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박희준 
부산시 수영구 현대아파트

 

사람은 생명체라 나이가 들수록 예기치 못한 질병들이 하나둘 고개를 들기 마련이다. 나 역시 70 고개를 넘긴 터라, 올 7월 초에 있었던 경우도 이런 예다.

이날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자 몸이 찌뿌둥해 목욕가방을 챙겨 집을 나섰다. 목욕을 마치고 집으로 오는데 걸음이 붕 뜨는 듯했다. 집 가까이 와서는 머리에서 땀이 비오는 듯 하고 속도 메슥거렸다. 해서 아파트 현관 앞 등나무 쉼터에 앉아 내심 ‘목욕을 하면 몸이 개운한데…. 이상하다. 왜 이렇지?’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 집 위층에 사는 심 교장이 지나가며 “박 사장, 웬 땀을 그리 흘리오?”라 하길래 나는 어눌하게 “지금 목욕하고 오는 길”이라 말했다.
집안으로 들어서니 눈이 침침해지며 어지럽다. 그래서 소파 팔걸이를 베개 삼아 비스듬히 누웠으나 이내 거실 바닥으로 드러누웠다. 때마침 아침식사 시간이라 집사람의 아침 먹자는 말을 어슴푸레 들었으나 이내 잠이 들었다. 이렇게 한 30분여 누웠다 일어났더니 덜하긴 해도 어지럽다.
가장이 꼼짝없이 누워있으니 집사람이 걱정스런 얼굴로 다가와 “아직도 어지럽소?” 묻는다. 나는 맥없이 “어”라고 대답했으나 대답조차 귀찮았다. 나의 이런 모습을 보고 집사람이 “머리에 이상이 있는 게 아닌지 병원에 가보자”며 재촉한다. 
병원에서 의사는 내가 복용하는 약 종류와 몇 가지 문진을 하더니 고혈압 있는 사람이 목욕할 때 일어나는 일시적 증상이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검사를 해야 한단다. 그래서 3시간여 병원 아래위층을 돌며 CT 등 검사를 했다. 검사를 마친 후 담당의사는 거미줄 같은 뇌혈관 사진을 보여주며 “혈관에 융기 같은 게 보이나 이 정도는 걱정을 할 단계가 아니다”고 한다. 그리고 만일 오늘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으로 오라는 말과 함께 병명은 ‘기립성 어지럼증’이란다. 아울러 목욕탕에서 열탕이나 사우나에 오래 있으면 혈압, 혈중산소, 맥박 등의 균형이 깨지면서 일어나는 병이니 특히 노년에 조심하란다.
내가 병원문을 나설 때 클로즈업된 경구는 목욕탕에서 본 ‘고혈압환자 주의’라는 글귀였다. 
옳거니, 그날 나는 열탕과 사우나를 번갈아 들락거렸다. 여기다 나는 10년 넘게 고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으며, 무릎관절도 시큰거려 통증치료를 받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그날은 무릎 통증을 치료한답시고 열탕에 오래 있었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인터넷을 뒤졌더니 어지럼의 원인도, 병명도 가지가지였다. 
이번 어지럼 소동으로 인해 짚어 볼 부분은 대부분 사람들은 고혈압을 나이가 주는 선물쯤으로 여겨 평소 환자라는 사실을 잊고 산다는 점이다. 덧붙여 노인병 대부분은 습관에서 오는 경우가 많으며, 특히 몸에 좋은 음식은 물론이고 목욕도 과하면 독이 돼 병이 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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