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소장 피살’ 여파 속에도 아파트 관리 종사자 잇단 수난
제주, 입대의 회장이 소장 배로 밀치며 폭행 “벌금형 50만원”
원주선 무릎으로 경리직원 복부 눌러 상해 “벌금형 150만원”
전문가 “주택관리제도・근로환경 개선만이 또 다른 비극 막아”

 

   

‘故이경숙 주택관리사 피살사건’으로 공동주택 관리 종사자들을 비롯한 일반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는 가운데 제주의 한 아파트에서는 관리사무소장이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에 의해 폭행을 당하는가 하면, 강원 원주의 아파트에서는 입대의 회장이 경리직원의 멱살을 잡고 복부 부위를 무릎으로 눌러 상해를 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제2, 제3의 비극은 언제든 또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제주지방법원 형사4단독(판사 서근찬)은 지난 5일 제주시 모 아파트 입대의 회장 A씨에 대해 폭행죄를 적용, 검찰의 구약식 벌금 30만원 보다 높은 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이에 불복한 회장 A씨는 지난 12일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공소사실에 의하면 A씨는 2019년 12월 11일 오후 4시경 관리사무소에서 경리과장의 사직 문제로 소장(피해자)과 대화하던 중 피해자가 관리사무소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자신의 배로 피해자의 배를 밀쳐 피해자로 하여금 몸이 밀리면서 뒤쪽에 있던 화재수신반에 부딪치도록 하는 등 피해자를 폭행했다. 
법원은 “목격자인 B씨는 법정에서 공소사실과 같이 회장 A씨가 자신의 배로 피해자의 배를 밀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진술한 점, 회장 A씨는 피해자가 의자를 집어 들고 있다가 배를 내밀고 있는 자신에게 다가와 스스로 배를 부딪쳤다거나 스스로 배를 부딪치고도 오히려 이로 인해 넘어지려고 했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이는 자연스럽지 못한 점을 종합하면 공소사실과 부합하는 피해자와 목격자의 진술은 충분히 신빙성이 인정되는 반면 회장 A씨의 진술은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앞서 지난달 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1단독(판사 오승준)은 경리직원(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한 혐의로 기소된 강원도 원주시 모 아파트 입대의 회장 C씨에 대해 1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의하면 회장 C씨는 올해 1월경 관리사무소에서 피해자로부터 ‘제출한 이력서에 개인정보가 포함돼 있으니 이를 반환해달라’는 요구를 받고도 주머니에 집어넣고 주지 않아 서로 실랑이를 하던 중 피해자를 소파에 밀치고 멱살을 잡아 흔들며 무릎으로 복부를 누르는 등 피해자에게 약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가했다.
회장 C씨는 “당시 피해자를 밀쳐 폭행한 사실은 있으나, 피해자가 상해를 입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은 피해자가 입대의에 제출한 이력서를 부당하게 반출하려는 것을 막는 과정에서 유형력을 행사한 것이어서 정당행위”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피해자는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사건 당시 회장 C씨와 피해자 본인의 이력서 반환 문제로 다투던 중 회장 C씨가 피해자의 멱살을 잡고, 무릎으로 복부 내지 가슴 부위를 눌렀다’고 진술했다”며 “이 같은 피해자의 진술은 구체적이고 주요 내용이 일관된다”고 인정했다.
실제 해당 아파트 경비원 D씨는 당시 피해자가 ‘사람 살려!’라고 소리 질러 관리사무소 안에 들어갔더니 소파에서 회장 C씨가 피해자를 위에서 누르는 형태로 있는 것을 봤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은 “설령 회장 C씨가 주장하는 바와 같이 피해자가 입대의에 제출한 피해자의 이력서를 다시 가져가려는 행위가 부당하다고 하더라도, 이를 저지한다는 명목으로 회장 C씨가 피해자에게 상해를 입힌 것을 두고 위법성이 조각되는 정당방위나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라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故이경숙 주택관리사 피살사건 진상조사단’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법무법인 산하 김미란 부대표 변호사는 “관리 종사자들에 대한 인권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크게 부각되면서 온 국민이 분노를 표출하고 있는 가운데 지금의 주택관리제도 및 근로환경을 개선하지 않는 한 제2, 제3의 비극은 또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며 “강도 높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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