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은 장마가 꽤나 길었다. 중부지방은 무려 8월 중순까지 장마가 이어졌고, 일일 강수량 100㎜ 안팎의 많은 비가 내린 날도 많았다. 긴 장마로 인해 오래된 아파트뿐만 아니라 10년 이내의 새 아파트에서도 누수가 많이 발생했다.
필자는 최근 현장에 찾을 수도 없을 만큼 빗발치는 누수 문의와 상담 전화를 받아야 했다. 긴 장마와 많은 양의 일일 강수량은 결함이 있거나 노후한 건물에서 어김없이 누수를 발생시켰다. 아파트 세대 내에서 누수 발생 시 입주민들은 관리사무소에 공용부분의 책임을 묻고 그에 따른 보상까지 강력하게 요구한다. 관리사무소에서는 시공 전문가인 도장, 방수업체 관계자들의 도움을 받아 누수 세대를 방문하고 설명을 진행한다. 아파트는 영업배상보험에 가입돼 있어 폭우로 인한 외벽 누수 시 보험 처리를 한다. 심각한 아파트 외벽의 결함이 있을 때는 보험 처리가 곤란하지만, 폭우 시 발생한 누수 피해는 영업배상보험 혜택이 가능하다. 장마 기간 동안 여러 사례의 누수 현장을 보고 공동주택 관리자들에게 참고가 될 만한 자료를 만들어 봤다.
 

아파트 외벽 누수는 왜 발생하는가?

아파트의 외벽은 철근 콘크리트고 수성페인트로 처리돼 있다.
수성페인트와 콘크리트는 물을 흡수하는 성질을 갖고 있어 비가 오면 수성페인트와 콘크리트 외벽의 표면이 젖게 되는 것이다. (삼투압 현상) 아파트 외벽 누수 가구의 발생은 연일 폭우가 쏟아지는 장마철, 강풍과 폭우를 동반하는 태풍 시 발생한다고 봐도 된다. 비가 외벽에 계속 들이치면 아파트 외벽은 젖는다.
특히 장마철에는 연일 비가 오면 외벽의 콘크리트 표면은 마를 새가 없이 계속 젖어 콘크리트 내부로 점점 많은 양의 물이 침투하고, 철근과 균열을 타고 누수가 발생하는 것이다.
 

물이 고이는 옥상은 방수, 물에 젖는 외벽은 발수

외벽은 옥상 바닥과 달리 물이 고이지 않는다. 비가 와도 옥상과 외벽에 접근하는 물의 양은 다르다.
옥상은 물이 고이기 때문에 수압이 발생한다. 수압이 발생하면 물의 압력에 의해 옥상 바닥의 균열을 뚫고 물이 스며들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옥상 방수는 물이 고이면 발생하는 물의 압력을 견뎌야 하므로, 우레탄 도막이나 방수 시트를 이용한 방수 작업을 한다.
외벽은 물이 고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물이 계속 접근하면 스며든다. 물이 고이지 않기 때문에 물의 압력을 견디는 정도의 방수가 필요하지 않다. 그래서 물이 접근했을 때 스며들지 않도록 물을 밀쳐내는 것을 ‘발수력’이라고 한다. 발수력을 위해 발수제나 발수 성능이 있는 실리콘 페인트를 바르면 외벽으로부터 물이 스며드는 양을 줄일 수 있다.
외벽으로부터 물의 흡수량을 줄이면 누수 발생률이 줄어들고, 콘크리트의 중성화 속도도 줄일 수 있으므로 건물의 내구성을 높인다.

< 발수재 도포 전후의 표면 접촉각 >

※발수재, 발수 페인트의 발수 원리
수면 위를 움직이는 소금쟁이나 물방울이 대굴대굴 굴러 떨어지는 연잎 등은 모두 물이 스며들지 않고 겉도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건조한 지면은 즉시 물방울을 흡수해 버린다. 이와 같이 물에 좀처럼 젖지 않는 것과 젖기 쉬운 것이 있음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막상 그 원인을 설명하려면 접촉각이라든지 표면장력이라는 전문 용어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쉽지 않다.
 

아파트 외벽의 누수 진행 단계: 흡습→흡수→투습 →투수→누수

봄, 가을철 30㎜ 이하의 강수나 비바람이 들이치는 비가 아니면 아파트 외벽의 표면은 면 옷처럼 젖었다 마른다. 그러나 물을 흡수하는 성질의 수성페인트와 콘크리트 위로 많은 양의 비가 오면 마치 사람의 속옷까지 젖듯이 건물 내부 천장, 벽에서 누수가 발생한다.
적은 강수량에는 창틀 실리콘의 결함이나 외벽의 균열이 있어도 물의 흡수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외벽이 살짝 젖었다 마른다. 그러나 많은 비 또는 비바람이 강하면 외벽과 창문에 세차게 내리는 비에 외벽의 누수는 더 많아 진다.
이처럼 외벽 수성페인트와 콘크리트를 옷과 비교한다면 ▲KS2급 수성페인트=물이 잘 스며드는 면 옷 ▲KS1급 수성페인트=물이 덜 스며드는 면 옷 ▲KS1급 발수성페인트=약간의 생활 방수가 되는 옷 ▲실리콘페인트 RS 등급=생활 방수가 잘 되는 옷 ▲콘크리트는 물을 잘 흡수하는 면 옷과 같다. 

<장마철에 촬영한 아파트 외벽>

콘크리트에 흡수되는 물의 양이 많으면 철근과 균열을 타고 물이 이동해  누수가 발생한다. (모세관 현상 : 물의 응집력과 부착력으로 철근, 매립 전기선과 콘크리트 내부 균열 따라 이동한다)
콘크리트에 물이 계속 흡수되다 콘크리트가 물을 흡수할 수 있는 양을 초과하면 물은 이동한다. 기저귀에 오줌을 여러 번 쌌는데 기저귀를 갈아주지 않으면 엉덩이가 젖는 원리와 같다. 아파트의 경우 외벽의 균열이나 창틀 실리콘의 결함이 있으면 물의 흡수량이 더 많아지므로 쉽게 누수가 일어나는 것이다.
 

아파트 외벽의 누수 개념도
아파트 외벽의 누수 개념도

 

창틀 실리콘 결함, 누수 확률 높인다

창틀 실리콘 부위는 바닥과 창틀 모서리로 비가 들이치면서 흡수된다. 외벽의 균열은 수직면이므로 물의 접근과 흡수량이 적다. 따라서 누수 원인의 확률을 보면 구조체에 큰 균열이 있지 않으면 창틀 실리콘 하자가 90% 이상이다.

 

 

창틀 하자나 외벽 균열 없어도 
폭우나 강한 비바람은 누수 유발하기도

100㎜ 안팎의 장맛비가 연일 내리고, 100㎜ 이상의 강한 비바람을 동반하는 폭우에는 창틀 실리콘 하자나 외벽의 균열이 없어도 누수가 일어나기도 한다.
앞서 설명한 외벽 수성페인트와 콘크리트가 물을 흡수하는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아파트 외벽 표면에 흡수된 물이 많아지면 콘크리트 내부의 철근과 균열, 전기 배선을 타고 누수가 일어난 콘크리트 구조물의 특성과 폭우로 인해 발생한 자연재해라고 생각해도 된다. 아파트 외벽은 옥상이나 지하주차장처럼 방수 처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물이 너무 많이 흡수되면 누수로 이어진다. 

※외벽에서 젖어들어온 물이 콘크리트 철근과 내부 균열을 타고 누수를 일으킨다. 내부 천장의 균열이나 결함이 심각할 경우에는 누수 경로를 차단하기 위한 방수제를 주입하는 공법(인젝션)이 효과적이다.

 

세대 천장 균열, 세대 전기 콘센트로 누수된 사례
세대 천장 균열, 세대 전기 콘센트로 누수된 사례

 

바람 동반한 비, 외벽 누수 확률 높인다

바람을 동반하지 않은 비는 수직으로 떨어져 창틀과 외벽에 닿는 물의 양이 적다. 소량의 비가 콘크리트 내부로 흡수돼도 젖었다 마르는 정도로 누수 되지 않는다. 그러나 거센 비바람에는 물의 양이 많아지고 물의 압력도 생긴다. 그러면 외벽으로부터 콘크리트 내부로 흡수되는 물의 양이 많아지고, 특히 새시의 경우에는 누수가 많다.
새시 레일 안쪽에 물이 많이 들어오는 것도 창틀 누수의 원인이 된다. 새시 중에서 금속새시는 PVC(하이새시)와 달리, 커팅 조립부위가 용접되지 않은 구조로 비바람이 세면 창틀 누수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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