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지인의 부친이 샤워 후 바닥이 젖은 욕실에서 미끄러지셨다는 낙상사고 소식을 들었다. 지인은 외동인 데다 해외 파견 근무 중이라 혼자 사는 부친을 당장 도와드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부친의 사고 소식도 이미 회복이 끝난 다음에야 알 수 있었다고 한다. 먼 데서 사는 자식이 걱정할까 봐 일부러 알리지 않으신 것이다. 다행히 그의 부친은 사고 직후 엉금엉금 기어 겨우 전화기로 아파트 바로 옆 동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통계청 노인인구 추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당장 내년에 국민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역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10가구 중 3가구는 혼자 사는 1인 가구다. ‘몸이 아플 때 도움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는 질문에 1인 가구 67.8%가 그렇다고 응답했다.
고령자가 많아지고 혼자 사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있으니 요즘 사회복지 분야에서는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와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라는 개념이 자주 들려온다.
보건복지부가 2018년에 발표한 지역사회통합돌봄 기본계획을 보면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뜻하는 커뮤니티 케어와 ‘지역사회 계속거주’라는 의미의 에이징 인 플레이스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계획은 민간을 활용해 케어서비스를 제공하되 지역사회와 연계해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추진된다. 즉 내가 살던 지역사회에서 사람들과 함께 어울려 살며 사회적 고립이 동반되고 비용이 부담되는 불필요한 입원을 줄이는 대신 각자에게 필요한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 지원 등 서비스를 보편적으로 실시해 늘어나는 노인 인구와 가족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지역 주도형 사회서비스정책이다.
복지부는 병원의 서비스 전문화 등 커뮤니티 케어 정착을 위한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지자체에서도 관련 정책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다양한 자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시범사업지역이었던 광주 서구에서는 대상자들의 전화기에 일정 기간 수신과 발신 등 통신 이력이 없거나 장시간 전원이 꺼져 있을 경우 동 행정복지센터 담당 직원에게 실시간으로 안부 확인 알림이 통보되는 모바일안심케어서비스가 운영됐다.
농어촌지역을 중심으로는 홀몸어르신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홀몸어르신 공동주거시설도 늘어나는 추세다. 농어촌지역뿐 아니라 도시지역에도 이런 시설들이 도입되고 있다. 얼마 전 서울 마포구에서는 ‘효도숙식 경로당’이라는 이름으로 저소득 독거노인의 열악한 주거환경과 고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노인공동생활 시설이 문을 열었다.
앞서 소개한 지인은 이 사건 이후에 혼자 사는 부친의 주변 지인들과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경비실, 자주 다니는 의원에 본인의 연락처를 공유했다고 한다. 또한 119안심콜 서비스를 신청하고 집안 내부에 비상벨시스템과 연동되도록 설치했다. 119안심콜이란 장애인, 고령자, 홀몸어르신 등에게 위급상황 발생 시 구급대원이 질병 및 특성을 미리 알고 신속하게 출동해 맞춤형으로 응급처치와 병원 이송이 가능한 서비스다. 119안전신고센터(www.119.go.kr) 에서 신청할 수 있고 보호자나 대리인도 신청이 가능하다.
지인의 부친은 혼자 사는 노인이 집 안에서 사고를 당하거나 평소에 도움, 돌봄이 필요할 때 지역에서 이웃들이 서로를 돌봐 줄 수 있도록 최소한의 장치를 개인적으로 만든 셈이었다. 정부의 정책이 보편적으로 자리 잡기 전까지 이런 방식이 도시의 아파트 주거문화에서 잘 정착될 수 있도록 몇 가지 안전장치를 소개한다.
첫째, 위급 시 10분 안에 달려와 줄 수 있는 가까운 이웃과 연락처를 공유한다. 둘째, 집 안에 비상호출이 가능한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휴대전화, IPTV 등 위급상황 발생 시 비상연락처에 119안심콜 등 자동 연결되는 서비스를 이용한다. 셋째, 인근 보건소나 행정복지센터에 비상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있는지 문의하고 신청한다.
요즘 분양되고 있는 시니어를 위한 주거시설들을 보면 기본적으로 집안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침실, 화장실을 위주로 호출시스템이나 비상상황 알림시스템이 도입되고 있다. 이제 아파트 자치회에서 위급상황이 발생한 입주민들을 위해 세대와 관리사무소를 연결하거나 외부 의료기관, 사회복지기관과 연결하는 SOS응급콜 시스템을 갖출 수 있다. 예전의 방범, 소방 같은 돌봄 조직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방식이다. 그렇게 된다면 초고령 사회, 커뮤니티 케어 시대에도 큰 걱정 없는 아파트 생활이 가능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