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횡령 혐의 임차인대표회장 ‘구속’
직원 44명 직원 떠나 “파리목숨이었다”
SH공사, 회장에 ‘6개월 내 퇴거’ 명령

2019년 6월경 노원구 W임대아파트에서 다른 동으로 이사하는 임차인대표회의 회장 김씨의 이삿짐을 경비원들이 손수레를 이용해 옮기고 있다. 사진은 당시 이웃 입주민이 찍은 동영상 캡처
2019년 6월경 노원구 W임대아파트에서 다른 동으로 이사하는 임차인대표회의 회장 김씨의 이삿짐을 경비원들이 손수레를 이용해 옮기고 있다. 사진은 당시 이웃 입주민이 찍은 동영상 캡처

 

 

서울 노원구 W임대아파트 임차인대표회의 회장이 경비원들에게 자신의 이삿짐을 옮기도록 지시하는 등 직원들에게 갑질을 행사하고 관리비까지 횡령한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민단체에서는 비단 이 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라 임대아파트 전반의 문제로 곪을 대로 곪아 있는 실정이라며 외부회계감사 등을 통해 부정비리를 엄벌하고 잘못된 관행이 있으면 바로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지난달 W아파트 임차인대표회의 회장 김모씨에 대해 강요 및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 의견으로 서울북부지방검찰청에 송치했다. 또 전 관리사무소장 이모씨와 주모씨는 업무상횡령 혐의로, 동대표 4명은 업무상배임 혐의로 각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회장 김씨는 2019년 6월경 같은 아파트에서 다른 동으로 이사하면서 경비원 2명에게 손수레를 이용해 이삿짐을 나르게 하는 등 회장 지위를 이용해 일명 갑질을 일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2020년 7월경에는 강북구로 이사하는 자신의 딸 이삿짐도 경비원을 시켜 옮기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공동체 활성화 지원금을 비롯한 관리비 횡령 혐의를 받고 있으며 직원들 급여를 인상해주고 상납을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용역업체, 경비용역업체, 알뜰시장 계약과 관련해 수의계약을 한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9월경 밤늦은 시간에 관리사무소에 들어가 컴퓨터 회계프로그램을 조작하는 등 증거인멸까지 시도한 정황도 CCTV에 고스란히 포착됐다. 
해당 아파트 입주민에 의하면 김씨가 임차인대표회의 회장(2016년부터) 자리에 있는 동안 24명의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바뀌었고, 20명의 경비원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한 입주민은 “김씨에게 복종을 하지 않으면 직원들은 파리목숨과도 같았다”며 “자신과 딸의 이삿짐을 옮겨줬던 경비원들 3명도 결국 김씨에 의해 쫓겨났다”고 안타까워했다.
급기야 폭력을 휘둘렀다는 증언도 나왔다. 실제 관리직원과 입주민이 회장 김씨를 폭행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본지에 제보한 입주민은 불구속 기소 송치된 소장 주씨에 대해서는 분명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귀띔했다. 관할관청으로부터 지급받은 환경정비 관련 인센티브 100만원을 입주민들을 위해 사용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김씨가 본인 카드로 자신의 냉장고를 구매한 후 100만원을 인출해가는 과정에서 주 소장이 이를 묵인하고 도장을 찍어줬다는 이유로 기소가 됐기 때문. 
다행히 김씨의 협박 및 회유에 넘어가지 않은 소장도 있다. 2020년 8월경부터 10월경까지 약 3개월간 W아파트에서 근무한 김모 소장은 “처음에 김씨로부터 계속 근무할 수 있게 해주는 조건으로 금전을 요구받았고 모욕적인 발언도 들어야 했다”면서 “하지만 협박에 굴하지 않았고 결국 단지를 그만 두게 됐다”고 털어놨다. 
SH공사에서는 횡령 등 혐의로 구속된 김씨에 대해 6개월 내 W아파트에서 퇴거하라고 명령했다. 

 

전국주거복지임대연합회(회장 윤범진)가 서울 노원구 H임대아파트 주변 등 서울시 내 10곳에 플래카드를 내걸고 SH공사에 임대아파트 외부회계감사를 요구하고 있다.
전국주거복지임대연합회(회장 윤범진)가 서울 노원구 H임대아파트 주변 등 서울시 내 10곳에 플래카드를 내걸고 SH공사에 임대아파트 외부회계감사를 요구하고 있다.

 

 

다른 임대아파트도 부정비리 만연…

“관리사무소장 직영관리 전환, 공공성 확보해야”

 

전국주거복지임대연합회

위탁사임차인대표 간 결탁 지적

SH에 임대아파트 외부회계감사 촉구

 

임차인대표회의 회장 김씨는 임대아파트인 서울 노원구 W아파트에서 3번이나 이사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적으로 임대아파트에서 다른 동으로 이사할 수 있는 경우는 장애인이나 건강상의 이유로 고층에서 저층으로 이사하는 경우 등을 제외하곤 극히 드물다. 하지만 김씨는 이에 해당하지 않았음에도 세 차례나 이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 배경에 대해 SH공사에서는 주거이동 규정에 의해 임차인의 건강상 이유로 고층에서 저층으로 옮긴다든지 사유가 있는 경우에 같은 임대아파트에서 이사가 가능하다는 원론적인 답을 내놨다.

뿐만 아니라 원칙적으로 같은 아파트에서 다른 동(선거구)으로 이사하면 동대표 자격을 상실한다. 그럼에도 김씨는 동을 옮긴 이후에도 계속 동대표 및 임차인대표회의 회장을 맡았다. 이와 관련해 민원이 제기되자 김씨는 유권해석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작해 사문서위조 혐의까지 받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시민단체인 전국주거복지임대연합회 윤범진 회장은 서울시 내 10곳에 플래카드를 내걸고 SH공사 측에 임대아파트의 외부회계감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윤 회장은 “W아파트에서 발생한 부정비리는 단순히 한 임대아파트만의 문제가 아니다”며 “위탁관리로 운영되고 있는 다른 임대아파트 역시 문제가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근본적인 원인과 대안에 대해 2012년에도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똑같은 해결책을 제시한 바 있는 윤 회장.

그는 “위탁관리업체와 임차인대표와의 결탁 등으로 인해 다른 임대아파트에서도 비리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진단하면서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관리사무소장의 경우 SH공사 직영관리로 전환함으로써 관리의 공공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SH공사에서 권역별로 설치한 13개의 센터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센터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 회장은 “임대아파트의 위탁관리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앞으로 단지별로 엄청난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며 “극단적으로 살인사건도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원구에 소재한 H임대아파트 역시 문제 아파트로 거론되고 있다. 이 아파트 입주민 신모씨는 “관리비가 두 달이나 0원, 한 번은 난방비와 급탕비도 각 0원이 나왔었다”며 “이를 이상히 여겨 왜 0원이 나왔는지 물으며 관리사무소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었는데 정보공개를 거부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중에 관리비가 다시 빠져나가긴 했는데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면서 “왜 정보공개를 거부하는지 의아하다”며 SH공사에 외부회계감사를 요구했다.

한편 W아파트에 대해 최근 외부회계감사를 벌인 SH공사 관계자는 감사 결과를 공개해달라는 입주민의 요구에 대해 “법률자문을 받고 있으며 조치 준비 중이어서 아직 감사 결과를 공개하지 못한다”며 “소송까지 가야 할 사안이며 문제가 있는 임대아파트 단지를 돌아가며 외부회계감사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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