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익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경기도회 전 부천지부장 

4CP에서 샤워 후 소고기 육회비빔밥을 맛있게 먹고 고향인 전북 전주를 향해 발길을 재촉한다. 동반하는 서울 강북지맹의 쥐띠 형과 함께 고요한 시골의 밤기운을 가르며 달리는데 인가에서 개 짖는 소리가 계속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한밤중에 웬 사람들이 손전등을 흔들면서 달리니 개도 소임을 다하고자 짖은 것이리라. 개 소리에 잠을 설칠 주민들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도 든다.
전북 정읍 경계를 지나 완주군 구이면으로 넘어오는데 여기저기 버스정류장과 건물 처마 등에서 많은 주자들이 우의를 입고 자고 있다(여름에도 밤엔 땀이 식으면 춥다). 우리도 잠시 자고 가기로 하고 잘 곳을 찾는데 마침 문이 열린 건물이 있어 미안하지만 몰래 들어가 대리석 위에 과자박스를 깔고 누워 잠을 청한다. 약 30분 정도 눈을 붙인 후 다시 전주역을 향해 출발한다. 주로에서 약 5㎞ 떨어진 고향집에 연락해 먹을 것 좀 조달해 달라고 하고 싶었지만 새벽 2시 한밤중이고 운전을 못 하는 연로한 부모님이라 연락을 드리지 않고 그냥 전주 시내로 들어간다. 
전주 시내를 관통해 전주역 주변에서 소머리국밥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5CP 완주군 운주면의 상용마을회관을 향해 달린다. 벌써 햇살이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목이 말라 길가 마트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약 1㎞ 이상 달렸는데 갑자기 계산할 때 준 카드 생각이 난다. 허리에 찬 벨트 주머니를 만져 보니 카드가 없다. 큰일이다. 찾으러 갈지 분실신고를 할지 고민하다 집에 전화해 아내에게 분실신고를 대신 부탁하는데,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단다. 알바(주로를 잘못 들었을 때 원래의 자리로 되돌아오는 거리만큼 헛수고한 것을 뜻하는 은어)했다 생각하고 뒤로 1㎞를 달려가 마트 사장에게 카드를 못 받았다고 말했더니 사장은 분명히 돌려줬단다. ‘아…. 돌아오지 말 걸 그랬나?’ 괜히 2㎞만 손해 봤다. 
카드는 오전 9시 이후 분실신고 하기로 하고 서둘러 달려 5CP에 예정보다 조금 늦게 도착한다(9일 오전 10시 30분, 제한시간 11시 20분). CP에 들어오니 전주에서 식당을 하는 초등학교 동창이 닭볶음탕과 주먹밥을 푸짐하게 가져왔다(매 50㎞마다의 CP에서는 지인과 가족 등의 지원을 공식적으로 받을 수 있다). 정읍에서 전주 들어갈 때 부탁한 음식을 시간에 맞춰 가져온 것이다. 정말 고마웠다. 앞뒤 주자 5명이 충분히 식사한 후 각자 주먹밥을 나눠 대전을 향해 출발한다. 한참을 지나 대둔산 중턱을 지나는데 오랜만에 핸드폰이 울린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 이선미 경기도회장이다. 어디쯤 가고 있는지 묻더니 이번엔 꼭 완주하란다. 고마웠다. 죽어도 간다고 마음먹는다.
대둔산만 넘으면 금방 나올 줄 알았는데 충남 대전 6CP 뚝배기 한우집(300㎞)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17㎞가 내리막이라 지루한데 중간쯤 영동울트라 조직위에서 반쯤 얼린 홍시를 준다. 차가운 꿀맛이다.
얼만큼 더 갔을까. 드디어 6CP가 보인다(9일 20시 도착, 제한시간 21시 20분). 몸에서 나는 쉰 냄새가 심하다. 씻어야 하는데 귀찮다. 밥만 먹고 발바닥 물집을 처치하기 위해 바느질을 한 후 7CP 350㎞ 청주 수름재를 향해 길을 나서는데 손전등의 배터리가 방전됐다. 앞이 안 보인다. 마침 앞 주자가 보여 따라 붙었다. 그런데 이젠 발이 많이 부어 신발 끈을 느슨하게 해도 앞 발가락이 아프다. 달리는 거리만큼이나 발의 피로도도 쌓여 조금씩 부어오르기 때문에 그에 맞게 신발 끈을 풀거나 아니면 더 큰 치수의 신발로 바꿔 신어야 한다. 
안영교를 지나니 마트가 나온다. 거기서 배터리를 교체해 손전등은 해결했는데 신발은 없다. 동반 주자가 신발 앞부분을 도려내라고 한다. 
이것은 신의 한수였다. 스피드가 없는 나는 신발 교체하는 시간도 낭비하지 않기 위해 처음 신발을 끝까지 신고 갔는데 그 이후 발가락에 아무 문제가 없었다. 충남 금산군과 대전시에 이르는 유등천을 거쳐 갑천을 지나는데 졸리기 시작한다. 전북 군산에서 왔다는 동반주자와 함께 313㎞ 지점 갑천대교 밑 의자에서 30분만 자다 가자고 누웠는데 땀이 식고 바람이 부니 추워서 잠이 오질 않는다. 그런데 동반주자는 코를 골며 잘도 잔다. 
일어나 다시 뛰려고 하는데 앞뒤에 주자가 안 보인다. ‘또 꼴찌인가?’ 다시 불안해져 10㎞ 이상을 쉬지 않고 달리니 드디어 강변 자전거도로를 탈출하는 현도교가 나온다. 현도교로 진입 전 조직위가 준비한 빵과 미숫가루 물로 아침을 대신한 후 현도교를 건너 충북 청주 수름재를 향해 달린다.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공기가 상쾌하다. 
30여 분 계속 달리니 앞서가는 주자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마음이 놓인다. 이후 여러 주자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달리며 청주 시내를 관통해 7CP인 350㎞ 수름재에 도착한다(10일 오전 11시, 제한시간 11시 30분). 도착하니 심성기 소장이 먼저 도착해 휴식 중이다. 간단한 인사를 뒤로하고 먼저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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