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지법, 피해 경미한 점 참작 ‘벌금형 선고 유예’

 

동대표 선거 전날 ‘선거관리위원회 해촉에 관한 주민서명’ 안내문이 각 가구 우편함에 투입되자 이를 수거하려 한 선관위원장이 ‘절도죄’로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인천지방법원 형사12단독(판사 김성은)은 최근 인천 남동구 모 아파트 선관위원장이었던 A씨에 대해 절도죄를 적용, 30만원의 벌금형 선고를 유예했고 이는 그대로 확정됐다. 
공소사실에 의하면 A씨는 지난 2018년 6월경 각 가구 우편함에 투입된 ‘선관위 해촉에 관한 주민서명’ 안내문이 담긴 봉투 약 10개를 몰래 꺼내간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봉투를 우편함에서 확인하고 다시 우편함 위에 뒀으므로 절취한 사실이 없으며, 봉투가 투입된 우편함 각 가구 입주민들이 봉투의 회수에 사후적으로 동의했으므로 본인의 행위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면서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선관위 위원장의 업무로 인한 정당행위”라고 주장했다.  
봉투 안의 안내문은 당시 입대의 감사의 지위에 있었던 피해자가 선관위 업무집행자들에 대한 반대의견을 담고 있는 내용으로서, 입주민들에게 배포하기 위해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법원은 “봉투가 아파트 입주민의 우편함에 투입되는 순간부터 각 입주민에게 그 점유가 있고, 작성자인 피해자 또는 각 입주민의 소유이므로 타인 소유의 재물에 해당한다”면서 “A씨가 피해자 및 각 입주민의 점유를 배제하고 자신의 점유로 옮긴 것은 절도죄에서 규정하는 절취 행위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아울러 “절도의 고의는 타인이 점유하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다는 인식과 의사를 의미한다”며 “A씨가 이러한 사정을 인식하고 가구별 우편함에 투입된 봉투를 가져간 이상 절도죄의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또한 “A씨가 봉투를 가져간 것은 안내문에 선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자신을 비롯해 선관위가 해촉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고, 사건 다음날이 동대표 선출 선거일이었으므로 안내문이 선관위 업무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해 이를 입주민들이 읽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이 같은 목적이 있는 한 봉투 및 안내문은 A씨에게 주관적인 가치가 있는 문서에 해당하고, A씨가 피해자 및 각 가구 입주민들로부터 점유 이전에 관한 명시적 또는 묵시적 동의 없이 임의로 가져가 권리자를 배제한 이상 불법영득의 의사도 충분히 인정된다”고 밝혔다. 
입주민들의 사후적 동의가 있었으므로 위법하지 않다는 A씨 항변에 대해서도 “A씨가 봉투를 취거할 당시에 점유 이전에 관한 소유자 및 점유자의 명시적·묵시적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 한 범죄 성립에 장애가 되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당행위 여부 역시 인정하지 않았다. 법원은 ▲입주자들이 자신의 의견을 담은 문서를 다른 입주자의 우편함에 넣을 경우 반드시 관리사무소장의 허가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령 소장의 허가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우편함에 투입돼 각 입주민의 점유 아래에 있다고 보이는 안내문을 관리주체가 아닌 A씨가 선관위원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임의로 수거할 권한은 없는 점 ▲봉투 및 안내문이 공동주택관리법령 및 관리규약에서 규정하는 ‘광고물, 표지물 또는 표지’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다음날이 동대표 선출 선거일이더라도 안내문이 이미 각 입주민 우편함에 투입된 후에 A씨가 자력으로 공고문을 수거해야 할 긴급한 필요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데도 A씨는 공식적으로 입대의나 관리사무소에 시정을 구하거나 안내문을 회수할 것을 요청하는 등의 법적 절차를 취하지 않은 채 임의로 회수했던 점 등을 종합해 이 같이 판단했다.
법원은 다만 A씨는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아파트 입주민들이 A씨가 봉투를 가져갔더라도 이에 사후적으로 동의한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를 작성해 제출한 점, 범행으로 인한 피해가 경미한 점 등을 참작해 벌금형 선고를 유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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