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아파트 엿보기 (9)프랑스 마르세유 ‘유니테 다비타시옹'
제2차 세계대전 후 극심한 주택난 해결 위해 1952년 완공
당시로선 파격적 주거형태…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마르세유는 프랑스 남부에 위치한 아름다운 항구 도시로 프랑스에서 파리 다음으로 큰 도시다. 롱샴 궁전, 노트르담 드 라 가르드 성당 같은 관광 명소를 갖고 있다. 마르세유를 더 진득하게 즐기고 싶은 여행객들은 투박하고 오래된 건물 한 곳을 찾는다고 한다. 화려한 유적지는 아니지만, 건축사에 한 획을 그은 ‘유니테 다비타시옹(Unite d’habitation)’이 바로 그것이다.
이 건축물은 1952년 완공됐다. 당시 프랑스는 제2차 세계 대전으로 인해 극심한 주택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생활 기반이 파괴된 가운데 많은 사람이 도시로 대거 이주했으나 이들을 감당할 주택은 턱없이 부족했던 것.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안된 것이 바로 유니테 다비타시옹이다. 총 12층에 337세대가 입주할 수 있으며 다양한 상업시설까지 들어섰던 이 건축물은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주거 형태였다. 2016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유니테 다비타시옹은 현대건축에 지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일부 건축가는 유니테 다비타시옹이 단순히 많은 사람을 수용하는 건축물에 그치지 않고 입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에 방점을 뒀다는 점에 주목한다. 이 아파트는 입주민을 위한 공용공간을 마련해 공동체 활성화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옥상에 유치원과 아이들을 위한 수영장을 뒀으며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운영 중이다. 다만 마트, 세탁소, 미용실 등의 상업시설이 들어있던 7~8층은 이용률이 저조해 현재는 대부분 오피스 공간으로 바뀌어 활용되고 있다.
이 혁신적인 건축물을 설계한 인물은 누구일까. 바로 모더니즘 건축의 아버지라 불리는 건축가 르 코르뷔지에다. 그는 건축을 규격화하면 효율적으로 양질의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런 건축 철학은 추후 각국의 수많은 아파트와 도시 계획 등에 반영됐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1962년 완공된 최초의 아파트 단지 마포 아파트 역시 이 아파트의 개념을 받아들여 설계, 건축됐다.
한국 현대건축을 대표하는 건축가 김중업은 프랑스에서 르 코르뷔지에의 지도를 받기도 했다. 김중업의 성실함과 실력에 반해 그를 아낀 르 코르뷔지에는 김중업의 귀국을 만류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국으로 돌아온 김중업은 스승의 추천으로 한 건축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는데 이 건물이 바로 한국 현대건축의 걸작이라 평가받는 주한 프랑스 대사관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