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여담


지난 11월 1일 부산 I아파트에서 발생한 놀이터 그네 붕괴 사고가 한 달을 넘기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전·현직 관리사무소장 3명, 시설과장 3명이 입건돼 경찰에서 추가 조사를 받고 검찰로 사건이 이관돼 담당 검사도 정해졌다. 어쩌면 이제부터 기나긴 여정이 될 수도 있는 추궁과 책임 소재 문제, 형사상·민사상의 어려운 일들이 앞을 막고 있으며 전체 주택관리사의 관심 또한 점점 증폭되고 있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부산시회에서도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우선 입건된 6명의 관리사무소 직원에 대한 선처를 부탁하는 탄원서를 작성해 회원들의 공동서명을 받아 담당 검사에게 제출키로 하고 점차 상황을 봐서 유동적으로 대처키로 시회 운영위원회에서 논의됐다.
여기서 이번 일을 거울삼아 한번쯤 생각해보고 짚고 넘어 가야 할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공동주택의 ‘의결기관’인 입주자대표회의와 ‘집행기관’인 관리사무소는 엄연히 각기 독립된 기구지만, 관리사무소 직원의 임면권을 쥔 입주자대표회의의 부당한 간섭과 월권행위에 많은 관리사무소장들이 때로는 대항하고, 때로는 타협하고, 때로는 묵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처럼 관리자의 올바른 주관과 관계법령에 맞춰 소신껏 투명하게 관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외압에 굴복하는 일이 적지 않다. 지금 사고가 난 아파트도 현(現) 입주자대표회의, 전(前) 입주자대표회의, 통장 등의 진술에서 보면 놀이터 보수문제는 벌써부터 논의돼왔고, 그들의 불협화음이 사고의 원인 제공이었다는 것을 본인들도 알고 있으면서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이전투구(泥田鬪狗)식의 행동을 하고 있다. 하지만 수사선상에는 입주자대표회의나 이번 일에 관계된 입주민은 아예 빠져 있다. 통탄할 일이다. 전국 표준 관리규약 준칙에 명시된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주체의 상호 업무 간섭 근절 항목은 주택법을 개정해서라도 이번 기회에 ‘의결’과 ‘집행’이 독립적인 평행선을 그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으면 한다. 또한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놀이터 관리에 대한 법조항에서 공통사항은 숙달된 자가 ‘육안’으로 점검한다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눈으로 위험이 숙지되는 경우는 사고가 나기 직전이나 또는 사고가 나고 난 후가 많지 않을까? 하지만 한탄만 하고 있기에는 주택관리사의 위치가, 관리주체의 자리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이제는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무슨 방법을 쓰던 시설물을 점검하고 그 결과를 하나하나 문서로 남기고 입주자대표회의에 상정해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둬야 한다. 모 아파트에 취재 갔을 때 시설물 안전점검대장을 몇 개월에 걸쳐 손수 작성해 하나하나 꼼꼼히 기록하는 회원도 있다. 본받을 만한 일이다.
전문가(專門家). 어떤 일에 정통한 사람. 전문가 집단이라고 스스로 칭하기 전에 전문가다운 실력을 먼저 쌓아야 하고, 실무교육 또한 강도를 높이고, 모든 회원이 인정할 수 있는 입주부터 건축, 전기, 소방, 시설관리 등의 일관되고 표준화된 관리매뉴얼 발간도 시급한 일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주택관리사들은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잘못되고 허술했던 부분과 혹시라도 관리책임의 회피를 위해 ‘집행의 최종결재’를 입주자대표에게 위임한 적은 없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관리주체의 장으로서 자질향상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어차피 무한 경쟁 시대에 적자생존의 법칙이 여기에도 적용되는 바 안일하고 구태의연한 관리방식을 과감히 탈피하고 새로운 관리기법을 창조하고 실천해야 주상복합이나 오피스텔, 빌딩에 이르기까지 주택관리사가 모든 건축물들을 관리할 수 있는 법조항이 마련될 날도 도래할 것이 아니겠는가? 주택관리사가 입주민들의 안전과 환경, 재산과 생명을 보호해야 함은 물론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전문 관리를 통해 건축물의 수명을 최대한 연장하는 것이므로 이와 같은 많은 현실적 고통에도 ‘공공의 이익’, ‘공동의 선(善)’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계발 및 법령 개정, 제도 보완 그리고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신분 보장, 위상정립의 현실 개선 등 산재된 문제들을 하나하나 바로 세워 나가야 한다.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