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아파트 엿보기] ⑤이탈리아 밀라노 ‘보스코 베르티칼레’
아파트 전체에 다양한 수목 심어
온도 저감・열섬 완화 효과 뛰어나

보스코 베르티칼레의 전경/출처:Stefano Boeri Architetti
보스코 베르티칼레의 전경/출처:Stefano Boeri Architetti

아름다운 아파트 조경을 위해서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탈리아 밀라노의 아파트 ‘보스코 베르티칼레(Bosco Verticale)’는 이런 통념을 뒤집고 아파트 전체를 녹음으로 물들였다.

‘수직 숲’이라는 뜻의 보스코 베르티칼레는 80m, 120m 높이의 두 건물로 구성돼 있다. 800그루의 나무, 4500그루의 관목 등이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식물의 종류는 햇빛의 노출방향, 발코니 구조, 입주민들의 건강 및 정서적 영향 등을 고려해 결정됐다. 2년간 식물 생태학자들의 자문을 받아 수종을 선정한 것은 물론 미세 기후와 습도 분석 등을 진행해 모기 등 해충은 억제하고 생물 다양성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식물이 차지하는 공간은 고작 1000㎡이지만 평지에 심는다면 약 5ha, 즉 5만㎡(약 1만5000평)에 달한다.

보스코 베르티칼레의 내부/출처:Stefano Boeri Architetti
보스코 베르티칼레의 내부/출처:Stefano Boeri Architetti

이 아파트는 독특한 수목 관리로도 유명하다. 수목들은 아파트의 일부이고 도시의 공공 자산이므로 입주민이 임의로 제거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 플라잉 가드너라는 전문 식물 관리팀이 모든 수목의 관리를 전담한다. 이들은 연 2회 로프를 타고 외벽을 오르내리며 식물들을 검진하고 손질한다. 식물에는 지하수나 생활폐수의 재활용수가 공급되며 옥상의 태양광 패널은 물 공급을 위한 전기를 생산한다.

친환경 아파트라는 칭호는 당연한 일. 나무 그늘과 증산작용 덕분에 습도도 낮아지고 건물 표면 온도는 최대 30℃까지 낮아진다. 덕분에 실내 온도 역시 2~3℃ 낮아져 냉방 수요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도시 차원에서도 열섬현상 완화에 기여하고 있다. 유럽우주국이 2022년 위성으로 측정한 도시 표면 온도 분석 결과 이 아파트는 대형 녹지공간인 셈피오네 공원과 유사한 온도 저감 효과를 나타냈다. 그 덕분에 보스코 베르티칼레는 2014년 ‘국제 고층건물상’, 2015년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로부터 ‘세계 최고의 고층건물상’을 받았다.

설계를 맡은 이탈리아 건축가 스테파노 보에리는 “살아있는 자연이 건물 설계의 핵심”이라며 “식물과 동물은 장식이 아니라 건축 언어에 본질적으로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