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으로부터 폭언・폭행
‘외상성 신경증’으로 승인
휴업급여 등 보상 받게 돼



 

아파트 경비원의 업무상 정신적 피해가 처음으로 산업재해로 인정됐다.

경기도에 따르면 입주민으로부터 갑질을 당한 경비원이 ‘외상성 신경증’이라는 질환이 발생한 것과 관련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산재승인을 받게 됐다. 이는 입주민 갑질에 의한 경비원의 첫 산재인정 사례다.

경기 군포의 모 아파트 단지 경비원인 정모(55)씨는 지난해 6월 통행에 방해되는 차량이 있어 주차금지 스티커를 부착하던 중 입주민 차주로부터 “네 주인이 누구냐?”며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 정씨는 이 일로 심한 모욕감을 느껴 경비원 일을 그만두고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다.

사건이 발생하자 경기도 노동국 경기도노동권익센터는 마을노무사를 통해 심층 무료 노동상담을 진행했고 감정노동자 심리상담과 함께 지정병원의 협조를 얻어 무료 심리치유 지원에 나섰다.

마을노무사는 정씨가 진단받은 외상성 신경증, 비기질성 불면증, 경도 우울에피소드로 근로복지공단 안양지사에 요양급여신청서와 의료기관 진료기록 및 검사 결과지, 업무 동영상, 업무상 질병판정서 등을 제출했다.

근로복지공단 안양지사는 경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심의를 통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37조에 따라 업무와 관련해 고객 등으로부터 폭력 또는 폭언 등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 또는 이와 직접 관련된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적응장애 또는 우울병 에피소드를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진단명 중 ‘외상성 신경증’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

이에 정씨는 병원비와 함께 해당 사건으로 근무하지 못한 기간 평균 임금의 70%에 해당하는 휴업급여 등 보상을 받게 됐다.

이처럼 입주민들의 갑질에 의한 정신적 피해보상이 첫 사례로 인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멀어 보인다. 아파트 주요 구성원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경비원들에 대한 처우는 그 어떤 직종보다 열악하다.

지난해 故최희석 경비원 등의 자살로 공동주택 근로자에 대한 갑질 행위를 금지하는 법안이 시행됨에도 불구하고 입주민의 갑질 사례는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폭력과 폭언의 강도도 날로 심해지고 있다.

유독 경비원에 대한 갑질이 심각한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도노동권익센터 관계자는 “여러 요소들이 있겠지만 경비원들에 대한 가해 정도가 유독 지나치게 강한 이유는 경비업무에 대한 경시풍조와 열악한 근로조건”이라면서 “하지만 이들이 호소하는 가장 큰 원인은 인권을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비원 등 관리 종사자들이 함께 상생하고 동행하는 아파트 구성원들이라는 것을 모두가 명심해 함께 공존하고 상생해 나가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해 봐야 할 때”라며 “입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들의 안전이 먼저 보장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 김규식 노동국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상생활에서도 누구든지 갑질 피해자면서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고 입주민과 경비원들이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노동 존중 세상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도는 경비원들을 위해 갑질피해 지원센터 운영, 휴게실 설치, 노동환경 모니터링단, 자조모임 육성, 심리치유상담 등 종합지원에 나서고 있다.

경기노동자 갑질피해 상담은 경기도노동권익센터(031-8030-4541)로 문의하거나 센터 홈페이지(www.labor.gg.go.kr) 상담신청을 활용하면 된다. 운영시간은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