마을1단지 입주민 이정태 씨는 아파트를 위 해 6년간 최선을 다하고 은퇴하는 최윤석 관리사무소장에게 대표로 감사장을 전했다. 아파트에서의 긴 인생 여정을 마무리하는 최 소장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더 전하고 싶 어 입주민들과 함께 만든 거였다. 최 소장은 올해로 82세. 제4회 주택관리사로서 총 24 년간 소장으로 근무하며 아파트와 긴 세월 을 함께했다. 이정태 씨는 “20여 년 오래된 아파트라 모든 면에서 그리 넉넉지 않은 환경이었지 만 최 소장은 매사 성실하고 고운 심성과 매 너,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아파트를 잘 관리 해줬다”고 감사를 전한다. 이 아파트 현금석 경비반장도 최 소장을 최고의 리더라 추켜 세우며 애정을 감추지 않았다. 최윤석 소장은 “오히려 입주민들, 함께 일 해온 직원들로부터 받은 것이 너무 많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는 “주택관리사는 참 멋진 직업이더라”고 말한다.
▲은퇴를 축하합니다. 그동안 고생 많 으셨습니다. 입주민과 직원들이 소장님의 은퇴를 많이 아쉬워합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은 행마을1단지에서의 6년간 입주민들, 직원 들과 함께 쌓아온 마음들을 생각하면 나 역시 많이 아쉽고 섭섭합니다. 한 아파트 에서 몇 년씩 근무하는 게 사실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래도 몇 년씩 함께할 수 있었 던 건 입주민들의 존중과 배려, 직원들 간 잘 통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무사히, 그리고 평온하게 마무리할 수 있 도록 애써준 모두에게 너무나 감사합니다.
▲지난 24년간 관리사무소장으로서 소회가 궁금합니다.
지난 24년간 총 5곳의 아파트를 거쳤습 니다. 10년을 보낸 곳도 있고 2년을 보낸 곳도 있고, 기간과 상관없이 모두 내겐 소 중한 인생 경험과 기억을 안겨준 곳들입니다. 군 장교 등 몇 개의 직업을 거쳐 쉰여덟, 조금 늦게 갖게 된 직업이 주택관리사 인데 내게 천직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더 최선을 다했던 것 같습니다. 아침 7시 부터 경비반장과 순찰하며 입주민들을 만나 담소를 나누고,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 이 직접 매만지며 아파트를 돌봤습니다. 근무하는 동안 조경기능사 자격증도 땄습니다. 애정이 있으니 뭐든 책임감 갖고 도전하게 되더라고요.
▲어려운 일들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버티게 해준 힘이 있다면?
관리사무소장에게 입주민 민원은 숙명 같은 겁니다. 특히 예전엔 아파트 직원들 을 존중해야 한다는 인식도 덜하다 보니 힘든 일들을 좀 더 겪었습니다. 아파트 수목관리를 위해 나무를 잘라놓으니 “나무 다 죽인다”며 항의하는 일도 많았고. 하지만 사람은 사람에게서 치유 받는다고, 소장과 직원들의 마음을 보듬고 이해해주는 입주민들도 있었습니다. 어딜 가서 어떤 일을 하나 사람 사이의 일은 참 어렵지 않습니까. 좋은 이유로 참고 버티다 보니 나중엔 날선 말을 하던 입주민도 나를 이해 해주는 때가 오더라고요.
▲소장으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가치가 있다면?
입주민에겐 정직함, 성실함, 근면함을, 그리고 직원들에겐 존중과 이해를 보여주 자는 게 늘 첫 번째였습니다. 사실 주택관리사의 매력이 여기에 있습 니다. 내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만 잘 지켜 가며 열심히 하면 정년 없이 일할 수 있는 것. 늦게 시작한 나도 했는데 후배 주택관리사들은 더 잘 해낼 수 있을 거 라 생각합니다. 주택관리사는 멋 진 직업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개개인이 중시하는 가치를 오랫 동안 지켜나가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함께한 입주민들과 직원들에 게 전하고 싶은 말은?
지난 24년간 아파트에서 근무하며 자녀들 잘 키우고 인생의 한 부분을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힘든 일 기쁜 일 함께 겪어준 모든 이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 다. 특히 은행마을1단지에서의 마지막 6년은 더욱 소중하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어떤 일을 하든 믿고 아낌없이 지지해준 입주민들, 서로 존중하며 의 지할 수 있게 곁을 내준 직원들, 어깨를 두드려준 동료 주택관리사들 모두 인생의 소중한 보물들입니다. 앞으로도 이들이 행복 하게 살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아파트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