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연휴에 부모님 댁에 갔다가 어머니가 거실에서 방으로, 방에서 주방으로, 주방에서 발코니로 종종걸음을 치며 걸어 다니시는 모습을 봤다. 어머니에게 “왜 그리 돌아다니시느냐”고 물었더니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얼마 전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던 일을 겪은 뒤 다리에 힘을 기르려고 그러신다는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노인 인구의 증가와 함께 낙상 사고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낙상의 이유는 여러 가지다. 대부분 바닥이 미끄럽거나 장애물에 다리가 걸려서 넘어지는 경우다. 또 어두운 상태에서 이동하거나 화장실에서 욕실화를 신다가 넘어지는 것처럼 부주의로 낙상을 당하는 경우도 많다. 이처럼 환경적 요인이 낙상의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가 꽤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체, 즉 다리 근력이 부족한 것도 주요한 원인이다. 연구에 따르면 다리 근력이 약한 사람들은 균형을 유지하기 어려워 낙상 위험이 커진다. 한 연구는 노인의 경우 하체 근력이 1% 감소할 때마다 낙상 위험이 2% 증가한다고 했다. 이를 감안하면 다리 근력을 강화하는 것이 낙상 예방에 매우 중요한 것이다.

미국에서는 고령자들의 낙상 예방을 위해 국가 차원에서 여러 가지 정책과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서는 ‘노인 사고 방지 프로그램(STEADI: Stopping Elderly Accidents, Deaths & Injuries)’을 운영하면서 고령자들의 낙상 위험을 평가하고 예방 정보를 제공한다. 주목할 점은 낙상 예방 전략 중 하나로 물리적인 환경 개선 방법과 함께 하체 근력 강화 운동 프로그램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정보는 주로 영상으로 제작돼 고령자들이 다양한 상황에서의 낙상 예방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우리 보건복지부에서도 전국적으로 고령자 낙상 예방 교육 및 운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의 보건소와 복지관을 중심으로 낙상을 위한 다양한 교육이 진행된다. 주로 균형과 근력을 강화하는 운동과 낙상의 위험 요소를 인식하고 개선하는 방법을 교육한다. 많은 보건소가 직접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는 경로당으로 찾아가 낙상 예방 교육과 운동 방법을 알려주기도 한다. 노인들의 외출이 어렵거나 단체 교육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럴 때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하체 근력 강화 운동이 많다. 

첫째, 스쾃이다. 팔을 편안하게 늘어뜨리거나 팔짱을 끼고 발을 어깨너비로 벌린 상태에서 무릎을 굽히며 앉는 자세를 취한다. 무릎이 아프거나 중심 잡기가 어렵다면 의자를 엉덩이 뒤에 두고 앉았다 일어나는 동작을 반복하는 것이 좋다. 

둘째, 발끝으로 서서 천천히 뒤꿈치를 들어 올리는 종아리 올리기 동작이다. 편안하게 선 자세에서 시도하되 평소 어지럼증이 있거나 균형을 잡기 어렵다면 양팔로 벽을 짚고 하는 것을 추천한다. 

셋째, 제자리 걷기다. 양팔을 자연스럽게 흔들면서 한 번에 5~10분씩 실시한다. 집 안을 왔다 갔다 하면서 걷는 것도 좋다. 다만 바닥의 장애물이 있으면 오히려 위험할 수 있다. 반드시 방바닥에 밟고 미끄러질 수 있는 물건 등을 미리 정리한 뒤 실시하도록 한다. 

넷째, 다리 들어 올리기 운동이다. 의자에 앉아 등을 바르게 세우고 다리를 천천히 위아래로 움직인다. 한 쪽씩 번갈아 하다가 두 다리를 동시에 들어 올리는 동작으로 넘어가도 좋다. 다만 다리를 들어올리기 어려울 때는 손으로 다리를 드는 동작을 돕거나 상체 뒤로 손을 짚고 하는 것이 좋다. 

이런 운동들은 매우 간단해서 집 안이나 야외 모두 실시할 수 있다. 횡단보도 앞이나 승강기를 기다리는 짧은 시간을 활용하기만 해도 충분하다. 우리 몸은 움직이지 않으면 계속 퇴행할 수밖에 없다.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근력이 감소하는데 이런 하체 근력 강화 운동을 통해 평소 예방한다면 건강한 신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조 현 주 l 한국편의증진연구원(코이지) 대표. 시니어 대상 홈케어 콘텐츠・플랫폼 개발. 저서 ‘부모님을 위한 나들이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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