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소장이 재계약 앞두고 상품권 건넨 사실 드러나 논란
입대의 회장이 경찰 신고…지자체도 사실관계 확인 나서
경남지역 A아파트에서 재계약을 앞두고 한 관리사무소장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게 상품권을 건넨 사실이 드러나 최근 논란이 일고 있다. 관리업체는 ‘개인적 호의’라고 해명했지만 회장은 ‘재계약을 노린 뇌물’이라며 경찰에 신고했다. 지자체도 사실관계 확인에 나서며 파장은 커지고 있다.
이번 사건은 한 단지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국적으로 위탁관리 계약기간이 만료될 때면 금품·향응 제공, 특정 업체와의 사전 접촉, 경쟁업체의 과열 영업 등 각종 비리 의혹이 반복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재계약은 곧 단지 확보 경쟁이라는 인식이 고착돼 무리한 영업이나 과당 경쟁이 빈번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부에서는 업체 간 경쟁이 ‘치킨게임’처럼 변질됐다는 자조까지 나온다.
문제의 구조적 원인은 현행 공동주택관리법과 주택관리업자 선정 지침에 있다. 재계약 시 입대의 구성원 과반수 동의에 이어 전체 입주자의 과반수 찬성까지 받아야 하는데 이 규정이 입대의 구성원 개개인을 향한 실질적 ‘표 확보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본래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절차를 보장하기 위한 취지였으나 현실에서는 업체들이 입대의 구성원을 상대로 직접 접촉하며 설득·영업 경쟁을 벌이는 통로로 악용되고 있다는 것.
이 과정에서 현장은 사실상 전쟁터가 되고 있다. 계약 만료 시기가 다가오면 동대표를 대상으로 영업 행위가 공공연하게 벌어진다. 기존 업체는 계약을 지켜내기 위한 수성 경쟁을, 새 업체는 기회를 잡기 위한 탈환 경쟁을 치열하게 벌인다. 결국 재계약 여부는 주민 전체의 편익이나 서비스 품질이 아니라 누가 입대의 과반수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왜곡된 구조가 고착되는 셈이다.
현직 소장은 가장 불안정한 위치에 놓이게 된다. 재계약 여부에 따라 고용이 유지될지 새 일자리를 찾아야 할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경남의 B소장은 “재계약 시기가 다가오면 소장들이 사실상 고용 평가를 받는 상황이 벌어진다”고 말했다. 일부 소장은 입대의의 눈치를 보거나 때늦은 친분 쌓기를 시도하고 일부는 경쟁업체와 갈등에 휘말리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현장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심각하다. 부산의 C소장은 “입대의 구성원 과반만 확보하면 재계약이 가능하다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면서 특정 업체들이 동대표 개인을 대상으로 직접 영업을 펼치는 관행이 굳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향응·금품 제공을 시도하거나 반대로 경쟁업체를 밀어주는 것처럼 보이도록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등 왜곡된 행위가 발생하기도 한다. 익명 문자나 소문이 단지 전체로 퍼지며 입주민 갈등으로 비화되는 사례도 잦다.
경남지역 D소장은 “얼마 전 한 업체 영업관계자로부터 ‘3년 계약기간 중 1년 치 수수료에 해당하는 금액을 영업비용으로 투입해도 남는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이러니 위탁관리 수수료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고 관리계약을 둘러싼 비리가 근절되지 않는 것 같아 불쾌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불신과 오해가 반복되는 현행 구조를 그대로 둔다면 비슷한 논란은 언제든 재발할 수밖에 없다. 위탁관리 계약은 입주민의 관리비와 직결된 공적 계약인 만큼,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고 영업 행위에 대한 규제 강화를 통해 구조적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소장은 “제도적 개선도 중요하지만 업계 스스로 공정하고 투명한 영업활동으로 잘못된 관행을 버려야 한다”며 “입찰과 재계약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입주민이 충분한 정보를 기반으로 의사결정 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될 때 비로소 불신의 고리를 끊을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