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층과 이미 합의한 공사대금은 안물어 줘도 된다”

발생1: 위층 누수로 피해, 아래층 세대가 공사비 부담 합의    

발생2: 공사 후 아래층이 ‘공사비+정신적 피해’ 제소    

발생3: 1심, 위층에 배상 판결(금액만 축소)

발생4: 항소심선 아래층 세대에 “정신적 피해만 배상하라”

A씨는 2011년 8월부터 2015년까지 대구 동구 소재 모 아파트 G호를 임차해 거주했고, 2014년 3월 바로 위층인 H호를 매수해 2015년 10월경부터 거주했다. 이듬해 B씨는 2015년 1월 A씨가 거주하던 G호를 매수하고 7월부터 아들 2명과 거주했다.
A씨가 G호에 거주하던 무렵 욕실 변기 위쪽 천장 부분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는 누수 현상이 발생해 이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시공사에 하자보수를 요청했고, 이에 시공사는 2015년 8월경 누수 공사를 진행했다. 그런데 B씨와 가족들이 전입한 무렵에도 G호 욕실 천장에서 오물과 오수가 흘러내리는 상태였고, 당시 위층 욕실 변기의 배관과 배수 배관 연결부분에 문제가 있어 그 틈새로 오물과 오수가 유출돼 B씨의 집인 아래층 욕실 천장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에 B씨와 이 아파트 입대의는 계속해 A씨에게 누수의 보수를 요청했지만 A씨는 공사비용을 부담할 수 없다는 이유로 요청을 거절했고, 입대의가 시공사에 누수를 포함한 하자보수를 요청했지만 이미 완료돼 요청을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러던 중 A씨와 B씨는 2018년 8월 ‘G호 세대주(B씨, 아래층)는 방수업체 선정 및 보수비 일체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재공사 하기로 H호 세대주(A씨, 위층)와 상호 합의함. 재공사 이후 추가 누수가 발생하더라도 더 이상 하자보수 진행하지 않기로 본 합의서로 확인하는 조건임’이라는 내용으로 합의서를 작성했다.
이에 아래층은 2018년 8월 자신의 집인 G호의 바닥 및 천장공사를 진행하고 공사비용으로 216만원을 지급했다. 이후 아래층은 지난해 위층을 상대로 공사대금 216만원 및 아들 2명과 자신에게 정신적 위자료로 각 6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했고, 제1심 재판부는 공사대금(216만원) 및 정신적 위자료로 아래층 세대에 각각 25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불복한 위층은 항소심를 제기했다.
대구지방법원 제4-3민사부(재판장 판사 최미복)는 아래층에 위자료 250만원을 초과해 지급을 명한 위층의 패소 부분을 취소, 공사대금은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우선 “위층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래층에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면서 “이들이 사는 아래층 주택의 욕실에 오물과 오수가 유입된 누수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음은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G호에 거주했던 A(위층)씨가 누수현상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이를 즉시 보수하지 않은 채 B씨의 공사요청을 거절해 누수가 3년 가까이 지속된 점 ▲A씨(위층)는 이 아파트 시공사에 누수의 보수를 요청하기도 한 점 ▲아파트 시공사 및 승계인들과 사이에 하자 인정에 관한 다툼이 있었다는 사정도 보수공사가 지연된 원인 중 하나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해보면 위층이 아래층에 지급할 위자료를 각 250만원으로 정함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위층은 “이 누수는 자신의 관리·사용상 잘못으로 인한 것이 아니므로 손해배상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와 관계없이 손해배상책임을 면하지 못하므로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고 봤다. 또한 위층은 보증기간 내에 아파트 시공사에 하자보수를 청구했으므로 시공사는 여전히 이 누수를 보수할 책임을 부담하므로 아래층이 자신에게 보수 또는 그 지연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구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그러한 사정만으로 위층의 책임을 면할 수 없어 이 부분 주장도 이유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위층과 아래층은 누수의 보수공사비용 일체를 아래층이 부담하기로 합의했으므로 위 합의에 반해 공사비용 및 이와 관련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아래층은 합의서를 통해 누수로 인한 수리비 상당 손해배상청구권만을 포기한 것으로 보이고 합의서 작성 당시까지 이미 발생한 아래층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는 이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면서 “그렇다면 아래층이 위층에 누수로 인한 보수공사비용을 청구하는 것은 위 합의에 반해 허용될 수 없으므로 위층의 위 항변은 인정 범위 내에서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자 아래층은 “합의서는 누수로 인해 심각한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위층의 억지와 강요에 의해 작성한 것이므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해 효력이 없다”고 재항변 했지만 재판부는 “설령 아래층의 주장과 같이 합의서가 A씨의 불법적 방법으로 인해 작성됐다 하더라도 이를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해 효력이 없다고는 할 수 없다”고 봤다.
따라서 위층은 아래층에 누수로 인한 위자료 각 250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고, 이를 초과해서 구하는 아래층의 청구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oyr@hapt.co.kr/온영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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