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의 해가 밝았다. 2-0-2-0. 2와 0이 반복되며 발음하기 좋고, 운율이 맞아 왠지 느낌도 상큼하다. 20대를 상징하는 것 같아 밝은 기운과 역동적인 힘도 느껴진다.
2020년은 경자년(庚子年), 쥐의 해다. 농경사회에서 쥐는 악의 동물이었다. 애써 수확한 곡식을 갉아먹는 약탈자의 이미지가 강하다. 반면에 영민하고 행동도 재빨라서 똑똑한 동물의 이미지도 겹쳐진다. 그래서인지 십이지의 열두 동물 중 가장 앞자리를 쥐가 차지하고 있다.
서양에선 쥐가 좀 더 밝고 쾌활하며 똑똑한 동물로 통하는 모양이다. 가장 친근한 쥐는 뭐니뭐니해도 미키마우스가 아닐까? 1928년 월트디즈니에 의해 탄생한 미키마우스는 92살이나 먹은 장수 캐릭터다. 디즈니사가 캐릭터 산업으로만 매년 11조를 벌어들이는데 그 중 미키마우스의 수입이 절반이 넘는 6조원이라고 하니 그 어마어마한 인기가 짐작된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만한 가치를 가진 동물형 캐릭터가 없고, 일본의 피카츄나 헬로키티, 도라에몽도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이다. 미키마우스는 장난기가 넘치고 덤벙대는 성향도 있지만, 긍정적이고 남을 배려하며, 정의감도 강한데다가 늘 웃는 얼굴의 귀여운 상이어서 전 세계 어린이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미키마우스 못지않게 친근한 쥐는 ‘톰과 제리’의 제리다. 미키마우스보다 12살 어린 톰과 제리는 1940년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가 이후 수많은 시리즈로 양산됐다. 고양이 톰은 늘 제리를 괴롭히고 못 잡아먹어 안달이지만, 제리는 언제나 역공을 펼쳐 톰을 골탕먹인다. 지략과 술수가 가히 제갈공명급이다. 둘은 늘 앙숙이지만, 위급상황이 닥치면 힘을 합쳐 위기를 탈출하는 협동정신을 발휘할 때도 있다. 톰과 제리 시리즈는 1980년부터 MBC에서 방송되면서 어린이들을 TV앞으로 끌어들이는 신통력을 발휘해 2002년에 다시 방영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한국에선 미키마우스보다 제리를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제 떴던 해와 오늘 뜬 해는 늘 한결같은데, 오직 인간만이 어제와 오늘의 태양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이 ‘과연 21세기가 올까?’하는 막연한 거리감을 느끼고 있었다. 1990년대 후반이 돼서야 비로소 뉴밀레니엄을 실감하게 됐다.
1980년부터 2000년까지의 시간보다 2000년부터 2020년까지의 시간이 훨씬 더 짧게 느껴지는 건 단순히 착각에 불과한 것일까? 지금 이뤄지고 있는 문명발달의 속도는 과거의 시각으로 보면 현기증이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스피드를 내고 있다. 이제 곧 자율주행 자동차가 등장해 운전 대신 잠을 자거나 풍경을 감상하며 여행할 시대가 오고, 무인드론이 산간오지에 택배를 대행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의 기술개발을 마치고 상업화를 기다리고 있다.
자연의 존재 중 오직 인간만이 시간개념을 사용한다. 2000년부터 2009년까지 10년 동안의 최대사건을 꼽으라면 단연 2002년 월드컵이 떠오르고,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중의 가장 큰 사건을 들라면 2014년의 세월호 참사일 것이다. 4월 16일 아침 8시 50분경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세월호는 수학여행길에 오른 남녀 고등학생 등 476명을 태우고 침몰해 304명이 사망·실종된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날씨가 나빴던 것도 아니었고, 밝은 아침에 일어났으며, 해양경찰과 어민들이 즉각 달려갔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사람이 희생된 건 아직까지 풀리지 않은 수많은 의문을 남긴 채 진상규명을 기다리고 있다.
월드컵과 세월호란 극단적인 사건이 대변하는 것처럼 2000년대의 10년은 밝고 희망찬 느낌을 주는 반면, 2010년대의 10년은 암울하고 절망적인 10년으로 기억된다.
시간은 태양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우리의 1년은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 즉 365.256일이다. 태양과 가장 가까운 행성인 수성의 공전주기는 약 88일, 가장 먼 해왕성의 공전주기는 무려 165년이다. 수성의 1년은 지구의 4분의1에 불과하고, 해왕성의 1년은 우리의 165배나 되는 셈이다.
우리에게 앞으로의 10년은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인류는 더 건강하고 행복해질 것인가.
한 사람 한 사람이 어떻게 사고하고 어떤 행동을 보일지에 따라 인류의 미래가 결정될 것이다.
독자 여러분 모두 미키마우스처럼 늘 행복하게 미소 짓고, 제리처럼 항상 활기찬 모습으로 살아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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