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두의 법과 세상]
소규모 공동주택은 전문적인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경우가 많다. 건물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엘리베이터가 멈추거나 청소가 이뤄지지 않는 등, 입주민들의 일상적인 주거 생활마저 위협받고 있다. 이러한 관리의 부재는 단순히 편의의 문제를 넘어, 건물의 안전 문제나 자산 가치 하락과도 직결된다. 전문적인 관리주체가 부재하고, 구분소유자들의 관심이 낮은 상황에서 소규모 공동주택은 관리의 공백 상태에 방치되기 쉽다.
이러한 소규모 공동주택의 관리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합관리의 도입이 필요하다.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처럼 하나의 건물이나 단지별로 관리인력을 채용해 상주시키는 게 아니라 여러 동의 소규모 공동주택을 하나의 관리인력이 통합해 순회하며 관리하는 것이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은 의무관리대상 단지에 대해 단지별 관리 시스템 구축을 사실상 강제하므로 이러한 통합관리가 어렵다. 그러나 비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의 관리에 대해서는 집합건물법이 적용되며, 건물별로 관리인력을 상시 배치할 의무가 없다. 오히려 개별 소규모 공동주택이 각 분야의 관리인력을 모두 배치하는 것은 관리비의 상승을 초래해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고, 건물의 규모를 고려할 때 그 필요성도 크지 않다.
소규모 공동주택을 통합관리하게 되면 그동안 전문 관리의 혜택을 받지 못했던 입주민들도 합리적인 비용으로 전문적인 관리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소규모 빌라 등을 대상으로 통합관리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긍정적인 신호이다. 관리산업이 소규모 공동주택 영역까지 진출하게 되면, 체계적인 관리 서비스를 통해 입주민들의 삶의 질은 향상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소규모 공동주택이 이러한 산업의 영역으로 편입될 때 비로소 관리 현황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또 국가나 지자체가 소규모 공동주택의 관리를 위한 실효성 있는 정책을 펼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현재는 소규모 공동주택의 현황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아 지자체에서 시혜적인 방식으로 일부 지원을 제공할 뿐,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못한 실정이다.
그렇다면 소규모 공동주택의 통합관리를 활성화하는 방안은 무엇인가? 현재 가장 큰 장애물은 위탁관리계약의 체결 과정에 있다. 관리회사가 통합관리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서비스를 제공할 개별 공동주택의 대표자와 각각 위탁관리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소규모 공동주택의 위탁관리계약 내용이 비교적 단순하더라도 계약의 주체가 될 대표자(관리인 또는 입대의 회장)가 선출돼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입주민들의 무관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집합건물법상 관리단집회를 소집하고 결의를 성립시키는 절차가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위탁관리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입주민들의 의사를 모으기 쉽지 않다.
관리회사의 시각에서 보자. 100세대의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은 입대의 회장 1인과 계약을 체결하면 되지만 20세대 규모의 소규모 공동주택 5개 동을 통합관리하기 위해서는 5건의 위탁관리계약을 별도로 체결해야 한다. 영업을 위한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이러한 구조에서는 관리회사들이 소규모 공동주택을 위한 통합관리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소규모 공동주택의 관리에 적용되는 집합건물법에 위탁관리계약 체결을 위한 결의 요건을 현실에 맞게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입주민의 과반수 서면동의가 있다면 위탁관리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예외를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 지자체가 단순히 시범사업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관리회사의 정보를 입주민에게 제공하고 양측이 원활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중개하거나 지원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 공유주차제도 등을 도입해 소규모 공동주택 주차장의 유휴 공간에서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관리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 역시 통합관리제도의 정착을 돕는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