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악기·노래연습실
방음시설 갖춘 연주실에 전문 오디오룸까지
어르신 취미활동・음대 입시 등 활용도 높아

“우리 아파트에서는 마음껏 노래 불러도 됩니다.”

아파트에서는 감미로운 악기 연주 소리, 노랫소리도 층간소음으로 여겨질 수 있다. 폼 나는 연주나 노래 한가락도 ‘제발 하지 말아달라’고 경고를 받기 일쑤다. 이런 분위기에서 최근 커뮤니티 시설에 악기를 마음껏 연주하고 노래 연습도 당당하게 할 수 있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경주뉴센트로에일린의뜰 음악연주실 [사진: 아이에스동서]
경주뉴센트로에일린의뜰 음악연주실 [사진: 아이에스동서]

주택건축업체 아이에스동서는 주거 브랜드 에일린의뜰 아파트에 음악연주실을 마련하고 있다. 공동주택 특성상 소음 등 문제로 세대 안에서 악기를 자유롭게 연주할 수 없는 상황을 고려해 전문 방음시설과 악기를 갖춘 연주실을 조성했다. 음악이 취미인 입주민의 방음부스 설치와 악기 구매 부담을 경감한다는 취지다. 지난 6월 입주를 시작한 경북 경주뉴센트로에일린의뜰에 이어 내년 1월 입주예정인 울산 뉴시티에일린의뜰에도 음악연주실을 설치했다.

아이에스동서 관계자는 “다수가 함께 사는 공동주택인 아파트에서 악기를 연주하려면 별도 방음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이를 감안해 방음시설과 악기를 갖춘 음악 연주 공간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디에이치자이개포에 설치된 악기연주실 [사진: 현대건설]
디에이치자이개포에 설치된 악기연주실 [사진: 현대건설]

서울 강남구 디에이치자이개포에는 전문 방음시설을 갖춘 개인 음악 레슨실과 연주실이 설치돼 눈길을 끌었다. 이달 분양을 시작한 부산 남구 해링턴마레아파트도 노래연습실을 구축할 예정이다. 8월 분양한 서울 성동구 청계SK뷰아파트에는 악기연주실이 마련돼 있으며 최근 입주한 강남 개포자이프레지던트에도 악기연습실을 갖췄다.

부동산 디벨로퍼 아스터개발은 서울 강남구 카엘로아스턴논현을 통해 입주민이 층간소음 걱정 없이 취미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주거공간과는 별도의 공간인 ‘프라이빗 아틀리에’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 음악 연습실, 유튜브 스튜디오, 전문 오디오룸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처럼 악기연주실 등 음악연습실을 갖춘 아파트가 늘자 기축 아파트에 “활용도 낮은 커뮤니티시설을 음악연습실로 바꿨으면 좋겠다”는 입주민의 건의가 적지 않다. 경기 화성시 모 아파트 입주민은 온라인 카페에 “집에서는 층간소음 문제 때문에 연주 연습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면서 “아파트에 연습실을 만들어 사용료를 받고 예약제로 운영하면 편리하고 비용 문제도 없을 것 같다”는 글을 게시했다. 

서울 강동구 모 아파트 입주민도 “악기연습실이 생소할 수 있지만 강남권 프리미엄 신축아파트에 설치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악기연습실이 만들어진다면 입주민들은 취미생활을 할 수 있고 노래, 악기소리로 인한 소음 민원도 줄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글을 본 입주민들은 “드럼을 배우고 싶었는데 악기연습실에서 강습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 “소음 때문에 조심하며 음악활동을 하는 우리 집 아이도 좋아할 것 같다” 등의 찬성 의견을 전했다.

방배그랑자이 악기·노래연습실에서 입주민들이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
방배그랑자이 악기·노래연습실에서 입주민들이 합창 연습을 하고 있다.

◇층간소음 갈등 예방 역할 톡톡

곧 입주 4년 차를 맞는 서울 서초구 방배그랑자이아파트의 악기·노래연습실은 입주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공간이다. 내부 소리가 외부로 새 나가지 않도록 이중방음문이 설치돼 마음껏 악기를 연주하거나 노래를 부를 수 있다. 주 이용자는 취미로 악기연주나 성악을 하는 어르신과 대학 입시 준비를 하는 학생들이다.

노래방 기기가 설치된 방배그랑자이 노래연습실
노래방 기기가 설치된 방배그랑자이 노래연습실

 

방배그랑자이 음악연습실
방배그랑자이 음악연습실

악기연습실을 이용하려면 아파트 앱에서 예약하면 되며 외부인도 입주민과 동행하면 이용할 수 있다. 이용요금은 시간당 5000원. 과외 및 영리 목적의 대관 불가, 연습실 안에 주류나 음식 등 반입 금지 등의 이용수칙을 정해 다른 입주민에게 불편이 없도록 했다.

연습실을 자주 이용한다는 입주민 A씨는 “동호회 회원들과 합창 연습을 할 공간이 필요했는데 아파트 안에 연습실이 있어서 너무 기뻤다”고 웃음을 지었다. 이 아파트 문은희 관리사무소장은 “전에 근무했던 단지에서 음대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 때문에 층간소음 갈등이 있어 힘들었는데 이 아파트는 걱정이 없다”고 전했다. 그는 커뮤니티 운영업체와의 협업으로 인해 악기연습실을 포함한 모든 커뮤니티시설의 이용이 활성화돼 있다고 자랑했다.

방배그랑자이 커뮤니티시설 내부
방배그랑자이 커뮤니티시설 내부

김성년 아파트 커뮤니티팀장(더핌컴퍼니)은 “악기연습실 이용건수는 1주일 기준 약 20건 정도”라며 “노래방 기기가 설치된 노래연습실은 가족 단위로 이용하는 입주민이 많다”고 설명했다. 김 팀장은 “외부에서 코인노래방을 이용하던 자녀들이 친구들과 단지 내에서 놀 수 있어 안심된다는 점에서 입주민들의 만족도가 더욱 높다”고 덧붙였다.

아파트에 악기연습실을 설치해 놓고도 시설 이용률이 낮아 방치하거나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서울 강동구 A아파트는 분양 당시 악기연습실 설치를 홍보했으면서도 막상 입주 후에는 연습실이었다는 흔적도 없이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직원마저도 연습실로 분양 홍보를 한 지 몰랐다고 한다.

서울 서초구 B아파트는 10년 넘게 음악연습실을 운영하다가 2019년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문을 닫았다. 연습실이 활성화됐을 당시에는 입주민들이 모여 노래연습을 하고 행사를 여는 등 활기찬 장소였다고 한다. 

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지난해부터 연습실을 다시 열었지만 입주민의 이용률이 뚝 떨어져 예전만치 못하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내년에는 아파트 공동체 단체와 함께 음악연습실을 다시 활성화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연습실을 운영하겠다”고 전했다.

한 커뮤니티 시설 운영 전문가는 “시설을 짓기 전 입주예정자를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활용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연습실 이용률이 낮은 아파트의 관리사무소나 커뮤니티시설 운영업체는 시설이 방치되지 않도록 연습실 내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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