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태화미성아파트   최 영 재  관리사무소장


 
 
아파트 가격이 치솟자, 아파트가 집인지 재테크 수단인지 구분을 못할 정도로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프리미엄 파동, 투기 과열문제 등 정부에서도 아파트에 대한 투기근절 방안 마련에 무척 애를 먹고 있는 것이 작금의 사실이다.
땅덩어리가 좁은 나라에서 아파트 주거형태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로서는 당연히 아파트 생활에서 파생되는 환경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아파트 신축, 난개발, 교통, 교육문제, 쓰레기 처리, 재활용품 분리수거, 실내공기증후군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천편일률적이던 아파트가 구조상 개성에 맞춰 축조되고 차별화되는 설계시공으로 변화하다보니 삶의 휴식공간으로서 주거문화의 양질 추구에 관심이 고조되기 시작한 것이다. 위층에서 아이들이 심하게 뛰어 놀아도 감수를 하던 초기 아파트가 아닌 층간 소음으로 아래 윗집이 다툼을 벌이고 법적 소송까지 가는 현대판 주거 분쟁으로 변하고 있다.
모 방송사 제작진이 전국의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거주하고 있는 20대 성인 남녀 540명을 대상으로 층간 소음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에 의하면 전체 응답자의 94.3%가 층간 소음을 느낀다고 했고 61.5%는 이 때문에 불편하다고 했다. 그 중 소음 원인으로 윗층 발자국 소리가 54.6%, 화장실 물소리가 18.6%라고 나타났다. 그 외 음악소리, 개 짖는 소리 등 다양하다. 결론적으로 층간 소음으로 많은 사람들이 시달리고 있으며 층간 소음은 행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층간 소음 민원과 분쟁을 아파트 관리사무소와 지구대 경찰관서에 신고를 했다고 해서 근본적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 경찰청의 경범죄 처벌법, 건교부의 주택법, 환경부의 환경분쟁조정위 등 관련 법규가 있지만 층간 소음에 대한 시민들의 민원 분쟁을 해결하는 잣대가 모호하다는 점이 문제 해결의 취약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같은 공동주택 층간 소음은 부실시공에서도 원인이 있을 수 있고 특히 마감처리 부분인 변기, 욕실 타일, 환기구, 다용도실, 세탁실, 전기 배선구, 벽돌조 벽체 등의 상층부 마감재가 부실하여 발생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심지어 어느 아파트에서는 전화 소리, 대화, 코고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아파트 경량 충격음 소음도 기준치 58db를 초과하는 아파트가 상당수 있다고 한다.
아파트 건축 초기에 라멘구조에서 벽식구조로 바뀜에 따라 소음도가 늘어남에도 저음재 사용과 슬라브 두께를 크게 하는 등 이에 따른 조치를 강구하지 못하고 200만호 건설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공동주택 수만 양적으로 늘려온 현실에서 비롯된 것이다.
층간소음 민원이 계속 급증함에도 중재할 기관이 마땅하게 없고 주민 서로간 집단 난투극까지 벌여도 아파트 시세에 영향을 받는다고 쉬쉬하다 보면 피해 주민의 원망은 고조될 수밖에 없다. 호주 등 외국의 경우, 환경법에 근거하여 공동주택 소음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두고 있다고 볼 때 우리의 공동주택 층간 소음 문제는 무척이나 소홀하다고 판단된다.
층간 소음으로 이웃간 분쟁에 대한 현재의 대책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고 본다. 따라서 현재 환경분쟁조정위에서 하고 있는 소음 분쟁 노력에 적극적인 주민충돌을 해소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각 부처가 서로 책임소재를 떠넘기고 미룰 것이 아니라 확실한 공동주택 층간 소음 민원에 대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고 층간 소음 규제 기능을 자율적 규제에서 법적기준의 강화 쪽으로 개선돼야 한다.
공동주택 거주 비율이 이미 전 국민의 과반수를 상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이렇게 많은 입주민들이 층간 소음으로 고통을 받아야 하며 죄 없는 일선 관리사무소에서 시달림을 받아야 하는가. 정부 관계부처는 국민들의 생활안정을 도모한다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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