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병 인정되나 사물변별・의사결정능력 미약상태 아니었다”

피해의식 사로잡혀 참혹한 범행 치밀하게 계획 

 

 

창원지법

지난 4월 경남 진주시 모 아파트에서 방화를 저지르고 화재에 대피하려는 입주민에게 칼을 휘둘러 5명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17명에게 상해를 가한 안인득이 1심 법원으로부터 법정최고형인 ‘사형’을 선고받고, 지난 3일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지방법원 형사4부(재판장 이헌 부장판사)는 최근 안씨에 대해 살인, 살인미수, 현주건조물방화치상, 특수상해, 재물손괴죄 등을 적용해 ‘사형’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의하면 안씨의 범행은 치밀하고 계획적이었다.  
2016년 12월경 해당 아파트에 이사를 오기 훨씬 전부터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던 안씨는 같은 동 입주민들이 기초수급비로 생활하는 자신을 욕하고 험담하며 괴롭힌다는 생각에 빠졌고, 특히 위층 입주민 B씨와 C씨가 이를 주도한다고 생각, 2018년 9월경부터 B씨 집 현관문 앞에 오물을 뿌리고, B씨를 막무가내로 뒤쫓는 등 끊임없이 괴롭혔다. 
이로 인해 관리사무소 직원이나 경찰관으로부터 주의를 받을 때마다 안씨의 분노는 극에 달했고, 그 무렵 B씨 집에 뿌린 오물이 튀는 피해를 입었다며 그 옆집 입주민 D씨가 항의하자 D씨도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 D씨와 그의 딸에게 앙심을 품었다.    
또한 같은 동에 사는 E씨가 친형과 절친한 사이임에도 같은 동 입주민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며 고통받고 있는 자신을 도와주기는커녕 가족들과 함께 자신을 무시하고, 친형에게 자주 연락해 자신을 험담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입주민들에 대한 분노를 키워오던 안씨는 2019년 3월경 자신의 집에 휘발유를 뿌려 불을 지른 다음 화재를 피해 무방비 상태로 대피하는 같은 동 입주민들 가운데 우선적으로 B, C, D, E씨 등을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휘발유를 담을 기름통을 주워 집에 보관해뒀고 인근 시장에서 회칼과 장어칼을 구입, 범행을 준비했다. 
4월 17일 오전 12시 51분경 범행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한 안씨는 집에서 약 3㎞ 떨어진 셀프주유소에서 휘발유를 구입, 오전 1시 50분경 집으로 돌아와 입주민들이 깊이 잠들 시간을 기다렸고, 오전 4시 25분경 자신의 집에 휘발유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런 뒤 곧바로 2층 비상계단으로 이동, 무방비 상태로 대피하는 입주민들을 미리 준비한 회칼과 장어칼로 수차례 찔러 C, D씨와 E씨의 딸과 어머니 등 5명을 살해했고, B씨 등 4명에 대해서는 살해미수에 그쳤다.   
특히 4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화재경보를 듣고 출동해 입주민들을 대피시키던 관리직원과 마주친 안씨는 ‘관리사무소에서 뭐 했냐’고 말하면서 칼로 관리직원의 광대뼈 부위를 찔러 약 36일 동안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가했다. 
이 같은 잔혹한 범행에도 불구하고 안씨 및 변호인은 범행 당시 조현병 등으로 심신미약의 상태에 있었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대법원 판례를 참조해 “형법 제10조에 규정된 심신장애는 정신적 장애가 있는 외에 이로 말미암아 사물에 대한 변별능력이나 그에 따른 행위통제능력이 결여 또는 감소됐음을 요하므로 정신적 장애가 있는 자라고 해도 범행 당시 정상적인 사물변별능력과 행위통제능력이 있었다면 심신장애로 볼 수 없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안씨에게 조현병의 정신장애가 있고, 그로 인해 피해망상, 관계망상, 불안정한 감정 등을 보인 사실은 인정되나, 범행 경위, 수단과 방법, 범행 전·후의 행동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해 보면 조현병으로 인해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한 “살인 및 살인미수 피해자들은 모두 여성이나 노약자와 같이 범행에 취약했고, 특히 사망한 피해자 중에는 12세, 19세의 어린 피해자도 있다”며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물론 유족과 목격자 등 많은 사람들이 현재까지도 정신적, 신체적으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고, 그들의 삶 자체가 무너져 내렸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안씨는 과거 망상장애로 인해 저지른 폭력범죄 이후 보호관찰과 치료를 받던 약 7년간 별다른 형사범죄를 저지르지 않고 지냈고, 직업을 갖기 위한 자격증을 취득하거나 모 고등학교를 성실하게 다니는 등 일상생활을 영위했으나, 조현병 치료를 2016년 7월경 스스로 중단했고 몇 차례 폭력행위를 저지른 후 끔찍한 살상행위를 저지르기에 이르렀다”며 “이러한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쳐내기 어려워 더 큰 참담함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안씨는 참혹한 범행을 저질렀음에도 자신의 범행에 대해 진지한 참회를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고, 재범의 위험성도 매우 크다”며 “배심원의 다수(사형 8명, 무기징역 1명)가 사형 의견을 개진한 점 등을 종합해 안씨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함이 마땅하다”고 판단했다. 
한편 4남 중 차남으로 태어난 안인득은 초등학교 시절 부모 간 싸움이 잦았고 어머니가 가출하기도 했으며 아버지는 2002년경 암으로 사망했다. 안씨는 2008년경 창원 소재 공장에서 조립업무를 하던 중 허리를 다쳤으나 산재보험 미가입으로 산재보상금을 지급받지 못하자 불만에 휩싸였고, 이후 가족들조차 자신을 외면해 승합차 안에서 생활해야 하는 궁핍한 지경에 이르자 가족들이 자신을 버렸다는 배신감에 사로잡혀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무시하고, 처지를 비웃는다는 피해의식을 품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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