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주민에게 돌려줘” VS “시설물 설치비 보상”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아파트 측에서 테니스장을 폐쇄한 모습. 테니스 동호회가 일방적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 갈등이 불거졌다.
올해 초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아파트 측에서 테니스장을 폐쇄한 모습. 테니스 동호회가 일방적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 갈등이 불거졌다.

 

한때 고급 스포츠 이미지로 새 아파트의 자랑이었던 테니스장이 입주민들의 속을 썩이는 골칫덩이로 전락했다. 

경기 성남시 Y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올해 초부터 테니스 동호회와 법적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1992년 Y아파트가 건축되면서 함께 만들어진 테니스장은 20년이 넘도록 테니스 동호회의 관리하에 운영됐다.

문제는 100여 명의 동호회 중 Y아파트 입주민은 10여 명밖에 안 된다는 것. 주로 외부인으로 구성된 동호회는 테니스장 출입문을 자물쇠로 잠가놓아 입주민들이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입주민이 이를 이용하려면 동호회에 가입해 회비를 내도록 요구했다. 또 야간에 테니스장에서 고기를 구워 먹거나 술을 마시는 등 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입주민 대다수는 테니스장의 소유권이 동호회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입주민이 테니스장 주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2019년. 

Y아파트 입대의가 테니스장 땅에 입주민 다수를 위한 시설을 만들겠다며 테니스장을 비워줄 것을 요구하자 동호회는 테니스장 사용을 방해하지 못하도록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이 입대의 손을 들어주자 동호회는 다시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동호회 회비로 테니스장에 시설물을 설치했으니 6,400만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배상하라는 주장이었다. 이 공방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Y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코로나19로  올해 3월 테니스장을 잠정 폐쇄하자 5월 26일 동호회 측에서 일방적으로 문을 따고 들어갔고 밤 10시까지 테니스를 쳐 최후의 수단으로 전기를 차단하기도 했다”면서 “갈등이 하루빨리 마무리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테니스는 국내에서 한때 최고의 생활 스포츠로 꼽혔다. 1976년 주택건설촉진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500세대 이상의 아파트 단지에 테니스장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한 적도 있다. 입주민의 여가 및 문화생활을 위해 운동시설을 갖추자는 의도였다. 오래전 건축한 아파트에 테니스장이 많은 이유는 바로 이 때문. 

1998년 사업주체가 운동시설을 선택할 수 있도록 바뀌었다. 최근에는 주차공간의 부족으로 헬스장, 수영장과 같은 실내 스포츠 시설이 각광 받으면서 테니스장은 입주민들의 애물단지가 돼 가고 있다. 

경기 용인 수지의 S아파트 역시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 코로나19로 고통받던 지난 8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외부인의 테니스장 출입이 잦아지자 입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졌다. 한 입주민은 “정작 아파트 입주민들은 테니스장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외부인들은 여러 차례 이용했다”며 “테니스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때문에 많은 입주민들이 불편해한다”고 말했다. 입주민 불만은 날이 갈수록 커졌고 테니스장을 입주민 다수가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 달라는 민원이 빗발쳤다. 

결국 S아파트는 테니스장 철거 여부에 대해 투표를 실시했고 입주민 과반수가 철거에 동의했다. 그 결과 올해 3월 말 테니스장 운영을 중단하고 그 자리에 야외 운동기구와 아이들을 위한 인라인스케이트 트랙을 설치했다. 또 트랙 가운데 덱을 설치해 부모가 아이들을 보며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현재 마무리 공사 중에 있으며 이달 중순 입주민들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이런 내용의 글이 많이 올려졌다. 이 아파트 한 입주민이 “우리 아파트 테니스장은 외부인이 와서 놀다 가는 곳”이라고 썼다. 그러자 다른 입주민이 “단지 내에서 외부인이 술을 마셔도 34년 동안 항의하는 입주민이 없었다는 것이 의아하다”면서 “권리를 지키려면 움직이고 행동해야 한다”고 테니스장 폐쇄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어 다른 입주민도 “테니스장을 배드민턴장으로 바꿨으면 좋겠다” “주차장을 확장했으면 한다”는 등 의견을 냈다. 입주민의 의견이 어떻게 모아질지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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