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대의 ‘관리업무 공백 우려’ 항소 포기…임차인대표회의 참여 속 새 업체 선정

 

 

사회적 혼합(Social mix)을 위해 도입한 혼합주택단지의 불협화음이 심상치 않다. 
11개동에 총 169가구로 분양 55가구, 임대 114가구로 구성된 혼합주택단지인 서울 강남구 A아파트. 이 단지는 최근 경비용역계약 체결의 유무효 여부를 놓고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와 임차인대표회의 간 법정 다툼으로까지 비화됐고 결과적으로 법원이 최근 임차인대표회의 측 손을 들어줬다.  
이 아파트 입대의는 2018년 12월경 경비용역업체 B사와의 계약기간이 만료되자 C사와 새로운 경비용역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임대사업자인 SH공사와의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임차인대표회의는 “경비용역계약 체결 여부는 혼합주택단지의 관리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동주택관리법령에 따라 입대의와 임대사업자인 SH공사가 공동으로 결정해야 함에도 입대의는 독단적으로 경비용역계약을 체결했으므로 무효”라며 입대의와 C사를 상대로 계약무효 확인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반면 입대의는 “경비용역계약 체결은 공동주택관리법령에서 정한 ‘입대의와 임대사업자가 공동으로 결정해야 할 관리에 관한 사항’에 포함되지 않고 주택관리업자가 아파트의 적법한 관리주체로서 체결한 것으로 유효하다”며 맞섰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46부(재판장 김지철 부장판사)는 임차인대표회의 청구를 받아들여 ‘입대의와 C사의 경비용역계약은 무효’라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경비용역계약 체결은 공동주택관리법상의 ‘혼합주택단지의 관리에 관한 사항’으로서 입대의와 임대사업자가 공동으로 결정할 사항에 해당한다”면서 “입대의가 단독으로 체결한 경비용역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현행 공동주택관리법 제10조 제1항에 의하면 입대의와 임대사업자는 혼합주택단지 관리에 관한 사항을 공동으로 결정해야 하며, 이때 임차인대표회의가 구성된 혼합주택단지에서는 임대사업자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제52조 제3항 각호의 사항을 임차인대표회의와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 제7조 제1항에서는 입대의와 임대사업자가 혼합주택단지의 관리에 관해 공동으로 결정해야 하는 사항으로 관리비 등을 사용해 시행하는 각종 공사 및 용역에 관한 사항 등을 포함하고 있다. 아울러 A아파트 관리규약에는 동법 시행령 제7조에 정하지 않은 공동결정에 관한 사항, 그 방법 및 절차에 대해서는 입대의, 임차인대표회의, 임대사업자가 별도의 협약서로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재판부는 “민간임대주택법 제52조에 따르면 임대사업자는 임차인대표회의와 ‘관리비, 민간임대주택의 공용부분·부대시설 및 복리시설 유지·보수사항’에 관해 협의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며 “이는 임대사업자가 입대의와 공동으로 결정할 것임을 전제로 한 것으로서 경비용역계약도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계약 체결에 SH공사의 묵시적 동의가 있었다는 입대의 측 주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일축했다. SH공사는 입대의에 관리비에 관한 사항을 의결할 때 단독으로 집행하는 일이 없도록 협의하라고 통보한 바 있으며, 입대의는 ‘임차인대표회의와 협의를 하라는 SH공사의 조치는 부당하며, SH공사가 임차인대표회의와 협의한 후 의견을 달라’는 취지로 SH공사에 통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해 기존 경비원들은 후문 경비실에서, C사 측 경비원들은 정문 경비실에서 근무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했었다. 기존 경비원들과의 재계약을 거부하고 C사와 계약한 입대의 의결에 반대한 임차인대표회의가 기존 경비원들(2명)과 별도로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 이에 당시 입대의는 B사 소속 기존 경비원들을 상대로 경비실 퇴거 및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한 바 있다. <관련기사 제1137호 2019년 9월 18일자 게재> 
당시 법원은 “임차인대표회의가 기존 경비원들과 경비용역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이미 입대의와 B사 사이의 계약이 종료된 이상 유효하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계약의 유무효를 떠나 입대의와 임차인대표회의가 각각 체결한 경비원들이 정문과 후문을 각자 관리하고 있어 아파트 관리에 큰 불안과 혼란이 야기되고 있다”며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었다.  
결론적으로 임차인대표회의와 입대의가 각 체결한 계약이 모두 무효화된 셈이다. 
입대의 측은 이번 법원 판결에 대해 “공동 결정의 주체인 SH공사가 입주 후 지금까지 입대의 의결사항을 통지받고 대부분 찬반의견을 내지 않아 왔고, 그래서 구체적인 반대의견이 없으면 묵시적 동의로 보고 관리업무를 진행해왔던 전례에 비춰 당시에도 기존 업체와의 계약만료일까지 수차례 가부 의견을 요청했으나 SH공사가 공식적인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않았기에 경비업무 공백이 없도록 신규 업체와 계약을 체결했다”면서 “이번 판결을 납득하기 어려워 항소를 고려했지만 입주민의 실익이 없는데다 관리업무 공백을 우려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입대의는 이에 따라 긴급 입찰공고를 내고 지난달 19일 임차인대표회의의 참여 속에 새로운 경비용역업체를 다시 선정했다. 이로써 A아파트의 입대의와 임차인대표회의 간 경비용역계약을 둘러싼 갈등은 일단 봉합됐지만 미지급한 경비원 인건비, 소송비용 등 여전히 불씨가 남아 있다.
더욱이 입대의는 “혼합단지의 경우 입대의와 임대사업자 간 합의를 통해 단지 관리가 돼야 하며, 임차인대표회의와의 협의사항은 임대사업자가 직접 협의해 판단해야 할 사항”이라며 “현행법에서는 입대의가 소유자면서 입주민의 대표로서 단지관리에 있어서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인데도, 소유만 하고 있는 임대사업자가 입주민을 대표하지 못하면서도 관리업무의 합의 주체가 돼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임차인대표회의는 ‘실질적으로 단지에 거주하고 똑같이 관리비를 납부하고 있는 임차인들의 권리(소유권 제외)가 입법 미비로 배제되고 있다’는 상반된 입장을 취하고 있어 현재의 법적·제도적 구조로선 A아파트와 같은 혼합주택단지의 진정한 사회적 혼합은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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