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자대표회의 등과 합의서 작성했더라도
일조권 침해 손해배상 청구소송 제기 적법

서울중앙지법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6부(재판장 허명산 부장판사)는 경기도 의정부시에 소재한 A아파트와 B아파트 입주자 76명(이하 원고들)이 ‘일조권을 침해당했다’며 인접한 C아파트의 건축 사업 시행 위탁사(이하 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들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아파트와 B아파트의 남쪽에 위치한 C아파트는 14개동에 지상 28~29층 규모의 단지로 시행사인 D사가 피고와 관리형 토지신탁계약을 체결, 피고에 토지의 소유권을 이전했으며 건축 등의 사업시행을 위탁했다. 이에 C아파트는 2017년 3월경 착공, 2019년 5월경 골조공사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원고들은 “C아파트 신축 이전에는 충분한 일조량을 확보했었는데 그 이후에는 일조권을 침해당해 재산가치가 하락하는 재산상 손해와 함께 실제 거주 입주민의 경우 정신적 고통까지 입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 같은 소 제기에 대해 피고 측은 C아파트 신축으로 인한 환경피해 일체에 대해 부제소합의를 했기 때문에 소 제기 자체가 부적법하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고 측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르면 실제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2017년 6월 말경 시행사, 시공사와 합의서를 작성했으며, A아파트 가구주들도 모두 이 합의서에 동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합의서에는 A아파트 실거주 가구당 100만원 지급, 입주민 산책로 조성, C아파트 지하주차장 램프상단에 소음저감 위한 캐노피 설치, 공사기간 중 연 1회 건물외벽 유리창 물청소 및 2020년 건물외벽 도장공사 등을 통해 C아파트 신축공사로 인한 소음, 진동, 분진 등 환경피해 일체에 대한 재산적, 정신적 손해배상을 합의한다는 내용이 담겼으며, 합의 이후 신축공사와 관련한 일체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도 명문화했다.  
B아파트 입대의와도 2017년 11월경 합의서를 작성했다. B아파트와는 실거주 가구당 70만원을 지급하고, 향후 입을 수 있는 소음, 진동, 분진, 조망, 일조 등 환경피해 일체에 대한 재산적, 정신적 손해배상을 합의한다고 기재했다. 
이 같은 합의에 따라 피고는 각 아파트 입주자들에게 가구당 100만원씩 또는 70만원씩을 지급했으며, A아파트와 합의했던 산책로 조성, 캐노피 설치, 외벽 유리창 물청소 등을 이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각 합의는 아파트 신축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 진동, 분진 등에 관해 민원을 제기하지 않고,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보는 것이 타당하고, 일조권 등의 침해를 원인으로 하는 소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부제소합의라고 보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일조권 침해로 인한 재산상 손해의 귀속주체인 원고들 아파트의 구분소유자들은 제외돼 있었다고 밝혔다. 
또한 A아파트 합의서의 합의대상에서 ‘일조’가 빠지게 된 것은 이 아파트 입주민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인 점, B아파트의 경우 입주자들이 입대의에 합의서 작성을 위임한 위임장에는 일조권 침해로 인한 손해에 관한 합의 권한을 위임한다는 내용은 없었다는 점 등을 들었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원고들이 C아파트 신축으로 인해 일조권을 침해당했는지 여부를 짚었다. 
일조권의 관련법리에 대해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동짓날을 기준으로 8시부터 16시까지 사이의 8시간 중 일조시간이 통틀어 4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 또는 9시부터 15시까지 사이의 6시간 중 일조시간이 연속해 2시간 이상 확보되는 경우에는 일단 참을 한도를 넘지 않는 것으로,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에도 속하지 않는 일조방해의 경우에는 일단 참을 한도를 넘는 것으로 봄이 타당하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원고들 아파트는 C아파트 건축 전에는 각 총 일조시간이 4시간 이상이거나 연속 일조시간이 2시간 이상으로 확보돼 일조권에 관해 보호받을 만한 충분한 생활이익이 형성돼 있었으나 C아파트 건축 후에는 각 일조시간이 감소해 총 일조시간이 4시간에 미치지 못하고, 연속 일조시간도 2시간에 미치지 못한다고 인정했다. 
이로써 “원고들 아파트는 C아파트 건축으로 인해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소유자의 참을 한도를 넘는 일조방해를 받고 있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원고들에게 일조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못 박았다. 
손해배상 범위와 관련해서는 원고들이 일조권 침해로 인해 입은 재산상 손해의 경우 일조방해로 발생한 원고들 아파트의 시가하락액 상당액이라고 판시했다. 다만 C아파트 착공 이전에 소유권을 취득한 원고들에 대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은 재산상 손해액의 70%로, C아파트 착공 이후에 소유권을 취득한 원고 12명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재산상 손해액의 60%로 제한했다. 
위자료 상당의 손해배상 책임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쾌적한 주거환경을 영위함에 있어서 일조가 갖는 중요성에 비춰 일조권의 침해가 참을 한도를 초과하는 상태에서 거주해온 원고들은 재산상 손해와는 별도로 C아파트 신축으로 인해 참을 한도를 넘는 일조권 침해로 일상생활을 함에 있어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게 된 것으로 보이고, 이는 재산상 손해의 전보만으로는 완전히 치유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위자료 액수에 대해서는 아파트별 일조방해의 정도, 기존 환경에서의 일조방해 정도, 원고들 아파트의 소유권 취득시기 등을 참작, C아파트 착공 이전에 소유권을 취득해 거주하고 있는 원고들의 경우 위자료 액수를 가구당 150만원, C아파트 착공 이후에 소유권을 취득해 거주하고 있는 원고들의 경우 가구당 100만원으로 책정했다. 
한편 이번 판결에 쌍방이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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