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선진국인가? 아마도 미국 대통령의 시각에서 보면 그런 것 같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은 부자나라이므로 방위비 분담금 증액에 더 많이 기여할 수 있고,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방위비를 더 내라고 압박한 대표적인 나라가 나토 회원국과 일본 그리고 한국이다.
2018년 국내총생산(GDP) 순위에서 한국이 11위를 차지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9년 국가경쟁력 종합순위에선 13위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두 계단이나 상승했다.
비관론자들이 아무리 어렵다고 노래를 불러도 우리 경제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며 성장한 것만은 틀림없다. 불과 80여 년 전에는 식민지 신세였고, 70여 년 전에는 참혹한 전쟁을 겪었으며, 40여 년 전까지 외국의 원조를 받아 연명하고, 얼마 전까지 다른 나라에 신생아를 보내야 했던 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으니, 세계가 놀라고 개발도상국들의 롤모델이 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국민이 과연 얼마나 될까? 자살률과 노인빈곤율 등은 수년째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고, 출산율은 해마다 신기록을 경신하며 세계 최저수준을 달리는 나라가 한국이다.
적어도 세상이 인정하는 선진국은 일자리를 잃어도 굶어 죽을 정도의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고, 돈이 없어도 길거리로 나앉을 정도의 위험은 없는 나라라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부러워하는 선진국 국민들은 플라스틱 사용을 대폭 줄이고,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으며, 전기와 수도 사용량도 많지 않다. 부자라서 선진국이 아니라 돈이 있어도 불편을 감수하며 환경과 다음 세대까지 생각하는 국민이 있어야 진짜 선진국이다.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는 월성원전 4기와 신월성원전 2기가 있다. 원전뿐 아니라 고준위 핵폐기물 저장시설, 방사성폐기물 처리장 등 여러 핵시설이 몰려 있다. 월성 1호기가 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한 건 1981년. 월성원전 초기모델은 암 유발률이 매우 높은 삼중수소를 훨씬 더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원전 주변에 사는 주민들 618명이 갑상선암에 걸렸고, 어린아이의 소변검사에서도 삼중수소가 검출됐다. 드러난 것만 이 정도니 피해사실조차 모르고 세상을 떠난 주민도 상당할 것이다. 주민들은 떠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집과 땅을 내놔봐야 아무도 사겠다고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단순한 공해물질 배출업체도 마을과 멀리 떨어져 짓게 하는 게 우리가 알고 있는 선진국이다. 하물며 방사능이야… 이젠 국가가 나서야 한다. 복지 중에서도 가장 절실한 게 주거복지다. 살 집만 있으면 무슨 짓을 해서라도 먹고 살 순 있다. 그러나 방 한 칸조차 없는 사람들은 참담한 비극에 내몰린다. ‘송파 세모녀’처럼.
지난 9일 제2회 대한민국 주거복지 문화대상 시상식이 열렸다. 주거복지문화운동본부가 주최하고 행정안전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등이 후원하는 이 행사에서 광주광역시 북구청, 종근당고촌재단을 비롯해 여러 기관과 단체, 개인들이 수상했다. 특히 두 번째로 열린 올해엔 주택관리사와 입주자대표회의가 대거 수상했다는 기분 좋은 소식도 들린다. <관련기사 3면>
대한민국은 경제강국의 대열에 본격 합류했다. 이제 다른 나라 국민들이 존경하며 부러워할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 그 중추세력에 주택관리사와 주민대표가 빠질 수 없다. 세계에서 오로지 한국만이 공동주택에서 밀집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정부의 치밀한 기획력과 명민한 국민성이 공동주택을 슬럼화의 표본이 아닌, 강소국의 장점이자 상징으로 완성해가고 있다. 우리도 진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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