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공익적 행위 아니다
“회장에게 위자료 지급하라”

 

 

아파트 동대표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입주민들에 대해 나눈 대화 내용을 캡처해 입주민들에게 전송한 것과 관련해 법원이 입대의 회장에 대한 명예훼손이 인정된다며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인천지방법원 제4민사부(재판장 신재환 부장판사)는 최근 경기 부천시 소재 모 아파트 입대의 회장이었던 A씨가 이 아파트 동대표이자 공동체 관리이사였던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1심 판결이 나자, 이에 불복해 B씨가 항소를 제기했지만 1심과 결론을 같이했다.
B씨는 지난 2018년 3월경 A씨와 카카오톡 채팅 기능을 이용해 대화를 하던 중 A씨가 아파트 입주민들에 대해 보낸 문자를 보관하고 있다가 같은 해 5월 문자 내용을 사진으로 캡처해 아파트 부녀회장에게 전송하고, 문자를 캡처한 자료를 아파트 요가프로그램 회원들에게 전송하는 등 A씨를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A씨의 명예를 훼손했다.
2018년 6월경에는 입대의 회의에 참석해 동대표들에게 A씨의 비리를 정리한 유인물과 함께 문자를 캡처한 자료를 건네주고, 7월에는 아파트 12개동 지상 1층에서 지하 2층 출입문과 승강기, 벽면 등에 문자를 캡처한 자료를 복사한 전단을 게시하는 등의 범죄사실로 기소됐고, 이에 B씨는 지난 2019년 5월 인천지방법원으로부터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명예훼손죄가 인정돼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A씨는 “B씨는 수차례에 걸쳐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고 모욕해 형사 판결을 받았고 B씨의 불법행위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었으므로 이에 대한 손해배상금으로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제기했고, 이에 B씨가 불복해 항소했다.
B씨는 “A씨는 입대의 회장으로 공인임에도 문자로 입주민들을 비하하고 모욕했다”면서 “A씨를 비방하거나 명예를 훼손할 목적이 아닌 입대의 회장의 선거권이 있는 입주민들이 당연히 알아야 할 A씨의 입주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관리비 등의 집행에 따른 비리 등을 알리고자 공익적 목적으로 문자를 공개한 것이므로 이는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오히려 A씨가 근거 없는 사실을 유포해 자신과 가족의 명예를 훼손해 정신적 손해를 가하고 있으므로 A씨의 손해배상금은 자신의 A씨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으로 상계하거나 상당부분 감액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우선 “B씨는 공연히 A씨의 명예를 훼손한 사실이 인정되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A씨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B씨가 공익적 목적의 행위였으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하나 ▲B씨는 A씨와 2018년 3월경 카카오톡으로 이 같은 문자와 대화를 하게 된 사유에 관해서는 전혀 밝히지 않고 A씨의 발언만을 공개한 점 ▲B씨는 A씨가 이 문자를 보낸 후 상당 기간이 지난 2018년 5월 말경에 이 문자를 공개한 점 ▲B씨는 입대의 안건 중 ‘GX룸 프로그램 운영 건’ 자료에 이 문자를 첨부한 유인물을 동대표들에게 교부했는데 이 문자는 위 안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 점 ▲B씨는 A씨를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수차례 고소했으나 A씨는 검사로부터 ‘증거불충분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을 받은 점 등을 종합해 보면 B씨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B씨의 문자 공개 행위가 공익적 목적이 있는 것으로 위법성이 조각되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밝혔다.
손해배상책임 범위에 대해서는 서울 A씨와 B씨가 이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점, 그동안 서로 형사고발을 해온 점, 불법행위의 경위, 내용, 횟수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B씨가 A씨에게 지급할 위자료 액수는 200만원으로 정했다.
한편 재판부는 “B씨 역시 A씨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으므로 자신의 A씨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을 자동채권으로 해 A씨의 B씨에 대한 이 손해배상채권과 대등액의 범위에서 상계한다는 취지로 주장하지만, 고의의 불법행위를 원인으로 하는 손해배상채권을 수동채권으로 하는 상계는 허용되지 않으므로 B씨의 이 주장은 더 나아가 살필 필요 없다”며 기각했다.
oyr@hapt.co.kr/온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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