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직원, 비슷한 입주민만 봐도 ‘가슴 철렁’ … 트라우마 시달려

 

 

 “비슷한 차림의 입주민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겁이 납니다.”

입주민의 갑작스런 폭행으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는 A씨의 첫마디.

지난달 21일 인천 남동구 소재 모 임대아파트에서 입주민이 관리사무소 직원 A씨와 B씨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입주민 C씨의 부당한 요구를 관리사무소에서 거절하자 관리사무소를 찾아 트집을 잡고 고성을 지르던 중 현장을 지나가던 A씨를 기습적으로 붙잡아 시멘트 바닥으로 내동댕이 친 것이다. A씨는 그 충격으로 엉치와 허리 통증으로 병원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다행히 큰 부상을 입지는 않았지만 폭행 이후 여성인 A씨는 비슷한 차림의 입주민만 봐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두려움이 생기는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고, 혹여 2차 가해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심리적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A씨는 폭행 다음날인 22일 C씨를 폭행죄로 고소했다.

또 같은 날 이를 지켜보고 상황파악에 나섰던 직원 B씨 역시 가슴을 수차례 가격당해 C씨를 폭행죄로 고소하며 조사가 진행 중이다.

 

‘임대’에서 더 심각한 갑질

피해자 A씨

“몸도 아프지만 직원 함부로 대하는

태도에 인간적 상실감과 자괴감 커”

강기웅 대주관 인천시회장

“이번 사례와 같은 사건들이 쌓여 큰 범죄로 이어져…대응책 모색”

입주민 C씨의 이 같은 행동은 이번뿐만이 아니라고 한다. C씨가 아파트로 이사 온 지는 1년 정도로 수시로 관리사무소를 찾아 본인이 제기한 민원에 대해 지속적이고 끈질기게 트집을 잡는 등 관리직원들을 지치게 만들었고, 직원들 사이에서 C씨는 상습민원인으로 통한다.
지난달 21일 역시 C씨의 황당한 요구는 계속됐다. 오전 10시 10분경 관리사무소를 찾은 C씨는 단지 인근에 있는 공원의 농구 골대망을 보수하기 위해 사다리가 필요하다며 이를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관리사무소에서 단지 내도 아닌 외부에서의 사용을 위해 물품을 빌려 줄 수도 없을뿐더러 과거 공구 등을 입주민들에게 빌려준 후 파손돼 관리직원들이 십시일반 거출해 신품을 구입하고 월말 재고자산을 맞춘 상황 등을 설명하면서 이를 이해해달라며 거절했지만 C씨의 지속적 요구는 계속됐다.

당일 오전 11시 30분경 C씨는 관리사무소를 재차 방문해 “불친절하다” “사다리도 안 빌려 주냐”며 따졌고, 급기야 “코로나19 예방 안내 방송을 자주해 시끄럽다”며 트집을 이어갔다. 소장이 나서 코로나19 예방 안내 방송에 대한 설명을 하고 양해를 구했지만, C씨는 계속해 트집을 잡고 소장에게도 삿대질을 하며 고성을 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어진 실랑이로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직원들이 점심을 먹기 위해 당직실로 이동하던 중 문제의 사건이 발생했다. 관리사무소 밖에서 상황 파악에 나섰던 직원 B씨에게 욕설을 하며 두 손으로 가슴부위를 세 차례 심하게 타격하고 머리를 들이밀며 때리라는 행동을 취했고, C씨는 마침 옆을 지나던 A씨를 기습적으로 붙잡아 시멘트 바닥에 내동댕이 친 것이다.

A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갑작스런 폭행에 너무나 충격이 컸고 오후가 되자 허리통증이 밀려와 병원을 찾았다”면서 “몸도 아프지만 직원들을 함부로 대하는 태도에 인간적 상실감과 자괴감이 들어 한숨도 못자고 뜬눈으로 밤을 샜다”고 말했다.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 입주민 C씨는 같은 날 관리사무소를 찾아 직원들에 대한 사과도 없이 “초상권 침해니 사진을 찍지 말라”는 직원들의 말을 무시한 채 직원들의 사진을 무단으로 수차례 찍었다고 한다.
사건 이후 A씨는 C씨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있을 경우 향후 고소 취하를 목적으로 병원비도 A씨의 사비로 처리했지만, 이후에도 C씨는 ‘자신이 피해자’라며 입주민 카페에 사건의 사실과 전개과정을 가공해 입주민들을 선동하고, LH에 민원을 제기하는 등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고소장을 통해 “정당하게 일을 하면서도 비상식적이고 무리한 요구를 거절할 때마다 각종 폭언과 모욕을 당하면서도 입주민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참아왔다”면서 “C씨처럼 민원을 빙자한 보복적인 폭행과 괴롭힘이 없도록 일벌백계 엄벌에 처해달라”고 호소했다.
이 아파트 소장은 “관리사무소에서는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해 직원들이 멱살을 잡히고 치아를 다치는 등의 일이 잦다”며 “본능적으로 잡혀 있는 멱살을 뜯거나 말리는 등의 방어를 해도 ‘쌍방고소’가 성립된다는 경찰들의 이야기에 불필요한 마찰을 줄이고 본능적으로 손이 움직이지 않도록 주머니에 손을 넣어 고정하라고 대처법 교육도 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 이후에도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지 못했고 오히려 입주민 카페 등에 직원들이 불친절하다거나 소장의 업무태만을 지적하는 등 사실이 아닌 일들을 사실인 양 각색해 입주민들을 선동하는 것을 보고 저 또한 화가 나고 자괴감과 상실감이 들었다”며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이 아파트는 약 1,500가구가 모여 사는 임대아파트로 평소에도 많은 민원처리에 직원들은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한다.
소장은 “매년 국정감사에서 임대아파트 관리직원 등에 대한 폭언·폭행 등의 문제가 지적됨에도 개선되지 않는 것이 공동주택 관리현장의 현실”이라며 “직원에 대한 입주민들의 폭언 및 폭행, 난동 등에 대한 강력한 법적 제재와 함께 산업안전보건법상 감정노동자보호법 역시 갑질 가해자인 입주민에 대한 조치를 담는 등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6일 아파트를 찾은 강기웅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인천시회장은 “이번 사례와 같은 사건들이 하나둘씩 쌓여 故이경숙 주택관리사 피살 사건과 같은 큰 범죄가 일어날 수 도 있기에 사소한 사건으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유사사례들을 모아 대응책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임대아파트의 경우 상습적 폭행이나 폭언을 일삼는 일부 입주민에 대해서는 계약 연장을 거절하는 등의 퇴거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모인 사례 등을 바탕으로 LH 및 지자체와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해결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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