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주택관리사보 합격자 인터뷰
차선정 서울 강서구 가양우방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지난해 첫 상대평가로 치러진 제23회 주택관리사보 시험. 2019년 2차 시험에서 한 문제 차이로 안타깝게 합격의 문턱을 넘지 못했던 차선정(45)씨는 이번 시험에서 합격선 점수를 받았음에도 최종 합격발표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발표 전날까지 잠을 설치다 지난해 11월 25일 오전 9시 정각, 컴퓨터 모니터에 ‘합격’이라는 두 글자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하곤 잠시 멍했다. 이 두 글자를 보기 위해 달려온 지난 18개월, 아니 처음 아파트에서 경리로 일을 시작했던 16년 전의 순간부터 합격까지의 여정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가장 먼저 떠오른 한 사람. 송규옥 관리사무소장이었다. 아파트에 대한 좋은 기억을 최초로 심어준 사람이자, 차씨가 닮고 싶은 여성 리더였다. 이제 ‘주택관리사보’가 된 차선정 씨는 “선배 소장님들이 그래온 것처럼 저도 따뜻하고 사람 냄새 나는 아파트를 만들고 싶습니다”며 수줍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선배들의 배움을 거름 삼아

소처럼 우직하고 묵묵하게

잘 해내고픈 마음 커

 

 

인터뷰 날짜를 정하고 며칠 사이에 서울 강서구 가양동 우방아파트에서의 첫 근무 소식을 알려왔다. 상당히 이른 시간 내 취업에 성공한 셈이다.

이제 막 합격한 ‘왕초보’ 소장을 선호하는 아파트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도 초보의 장점은 패기와 열정 아닌가.

용기를 갖고 30여 군데 아파트에 이력서를 냈는데 딱 한 군데서 연락이 왔다. 면접에서 승부를 내리라 마음먹고 40분 정도 일찍 아파트에 갔다. 아파트 외관과 구조, 조경, 주차시설, 게시판, 어린이놀이터, 옥상, 비상계단 등 아파트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소규모 단지지만 잘 정돈되고 단지 구석구석 애정 어린 손길이 많이 닿은 것 같아 마음에 쏙 들었다. 어쩌면 이곳에서 일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운명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면접 때 이런 생각들이 잘 전달된 것 같다.

 

합격 한 달여 만에 아파트에 취업한 차선정 소장
합격 한 달여 만에 아파트에 취업한 차선정 소장

 

 

인터뷰 날짜를 정하고 며칠 사이에 서울 강서구 가양동 우방아파트에서의 첫 근무 소식을 알려왔다. 상당히 이른 시간 내 취업에 성공한 셈이다.

아파트에 대한 좋은 기억이 많았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3년 정도 아파트 경리로 근무했는데, 그 기억 속 아파트는 사람 냄새 나는 따뜻한 곳이었다. 특히 당시 함께 근무하던 송규옥 소장님에 대한 동경이 “나도 저런 소장이 돼야겠다”는 결심으로까지 이어진 것 같다.

그 당시 송 소장님도 초임 소장이었다. 30대 후반의 여성이 50~70대 직원들, 또는 나이가 한참 어린 직원들을 아우른다는 게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을 텐데 송 소장님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아파트를 잘 이끌어나갔다. 문제가 생길 땐 섬세하고 차분하게 해결에 나서면서도 필요할 땐 엄하고 냉철한 태도로 아파트와 사람들을 관리했다. 입주민에게든 직원에게든 ‘귀 기울여주는 사람’으로 통했는데 그런 모습을 닮고 싶었던 것 같다.

나는 비록 아이들을 키우느라 이후 15년 정도의 긴 경력단절이 있었지만 2018년쯤 다시 아파트로 돌아오게 된 것도, 2019년 본격적으로 주택관리사보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도 마음속에 남은 송 소장님의 영향이 컸다. 후배가 된 만큼 앞으로 조언을 구할 일이 많아질 것 같다.

 

시험과 취업 어느 것 하나 쉽지 않은 시대다. 이를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는지?

선배 소장님들의 ‘꿀팁’이 가장 큰 도움이 됐다. 아파트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보니 합격 전인 2019년 10월부터 ‘전국아파트·주상복합관리자 등의 모임’(전아모)에서 활동할 수 있었고, 합격 후엔 온라인 커뮤니티 밴드 ‘공동주택 실무 연구회’(공실연)에 가입해 많은 정보들을 얻었다.

소장으로서의 첫발은 소규모 단지에서 내딛는 것이 안정적으로 일을 배우기 좋고 취업 성공률도 높다는 이야기라든가, 아파트 취업 전 갖추면 좋은 자격증이나 이수해야 할 교육 등 혼자 준비해선 절대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었다. 힘들 때 진심 어린 격려를 해준 것도 선배 소장들과 동료들이었다.

특히 이번 면접 땐 합격 직후 있었던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서울시회 오리엔테이션에서 선배 소장님에게 들었던 취업 노하우가 아주 유용했다.

이미 취득한 자격증이나 교육 이수 목록 말고도 현재 준비 중인 자격증까지 함께 언급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목록에 ‘조경기능사 취득 예정’을 추가했다. 마침 아파트에서도 조경에 대한 관심이 컸던 터라 면접 분위기가 아주 화기애애했다.

 

소장으로서 앞으로 어떤 아파트를 만들어가고 싶은지?

거창한 시도보다도 우선 내가 근무하는 곳이 단정하고 쾌적한 아파트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고 싶다. 첫술에 배부를 순 없지 않은가.

우선은 전임 소장님이 잘 가꿔온 단지가 망가지지 않도록 노력해보려고 한다. 어제보다 나은 아파트를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차근차근 업무를 익히고 입주민들과 조심스럽게 소통해나갈 계획이다.

또 한 가지 목표는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것이다. 2004년 송규옥 소장님이 만들었던, 나 역시 즐겁게 일했던 ‘사람 냄새 나는 아파트’를 만들고 싶다. 노후 소규모 아파트다 보니 특별한 시설이나 프로그램이 없지만 앞으로 입주민 간, 입주민과 직원 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들고 싶다.

지자체에서도 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을 지원해주는 사업들을 진행한다고 알고 있다. 수시로 찾아보고 고민하며 아파트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어갈 예정이다.

 

선배 소장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코로나19로 모임에 제한이 있어 이야기 나눌 기회가 줄어 아쉬운 마음이다.

“소장은 1년만 지나면 다 비슷하다”면서 초보 소장 시절의 어려움을 헤아리고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조언해줘 늘 감사하다. 그 덕분에 올해 작은 단지지만 예쁘게 관리해보고 싶은 곳에서 첫 업무를 맡게 됐다. 아직 걱정과 부담이 앞서지만 잘 해내고 싶은 열정도 크다. 일면식도 없던 후배의 문자에도 따뜻하게 답해주는 든든한 선배들이 있어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많은 조언이 필요할 것 같다.

선배들의 배움을 거름 삼아 소처럼 우직하고 묵묵하게 일하는 성실한 소장이 되겠다.

나아가 내가 선배 소장이 되는 날엔 또 다른 후배들을 위해 선배들의 가르침을 잘 전하고자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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