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창고의 진화
캠핑・스포츠 등 취미 활동 늘며 용품 처치 곤란해져
건설사들 특화설계로 ‘세대 창고’ 내세운 분양 인기
설치전 지차체 확인 필요…설치후 입주민 관리 필수
골프, 테니스 등 각종 스포츠와 캠핑을 즐기는 인구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부피가 큰 용품을 보관할 수 있는 세대별 창고가 덩달아 뜨고 있다. 지하주차장이나 각 층, 현관 옆 여유공간을 세대당 1~1.5㎡가량의 수납공간으로 제공하는 방식이 2020년 전후로 등장해 이후 확산하는 중이다.
한국무역통계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캠핑 인구는 2022년 기준 700만 명으로 2019년 530만 명과 비교해 32% 증가했다. 관세청은 야외 레저활동인 등산 관련 용품 수입이 2022년 1~10월 4300만 달러로 2021년 연간 수입액인 2900만 달러를 넘어섰다고 발표한 바 있다. 레저가 아니어도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 기후 특성상 계절 가전이나 용품 등 보관해야 할 짐이 적지 않다.
부피가 큰 장비는 점점 늘어나는데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점은 공동주택 입주민들의 고민거리다. 이에 건설사들은 특화설계의 일환으로 세대별 창고를 내세워 아파트를 분양하는 추세다. 대지 한계로 세대 내에 수납공간을 만들기 어려운 재건축 또는 재개발 단지나 소형 평수가 많은 단지의 경우 세대 창고에 대한 수요가 높다.
올해 11월 입주 예정인 경북 포항펜타시티대방엘리움퍼스티지는 세대별로 이용 가능한 창고를 제공해 분양 당시 호평을 받았다. 이 아파트의 창고는 각 층의 공용홀에 마련된다.
경기 파주 운정신도시디에트르더클래스와 운정신도시디에트르라포레는 약 4.6㎡ 규모의 세대별 창고를 현관 옆에 배치해 쉽게 물품을 넣거나 꺼낼 수 있도록 했다.
연무동복합개발은 경기 수원시 서광교한라비발디레이크포레에 세대별 맞춤형 창고를 도입한다. 단지 내 대형 창고를 ‘비스포크 스토리지’라는 이름을 붙여 각 층의 세대별 현관 앞에 설치한다.
세종 A아파트 입주민은 “유아 미끄럼틀 등 부피가 큰 물품들을 보관할 수 있어 유용하다”며 “우리 아파트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서울 B아파트 입주민은 “주변 단지에 세대별 창고가 있어 활용도가 높아 보인다”며 “세대별로 비용을 부담해서라도 우리 아파트의 방치된 공간에 창고를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부러워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단지별로 특화설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세대 창고는 프리미엄 단지를 가르는 기준 중 하나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세대별 창고 잘 활용하려면?
기축 아파트 입주민의 세대별 창고 설치 요구가 적지 않다. 공동주택관리법 등 관계법령에 따라 용도가 있는 공간을 세대별 창고 설치 장소로 활용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먼저 창고 설치가 적법한 행위인지 살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2022년 7월 세대별 창고가 주민공동시설에 해당할 경우 행위허가·신고로 지하층에 창고를 설치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하지만 국토부는 지하층을 대피시설로 사용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유지관리해야 하고 세대별 창고가 주민공동시설, 주민복리시설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업계획승인권자가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지자체의 해석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경기 김포시 모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지하주차장 피트공간에 세대별 창고를 설치해달라는 입주민의 요구에 따라 관할 지자체에 설치가 가능한지를 질의했으나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세대별 창고를 전용공간으로 보고 공용부분인 지하주차장 피트에 설치할 수 없다고 본 것. 이처럼 세대별 창고를 설치하기 전 관할 지자체에 확인하는 절차를 꼭 거쳐야 한다. 소방시설이 없는 공간에 창고를 설치하는 등 관계법령을 위반하는 행위인지도 살펴야 한다.
세대별 창고를 설치했다면 이후 또 다른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창고 대부분이 철제선반 형식이고 지하에 설치돼 있어 결로, 누수, 습기, 방범 등 관리 문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세대별 창고가 있는 일부 아파트에서는 “캠핑용품을 보관했는데 곰팡이가 생겼다”, “악취가 나서 보니 창고 바닥에 강아지 소변이 있었다”는 불만이 쏟아진다. 창고를 이용하는 입주민이 스스로 습기제거제를 사용하고 청소를 자주 하는 등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세대별 창고 수가 전체 세대수보다 적은 단지의 경우 이용자를 선정하는 것도 고민거리다. 창고 수에 비해 수요가 많으면 창고를 이용하지 못하는 입주민들의 불만은 관리사무소로 향한다. 이때 추첨 및 계약기간 설정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다. 서울 C아파트는 지난해 9월 세대별 창고를 설치해 추첨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용료는 월 1만 원 수준으로 6개월 단위로 계약한다. 혹시 모를 화재 등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위험 물품은 보관하지 않도록 하고 계약 시 이용약정을 체결한다.
한 관리사무소장은 “세대별 창고로 인한 민원과 갈등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신청 때부터 사용수칙을 명시해야 한다”며 “세대별 편의를 위한 시설인 만큼 입주민의 개별적인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