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 동의 없이 제공했다가 처벌받은 사례 보니…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이 단지 내에 설치된 CCTV 영상을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입주민에게 제공했다가 처벌받았다는 소식이 지속적으로 들려오고 있다. 

아파트에는 방범, 화재예방 등 여러 상황을 확인하기 위해 CCTV가 단지 곳곳에 설치돼 있다. 하지만 CCTV에 촬영된 영상은 자칫 사생활을 침해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어 CCTV 영상에 대한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공동주택의 개인정보처리자인 소장 등이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제3자에게 영상을 제공한다면 개인정보보호법상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공동주택에서 개인정보와 관련해 처벌받은 사례를 살펴본다.
 

“입대의 임원 요구에…” CCTV 영상 제공한 소장 벌금 30만 원, 집유 1년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판사 심학식)은 최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경기 광명시의 한 아파트 소장 A씨에게 30만 원의 벌금형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소장은 2019년 7월경 입대의 총무이사인 B씨로부터 동대표 경선과정이 찍힌 CCTV 영상을 보여 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에 A소장은 전기과장 C씨로 하여금 B씨에게 영상을 보여줬다가 고발당했다. 재판에서 A소장은 “사건 당시 CCTV 영상을 제공한 것은 C씨였다”면서 자신은 C씨에게 이를 지시하거나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항변했다. 

C씨는 “B씨가 ‘소장이 CCTV 열람을 승인해줬다’고 말했다”며 “A소장은 평상시 동대표들이 CCTV 열람을 요청하면 언제든지 보여주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했다. 반면 이 아파트에서 퇴직한 한 관리직원은 “CCTV 열람을 계속해주고 있었는데, A소장이 회의에서 이를 보여주지 말라고 지시한 사실이 있다”며 “이후 동대표 한 명이 찾아와 ‘왜 CCTV 보는 것을 막느냐’고 따진 적이 있다”고 증언했다.

심 판사는 “A씨는 소장으로서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C씨로 하여금 CCTV 영상을 제공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A소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심 판사는 “A소장에게 입주민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CCTV 영상을 타인에게 무단으로 제공한 것은 책임의 정도가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심 판사는 다만 “A소장이 초범인 점, 아파트 동대표 선거와 관련해 부정행위가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B씨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해 이 사건에 이르게 된 점 등을 참작해 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입주민 CCTV 영상 주고받은 소장·입대의 회장 벌금 100만 원

부산지방법원(판사 김유신)은 개인정보보호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부산 북구의 한 아파트 소장 D씨와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E씨에게 각각 1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입대의 회장 E씨는 2018년 8월과 11월경 두 차례에 걸쳐 자신에 대한 불리한 내용이 담긴 동의서를 받은 입주민의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을 D소장에 요청했다. 이에 D소장은 관련 CCTV 영상을 A4용지로 출력해 E회장에게 전달했다가 고발당했다. 

김 판사는 “개인정보처리자로서 정보주체의 동의를 받지 않고 CCTV 영상 등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고 제공받아서는 안 된다”며 형을 선고했다.
 

입주민의 CCTV 영상 요구, 관리사무소에서는?

입주민이 승강기 내부, 아파트 현관 등에 설치돼 있는 CCTV에 촬영된 영상을 요구한다면 관리사무소는 이를 제공하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까.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올해 1월 발간한 ‘공동주택 개인정보보호 상담사례집’에 따르면 개인정보보호법상 영상에 나오는 당사자인 정보주체는 본인이 나온 영상에 대해서만 개인정보처리자에게 요구할 수 있다. 이때 개인정보처리자는 영상을 요구한 사람이 본인이거나 정당한 대리인인지를 주민등록증·운전면허증·여권 등의 신분증명서로 확인해야 한다. 

입주민이라도 다른 사람이 담긴 영상은 열람할 수 없다. 개인정보처리자는 영상을 먼저 확인한 후 정보주체와 제3자가 함께 나오는 부분이 있다면 제3자를 알아볼 수 없도록 모자이크, 마스킹 등으로 비식별 처리한 뒤 영상을 제공해야 한다. 

CCTV 영상에 나오지 않는 제3자가 요청할 경우 개인정보처리자는 영상에 등장하는 정보주체의 동의를 얻어야 영상을 보여줄 수 있다.
 

전문가가 설명하는 제공 원칙 

장혁순 변호사(법무법인 은율)는 “소장은 개인정보처리자로서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면 안 된다”면서 “당사자의 동의가 있으면 가능하지만, 동의가 없는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입주민이 수사기관에 증거자료 제출 목적으로 CCTV 자료를 요청한 경우라도 동의 없이 이를 제공했다면 정당한 사유 없이 제공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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