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대부분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는 화재발생 등 비상시에 사용하기 위해 비상방송설비가 설치돼 있다. 이 비상방송설비는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및 동법시행령 별표4 등의 기준에 의해 연면적 3,500㎡ 이상이거나, 지하층을 제외한 층수가 11층 이상이거나, 지하층의 층수가 3개 층 이상인 공동주택 등 특정소방대상물은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이 비상방송설비는 평소에 입주자에게 안내방송을 위한 목적으로 사용하다가 화재 발생시에는 수신반과 연결된 배선에 의해 우선적으로 경보방송을 해 피난 및 소화활동을 돕기 위한 설비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파트가 입주민들의 인식부족으로 비상방송설비가 불필요하게 많이 사용되고 있고 또 필요 이상으로 남발되다 보니 입주민들에게 공익을 위해 꼭 알려야할 필요한 내용들이 뒤로 밀려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이러한 불필요한 방송을 자제하고 소음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공공의 업무와 관련된 사항만을 전달하기 위해 ‘방송규정’을 만들어 이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개인 또는 불특정한 다수의 이익을 위한 내용, 사유물의 분실이나 훼손 등을 사유로 하는 내용, 상업적인 홍보를 위한 내용 등을 방송금지 내용으로 포함시키고 또 방송시간을 정해서 입주민들의 일상 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관리사무소의 이 모든 노력과 방송규정은 현실적으로 선언적 문서에 지나지 않고 있다.
“왜 안 되느냐?”, “급한데 좀 해주면 안 되느냐”, “다음부터는 안 할테니 이번 한번 만 좀 부탁하자”는 등 한 마디로 억지를 부리는 주민들의 성화에 이 모든 노력과 규정은 한 순간에 허물어질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은 잘도 해 주던데 나는 왜 안 해 주느냐?”며 원칙을 지키려는 관리사무소를 한 순간에 궁지에 몰아 세우기도 한다.
울산 북구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놀러나간 아이를 찾는 방송을 요구하는 건 그래도 양호하다. 애완동물이 집을 나갔는데 찾아달라며 방송을 요구하는 주민들로 인해 할 말이 없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몰지각한 주민들을 원망했다.
아파트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나이 어린 아이에서 연세 많은 노인들, 항상 웃는 얼굴로 항상 즐겁게 살아가는 사람과 근심에 가득 찬 얼굴로 하루 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아파트의 주거 특성을 잘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나름대로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타인의 삶은 아예 생각지 않고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고 있다.
비록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복잡 다난하게 살고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해진 규칙이나 질서를 지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사회와 나라가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추고 지탱이 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사회는 정보화사회다. 개인이 소지하고 있는 휴대폰에서 신문, 방송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수많은 정보들을 접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본인과 전혀 관계없이 접해지는 정보들을 정보공해라 한다. 자기 자신과 전혀 상관이 없는 불필요한 정보로 인해 생활에 피해를 보게 되고 반면에 자신에게 꼭 필요한 정보들은 필요한 시기에 듣지 못하거나 불필요한 정보와 함께 덤으로 사장돼 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불필요한 정보와 방송들로 정작 필요한 정보와 방송들이 원하는 시기에 전달되지 않거나 올바르게 인식되지 않을 수 있다. 법과 규칙이 지켜지지 않고 원칙과 질서가 지켜지지 않은 나라와 사회가 쉽게 몰락의 길로 접어든 것을 우리는 동서고금을 통해 쉽게 접할 수가 있다.
전체 국민 60% 이상이 거주하는 아파트. 이 아파트에서도 정해진 규약과 규칙이 잘 지켜지고 서로 존중하고 모두가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을 때 비로소 공동주택의 올바른 주거문화가 형성될 것이라 판단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아파트. 사소한 방송규정이라도 모두가 잘 지켜주고 진정한 질서가 무엇인지 한번쯤 돌이켜 보면서  살아갈 때 비로소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 가장 살기 좋은 아파트요. 가장 살고 싶은 아파트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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