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통영시 산양읍

 

▲ 연대도와 연결 된 출렁다리와 만지도와 만지봉(뒷편)

걷다 보면 섬에는 철에 따라 피고 지는 꽃들이 바뀌는 것을 본다. 겨울이면 동백꽃이 붉게 물드는 섬을 만나고 봄이면 춘풍에 흐드러진 야생화들도 만난다.

 

거제 지심도에서 여수 오동도까지 아름다운 바닷길과 섬으로 이뤄져 있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은 1968년 12월 31일자로 국립공원으로 지정 됐다. ‘한려’는 한산도와 여수의 두 지명을 합한 것이다. 그리고 산길과 바닷길이 있는 여섯 개의 섬에 한려해상바다백리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 길들은 새로 조성된 길이 아닌 주민들이 다니던 아름다운 길에 지역의 특색에 맞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쪽빛바다와 짙은 편백나무 숲의 산길이 어우러져 경관을 자랑하는 미륵도 달아길(14.5㎞), 역사와 걷기라는 두 가지 테마가 만나 이 충무공의 자취를 따라 걸어보는 한산도 역사길(12㎞), 비진도 섬을 둘러싼 산호빛 바다가 장관인 비진도 산호길(4.8㎞), 섬 주민들의 고달픈 애환이 정감어린 풍경으로 녹아든 연대도 지겟길(2.3㎞), 섬의 초지가 바다와 어우러진 매물도 해품길(5.2㎞), 푸른숲과 해안절벽이 이어진 그림 같은 풍경의 소매물도 등대길(3.1㎞)로서 6코스로 나뉘어져 있다. 

 

▲ 만지봉

만지도

전남 신안군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섬이 많은 지자체가 바로 통영이다. 3면이 바다로 싸여 있고 150여 개의 유·무인도로 이뤄져 있으며 온화한 기후와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제1의 해상관광지역이다. 그중에서 연대도-만지도는 다른 섬에 비해 늦게 명성을 올리며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섬으로 가는 배편은 산양읍 남단의 달아항과 연명항(연명마을)에서 출발한다. 연명항에서 배를 타면 만지도로 가고 달아항에서 배를 타면 연대도에 내려준다. 지금은 출렁다리로 이어져 마치 한 섬처럼 오갈 수 있게 됐지만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두 섬은 지척이어도 서로 배를 타고 오가는 섬이었다. 만지도에서는 연대도로 노를 저어 아이들을 학교로 보내기도 했다. 
만지도는 인근 다른 섬에 비해 비교적 늦게 사람이 입주한 섬이라는 데서 유래해 늦은섬이라고 한다. 가구수는 적지만 연대도와 다리가 이어지며 이름이 알려져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섬 입구는 펜션과 식당들이 있어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만지도와 연대도에서 마을길에 들어서면 예쁜 그림 문패가 눈길을 끈다. 만지도에 시집와 90세 넘은 할머니의 이야기가 담긴 ‘문어와 군소를 잘 잡는 최고령 할머니 댁’ ‘돌담이 아름다운 집’ ‘전통어가를 그대로 간직한 백옥수 할머니 집’ 등 섬마을 이야기가 묻어나올 것 같은 문패들이 이색적이다. 만지도는 10여 가구가 있는 작은 섬이다. 
선착장과 마을을 지나 만지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오르면 한가한 섬의 풍경이 나타난다. 섬에서 최고 높은 만지봉(99m)을 오르면 푸른 바다와 연이어진 섬의 풍경들이 보인다. 연화도, 욕지도 등 주변의 섬들이 어디에 있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있고, 아름드리 소나무와 해안 절벽 길, 동백나무숲길로 이어져 바닷길로 내려서면 파도소리가 잔잔한 해안길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돌 수 있다. 골목길 계단을 따라 누군가의 집안이 언뜻 보이는가 싶을 때 한적한 소롯길을 만난다. 마을의 지붕들 위로 낮게 바다가 보이는 연대도 가는 길은 겨울에 꽃이 피는 팔손이나무 사잇 길로 이어진다. 길의 끝에는 주황색 현수교 옆으로 연대도 마을이 아늑하게 보인다. 

 

▲ 만지도와 연대도를 연결하는 출렁다리

연대도 지겟길

현수교를 지나 연대도로 들어서면 연대항으로 바로 가는 길과 산길로 이어지는 숲길이 보인다. 소나무가 있는 낮은 숲길로 오르면 만지도가 한 폭 엽서의 그림처럼 눈에 잡힌다. 숲길을 따라 아름드리 소나무길을 걸으면 몽돌해변에 닿는다. 협곡 사이로 바닷물이 들어와 또 다른 길을 만들고 길의 끝에 협곡이 바다를 품고 있는 듯한 특이한 지형이다. 몽돌 위에 앉아 바다를 보면 내부지도가 한아름 협곡 사이로 들어와 마주보고 앉아있다. 
연대도 해안선 길이는 4.5㎞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일부로 지정돼 있다.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에서 왜적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 섬의 정상에 봉수대를 설치하고 봉화를 올렸다고 해서 연대도라 불리게 됐다. 신석기시대의 매장유구·토기류 등이 출토된 패총으로 미뤄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었던 모양이다. 연대마을을 통과하면 산쪽으로 태양광 발전소가 보인다. 

▲ 몽돌해변

이어 몽돌해변과 북바위전망대로 해안을 낀 길이 이어진다. 이 길은 원래 예전에 섬 주민들이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하러 다니던 길이어서 지겟길이라 붙여졌다. 사람 한 명이 지나갈 수 있는 길이다. 연대봉(220m)을 중심으로 북바위전망대, 천선과나무군락지, 오곡도 전망대까지 바다 전망을 보면서 갈 수 있는 둘레길이다. 온화한 해양성기후로 겨울에 결빙되는 날이 거의 없어 연대도지겟길(2.3㎞)에는 동백나무, 풍란, 콩짜개덩굴, 후박나무, 식나무, 팔손이나무 등 난대성상록수림과 아열대성 식물이 자생하고 있어 생태경관이 우수하다. 연대도 지겟길을 1시간 정도 한 바퀴 돌면 끝나는 지점에 에코체험센터가 있고, 수변데크를 따라 10여 분 가면 다시 마을이 보인다. 

▲ 만지도에서 수변데크를 따라 연대도 가는 길

두 섬 모두 섬의 가장자리를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이 잘 조성돼 있다. 작은 섬이다 보니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지만 세세하게 마을길과 산길을 모두 걸어보려면 첫 배를 타고 들어와 마지막 배로 나가는 편이 좋다. 펜션 등이 잘 갖추고 있어 넉넉한 마음으로 하룻밤을 쉬어가도 좋다. 파도소리가 숲에 닿아 나무가 숨을 쉬고, 꽃이 피는 길을 걸으면 섬의 구릉에서 바람이 된다. 두 섬을 한 번 걸어보길 권한다. 선착장 주변에는 멍게비빔밥,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전복해물라면, 전복죽 등 깔끔한 지역 특산먹거리 식당들이 있다. 먹을 것과 볼 것이 잘 갖춰진 섬으로 통영의 어떤 항구에서 오든지 20여 분이면 도착하니 접근성 또한 좋다.

 

이성영 여행객원기자 
(ladders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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