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김진수
(주)펜테크 대표

추운 겨울이 지나고 어느덧 입춘이 지났다.  
그래서인지 아파트 분리수거장 앞, 폐기를 위해 내놓은 가구나 가전의 숫자가 부쩍 늘어났다. 집안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봄이 되면 자리만 차지하는 묵은 살림을 정리하고, 고장이 나 보수가 필요한 부분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한 해의 삶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다. 또 그렇게 달라진 집안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한 해 삶의 방향을 설정한다. 
아파트 관리업무도 마찬가지다. 이 시기가 되면 부쩍 바빠진다. 미뤘던 나무의 전지 작업도 해야 하고, 아파트 내 도로나 주차장의 하자 보수 작업도 이뤄진다. 뿐만 아니라 아파트 옥상 방수에 대한 계획도 수립하게 된다.  
그중에서도 걱정되는 부분이 바로 옥상 마감재인 슁글이다. 
바람 등 외부 요인에 의해 망가지거나 수명을 다한 슁글이 날이 풀리면서 그 사이가 헐거워져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다. 이럴 때 강풍이라도 불게 되면, 옥상에 있던 슁글이 떨어지면서 아파트 내 인명사고나 차량 파손 피해가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슁글 밑 콘크리트나 합판에 크랙(틈)이 발생한 경우, 기온이 오르면서 크랙 사이가 벌어지고, 그 결과 비가 샌다는 민원이 많이 발생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일이 벌어지기 전에 슁글방수 작업을 결정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금속 기와, 목 기와 역시 마찬가지다. 약 7~8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노후화가 진행되는데, 문제는 2010년대 초반 유행을 따라 지은 슁글, 기와 건물들의 수명이 거의 다 됐다는 점이다. 게다가 처음 지어질 당시와 다르게 세월이 흘러 슁글의 색인 적갈색이 아파트에 ‘촌스럽다’는 이미지를 주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불만도 나타나는 상황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요즘은 입주자대표 회의나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먼저 상담을 청해온다. 7, 8년에 한 번씩 막대한 비용이 드는 슁글방수를 대체할 방법을 묻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미 지은 건물은 선택의 폭이 그다지 넓지 않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 지붕의 소재 자체를 바꾸는 대공사를 하거나 혹은 슁글을 아예 덮으면서 방수공사를 하는 특별한 방수업체를 선택해야 한다. 그래야 슁글에 대한 위험성을 원천 봉쇄하면서 원하는 대로 아파트 옥상의 색상도 바꿀 수가 있다. 그리고 잘 찾아보면 슁글방수 비용의 절반 정도 수준에서 이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업체도 존재한다. 
만약 2010년 전후를 기해 지어진 아파트인데 아직 슁글 보수 공사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은 계획을 세워야 할 시기다.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 판례에 의하면 슁글로 인해 입주민의 재산, 인명 피해가 발생한 경우 모든 책임을 입대의와 관리사무소에서 지게 돼 있다. 좋은 마음으로 시작한 일이 불미스러운 기억으로 남지 않도록 미리 대비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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