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최근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노후 수도관 교체 공사를 하면서 대금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경리직원이 관리사무소장에게 ‘미안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남기고 자택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고, 며칠 후에는 소장도 이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불상사가 발생했습니다. 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조사해보니 장부상 7억여 원이어야 할 장기수선충당금 계좌 잔액이 240여 만원뿐이었습니다.  
열 사람이 지켜도 도둑 한 명 잡기 어렵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경우는 상식적으로 이해하지 못할 대목이 많습니다. 아파트 관리비는 금융기관에 예치하며 입주자대표회의 회장과 소장이 연명으로 거래인감을 신고합니다. 
은행 거래 시 거액을 인출할 때는 회장과 소장이 함께 은행에 나가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번거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이렇게 함으로써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입니다. 또 입대의에는 감사라는 직책이 있습니다. 관리사무소는 매월 은행으로부터 잔액 증명서를 발급받으며 입대의에 보고합니다. 
A아파트의 경우 언론 보도에 의하면 경리직원이 은행으로부터 받아야 할 잔액 증명서를 위조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잔액증명서와 함께 해당 예금통장을 동시에 대조하게 되면 잔액의 일치 여부와 함께 통장에 기재돼 있는 거래 내역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 사고가 장기간에 걸쳐서 일어난 것이라는 언론보도는 아파트의 입대의 회장과 감사가 전문가가 아니라서 그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소장이 몰랐다거나 외부회계법인의 감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것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웃이나 직장 동료 간에 서로 믿고 살아가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아파트의 운영관리에도 내부통제시스템이 꼭 작동해야 합니다. 
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은행에 예금을 입금하면 입금전표와 함께 현금을 받습니다. 그러면 전표에 적힌 금액과 통장, 장부에 적힌 금액과 현금이 항상 일치해야 합니다. 저녁에 마감이 끝나면 현금과 전표와 원장을 대조해 이 세 가지가 일치하지 않으면 은행 직원들은 퇴근을 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한 달에 몇 번씩 예고 없이 아침이나 저녁에 책임자가 현금을 관리하는 은행원의 금고를 검사합니다. 
두 사람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행위 당사자의 잘못이 큽니다. 소장의 잘못도 큽니다. 그러나 입대의 회장과 감사의 책임도 있습니다. 관리전문업체가 관리를 대행하는 ‘위탁관리’가 아닌, ‘자치관리’ 형태로 알려진 A아파트의 사고는 ‘자치관리’의 취약점을 여지없이 드러낸 사례가 돼 더욱 안타깝습니다. 행정기관에서는 입대의 임원이나 동대표에 대한 교육도 자주 하고 있습니다. 동대표는 의무적으로 매년 소정의 운영 및 윤리교육도 이수해야 합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입주민의 관심과 참여입니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내가 지켜야 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입대의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쉬운 업무가 아닙니다. 동대표가 윤리적이고 도덕적이라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언론 보도에 의하면 A아파트의 모 임원은 “누군가는 해야 한다고 해서 등 떠밀려 맡았다”고 합니다. 교육도 필요하지만 일정 수준의 소양과 지식과 책임감이 있는 사람들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동대표를 맡아야 합니다. 또 한 가지 더 들자면 과거 전횡과 불법행위가 문제가 돼 동대표를 2회 ‘중임’만 가능토록 한 규정도 다시 생각해 볼 일입니다. 정초에 슬프고 충격적인 일이 일어나서 언짢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죽음에 이르기까지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아파트 관련 비리 사건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교훈이 돼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관련기관의 제도개선과 함께 관리주체, 입대의의 내부통제시스템 정비 그리고 입주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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