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A시스템 김소중 대표

 

       

실용성 높은 깔때기를 개발하기 위해 여러 형태의 깔때기를 만들며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4A시스템 김소중 대표
실용성 높은 깔때기를 개발하기 위해 여러 형태의 깔때기를 만들며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4A시스템 김소중 대표

 

올봄, 아파트 재도장 공사 시즌을 앞두고 비산 저감장치인 ‘깔때기’ 시장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참신한 형태의 깔때기를 선보인 업체가 있어 눈길을 끈다. 원형 대신 세로로 길쭉한 육각형 깔때기에, 아랫부분엔 외부로 흘러내리는 잔여 페인트를 잡아줄 작은 통이 달렸다. 깔때기 내부에도 잔여 페인트를 최소화할 특수한 장치가 장착됐다. 그럼에도 무게는 100g 남짓. 이를 개발한 4A시스템 김소중 대표는 “와류 현상으로 인한 잔여 페인트 흘러내림과 고르지 않은 분사, 시야 가림 등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총 15종류의 깔때기를 설계해 수백 번 실험했고 이것이 그 최선의 결과물”이라고 자신 있게 이야기한다.

 

도장면 시야 확보하고 페인트 흘러내림 최소화
실험 모델만 15가지 최적의 기술 개발 ‘특허’

“직접 고심에 고심 거듭” 기술에 대한 자부심의 근거

 

깔때기 내부 회오리 만드는 복병 ‘와류’

김소중 대표가 이번 ‘공동주택 도장방식에 관한 고시’에서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저감설비 내부에 도료가 축적돼 외부로 흘러내리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설비 초반 실험 결과 깔때기에서 흘러내리는 잔여 페인트양이 의외로 적지 않기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깔때기를 단순히 바람 등에 의해 흩날리는 소량의 페인트를 막는 장치로 생각했기 때문에 내부에 축적되는 페인트양도 소량일 것으로 예상했다”며 “그러나 실제론 축적되는 페인트양이 만만찮았고 깔때기 내벽과 테두리를 타고 내려와 금세 뚝뚝 흘러내릴 정도였다”고 설명한다.
김 대표는 이의 원인을 ‘와류’로 짚었다. 와류는 유체 흐름의 일부 교란으로 인해 본류 반대 방향으로 소용돌이치는 현상으로, 흔히 비행기 날개 앞부분에서 공기가 직선으로 들어오다 끝부분에서 공기가 심하게 교란돼 소용돌이처럼 변하며 흔들리는 것을 예로 든다.
이러한 와류 현상은 깔때기 내부에서도 발생한다. 페인트를 높은 압력으로 분사하면 깔때기 끝부분에서 와류(회오리) 현상이 심하게 발생, 페인트 비산량이 오히려 늘어나고 이로 인해 깔때기 내부 경사를 타고 흘러내리는 페인트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4A시스템이 새롭게 개발한 페인트 비산 저감설비
4A시스템이 새롭게 개발한 페인트 비산 저감설비
와류를 개선해 고르게 분사된 페인트
와류를 개선해 고르게 분사된 페인트

 

축적도료 뚝뚝…시야 가려 작업 확인도 어려워

와류로 인해 페인트가 일직선으로 분사되지 않고 S자 형태로 분사되다 보니 흩날리는 양이 늘어나는 것뿐만 아니라 분사도 고르지 않았다. 스프레이를 일자로 분사해도 외벽에서는 페인트 끝부분이 흐리고 들쑥날쑥한 형태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스프레이 작업 후에도 다시 붓 등으로 메워줘야 하는 문제점이 있었다.
또 깔때기 설비에 가려 도장면을 바로 확인하기 어려운 문제도 해결해야 했다. 내부 페인트 축적을 줄이고자 깔때기를 크게 만들면 도장면에 페인트양이 너무 많아 흘러내리는지, 반대로 양이 적어 도장면을 제대로 덮었는지 등을 제대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김 대표는 “와류를 줄여 잔여 페인트량을 최소화하면서 고른 분사를 할 수 있고, 소량이나마 흘러내린 페인트를 모을 수 있으면서 가벼우며, 시야까지 적절히 확보하는 기술적 접점을 찾는 과정이 너무나 어려웠다”고 설명한다.
이어 “깔때기 모델만 15가지를 만들며 수 주 동안 창고에 박혀 페인트 분사 실험에만 매달렸던 것 같다”며 “원형, 계란형, 삼각형, 사각형 등 여러 깔때기 형태, 무게 등으로 1주일에 3번 이상 3D프린팅을 위한 설계와 제작을 반복했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깔때기 안에서 고이는 페인트와 테두리 끝에서 고이는 페인트 모두를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가장 오래 고심했었다.
그 결과 도장면 시야를 확보하면서 와류를 최소화하는 6각형(세로로 긴 형태) 깔때기에, 아랫부분엔 내부 및 테두리 잔여 페인트 모두를 잡을 수 있는 용기의 연결부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깔때기 내부에는 와류를 최소화하는 특수한 장치가 설치됐다.
김 대표는 “와류 현상이 거의 없으니 흘러내리는 페인트 양도 소량이어서 작업자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을 것”이라며 기술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현재 4A시스템이 보유한 깔때기 관련 특허는 4개. 지난 2018년 6월부터 차곡차곡 쌓기 시작한 특허였다. 첫 번째 특허기술에서 계속해 문제점을 찾고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해 다음 특허를 얻는 방법으로 이뤄낸 것들이었다.
아파트 재도장 공법과 관련한 논의가 지속되면서 고시 제정 전 깔때기뿐만 아니라 방진막 특허 6개, 무인도장장치 특허 3개도 미리 득했다. 앞서서 예측하고 고민하며 거침없이 실행에 옮기는 자세가 그의 든든한 무기이자 기반이었다.
김 대표는 시행착오를 수십 번 거치며 설계를 수정해나가는 과정을 ‘얼음 조각을 깎아 완성하는 과정’에 비유한다. 얼음 조각의 완성형은 ‘실용성’이었다.
김 대표는 “3D프린터를 위한 3D 설계도 직접 다 한다”며 “좀 더 고도화된 기술이 없을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보면 결국 획기적인 결과물이 나오게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그는 “이제 붓·롤러 공법으로 건물 재도장을 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면서 “환경부가 환경친화적 스프레이 공법의 기술적 시작점을 깔때기로 삼은 만큼, 앞으로 이에 관한 보다 새로운, 보다 효율적인 기술들을 꾸준히 개발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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