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춘의 집합건물 분쟁 해법]

김재춘 변호사
김재춘 변호사

집합건물에서 관리회사가 시행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건물관리를 하고 있는데 선출된 관리인이 관리회사에 퇴거를 요구할 때, 관리회사는 퇴거해야만 할까.

집합건물의 관리단 분쟁사례다. 건물관리를 하는 A주식회사는 집합건물의 분양자(시행사)와 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하고 건물관리를 하고 있었다. 수분양자들이 관리단 집회를 개최해 선출된 관리인 갑이 A주식회사를 인정하지 않고 새로이 B주식회사와 건물관리계약을 체결하고 A주식회사에게 건물관리인계를 요청했다. A주식회사는 자신에게 건물관리권한이 있다고 하면서 관리인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다.

구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 관한 법률(2020. 2. 4. 법률 제16919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9조의 3 제1항은 ‘분양자는 제23조 제1항에 따른 관리단이 관리를 개시할 때까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 건물과 대지 및 부속시설을 관리해야 한다’고 돼 있어 이 조항을 근거로 분양자가 관리회사와 건물관리위탁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러한 규정을 둔 취지를 보자. 집합건물에 구분소유관계가 성립돼 관리단이 당연설립됐더라도 관리인선임 등 관리업무를 수행할 조직을 갖춰 관리를 개시하기 전까지는 현실적으로 관리단이 집합건물에 관한 구체적인 관리업무를 수행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그에 따른 집합건물의 관리공백을 막으려는 것이다. 

다만 분양자가 집합건물을 장기간 관리함으로써 관리에 관한 사항을 독단적으로 처리해 구분소유자들의 집합건물의 관리에 관한 권한을 침해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관리단이 관리를 개시할 때까지’라고 한시적 제한을 뒀다. 그에 따라 동조 제3항은 ‘분양자는 예정된 매수인의 2분의 1 이상이 이전등기를 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구분소유자가 규약설정 및 관리인 선임을 하기 위한 관리단 집회를 소집하지 않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이를 위한 관리단 집회를 소집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무한정 관리인이 선임되지 않는 폐단을 방지하려는 것이다. 

결국 위와 같은 집합건물법의 규정을 본다면, 사안에서 관리단 집회를 열고 관리인까지 선임돼 관리권한 인계를 요청하는 경우 A주식회사는 관리단의 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 숨은 쟁점이 하나 있다. 분양자가 이 사건 집합건물을 분양하면서 분양계약서에 ‘입주지정일 이후에는 분양자가 지정한 관리주체가 최초 5년간 관리운영한다’라는 내용을 포함해 분양계약을 체결했다. 나아가 수분양자들로부터 ‘분양자와 A주식회사 사이의 관리위탁계약을 인정한다’는 내용의 관리동의서까지 추가로 받은 사실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대법원은 구 집합건물법 제41조에 따라 구분소유자 5분의 4 이상의 동의를 받아 서면결의를 한 것으로 보고, 관리회사의 손을 들어줬다(대법원 2006 12. 8. 선고 2006다33340 판결 참조). 이와 같은 종래의 판례에 따른다면 이 사안의 경우에 있어서도 역시 A주식회사는 분양자와 체결한 관리위탁계약의 효력을 구분소유자들의 서면결의를 받은 것으로 보고 관리단에 주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은 위와 같은 분양계약서와 관리동의서에 대해 이러한 판결을 내렸다. ‘분양자의 관리기간 동안 분양자가 지정한 위탁관리회사가 위탁관리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구분소유자들이 승인한다는 취지로 해석해야 하고, 관리단이 관리를 개시한 이후에도 분양자가 체결한 관리위탁계약의 효력을 인정한다는 취지로 해석해 관리단의 관리권한을 제한할 수는 없다.’ 그 근거는 ‘분양자와 수분양자 사이의 구분건물 매매를 주된 목적으로 하는 분양계약에서 분양 이후 건물관리에 관한 내용을 정하는 것은 분양계약의 부수적 약정에 불과한데, 이러한 부수적 약정의 내용을 구 집합건물법 제9조의 3에 우선해 해석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대법원 2022. 6. 30. 선고 2020다229192, 229208 판결 참조). 

위 대법원 판결은 향후 집합건물과 관련한 건물관리위탁계약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많은 집합건물에서 사안의 경우와 같이 분양계약서에 분양자로 하여금 건물관리권한을 일정기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을 두고 있었다. 이것을 구분소유자들의 서면결의로 인정함으로써 수분양자들이 분양자와 연결된 관리회사를 ‘울며 겨자 먹기’로 쓸 수밖에 없었다. 그로 인해 비싼 관리비를 내야 하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결국 A주식회사는 관리단을 상대로 한 용역비 청구소송에서 패소하게 됐다. 그렇다면 A주식회사는 건물관리를 한 용역비를 누구로부터 받아야만 할까. 다시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긴다. 

 


김 재 춘  l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국토부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 부위원장, 법무부 상가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위원, LH 법률고문, 대한변호사협회 법제위원, 서울지방변호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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