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논단

하성규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원장

오늘날 한국의 집값 폭등 문제와 정부의 대책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몇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가장 먼저 지적할 수 있는 것은 집값 폭등은 특정 지역에만 국한돼 있다. 서울의 집값, 특히 강남의 집값이 오를 때는 급등하고 내릴 때 소폭이다. 서울의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지만 지방 대부분의 도시 주택 가격은 별로 상승하지 않거나 새 아파트가 미분양되는 경우를 경험해왔다. 왜 서울의 집값은 폭등하는가?
경제학적으로 설명하면 서울 강남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는 것은 수요가 공급보다 많기 때문이다. 즉 강남지역의 집을 원하는 사람은 많고 전월세 혹은 팔려고 내놓은 집은 수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평가로는 집값 폭등의 원인 규명이 불충분하다.
강남 집값이 크게 오르지만 내릴 때는 소폭인 것은 단순이 수요공급의 원리만은 아니다. 집값은 해당지역의 사회경제적인 여건을 대변하고 있다. 서울 강남지역의 사회경제적인 우월한 여건은 나열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명문 학원 등 사교육 여건과 도시 인프라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을 주도하는 권력자와 부가 집중된 곳으로 알려져 있다. 권력과 부를 가진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모여 사는 지역이기에 사회서비스와 교통접근성이 좋은 것으로 평가된다. 집값은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원리만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 혹은 지역사회가 품고 있는 명성, 거주민의 사회경제적 지위, 교육 여건 등이 상호작용한 결과로 봐야 한다.
최근 정부는 강력한 부동산 대책을 내놨았다. 지난 16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은 현 정부가 취한 18번째 대책이다.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내용을 보면 역대 최강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9·13대책에서 강화된 대출·세제·청약 규제를 한층 더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시가 15억원 이상 아파트에 대한 주택구입용 주택담보대출을 전면 금지했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을 보면 서울은 대부분 지역이 포함되고 경기도 과천, 하남, 광명 등지로 확대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여 시세 30억원이 넘는 아파트의 현실화율을 80%까지 올릴 예정이다. 그리고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의 주택에 부과하는 종부세가 1주택자에 대해서도 강화된다. 1주택자와 조정대상지역 외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종부세 세율을 기존에 비해 0.1∼0.3%p 인상하고 3주택 이상 다주택자나 조정대상지역 2주택 보유자에 대한 세율은 0.2∼0.8%p 올린다.
과세표준 6억∼12억원 주택의 경우 1주택자는 현재 세율이 1.0%인데 앞으로 1.2%로 0.2%p 올라간다. 다주택자나 조정지역 2주택 소유자에 대해선 세율이 1.3%에서 1.6%로 0.3%p 상승하지만,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가 2020년 상반기까지 주택을 팔 경우 양도세 부담을 완화해 준다. 2020년 6월 말까지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10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파는 경우 양도세 중과를 배제하고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해준다.
현 정부 출범 후 2년8개월간 1.7개월마다 집값 안정책을 내놨다. 이번 대책에선 일부 지역의 급등하는 집값에 대한 초강도 규제만이 해결방안이라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초강도 규제를 통해 집값이 안정되고 내 집을 갖지 못한 많은 서민가구들이 주거안정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
그런데 우리가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주택정책에서 ‘규제가 만능이 아니다’는 점이다. 감기약을 오남용하면 면역이 점차 떨어진다. 주택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의 규제책은 감기약과 매우 흡사하다. 감기뿐 아니라 모든 질병은 몸의 저항력과 체력이 떨어지면 발생하게 마련이다. 가장 좋은 처방은 몸 스스로 치유력을 갖도록 하며 가능한 독한 약은 복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런 논리는 주택정책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으로 본다. 주택 관련 규제책은 선한 의도에서 출발했고 만연한 투기를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취한 정책이다. 그러나 정부의 강력한 규제는 일반적으로 국민들의 권리와 자유를 제약하고 때로 정부실패로 전락하기도 한다. 그래서 대부분 자본주의 국가에서 주택 관련 규제는 매우 제한적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주택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경우인 제2차 세계대전, 경제공황 등의 상황하에서 고강도 대책을 내놓는다. 주택시장이 불안정한 경우 주로 수요 억제보다는 공급 촉진정책을 병행한다. 적절한 감기약 복용이 효과를 보듯 정부의 대책이 국민의 주거안정에 큰 효과를 가져오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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