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노동자의 현실>>우리도 행복하게 일할 수 있을까 |아파트 노동자에 대한 지원 방안 <49>

Ⅳ 아파트 노동자 노동조건 개선 방향

2. 경비원 고용불안과 교대제 문제 개선
☞ 지난 1146호에 이어
둘째, 감시·단속적 근로 규정의 문제다. 경비원들의 전근대적인 근무방식이 가능한 것은 근로기준법상의 감시·단속적 근로 규정 때문이다. 감시·단속적 근로는 통상근로보다 가벼운 노동이기 때문에 근로시간 상한이 없어도 되고, 휴게시간도 부여하지 않아도 되며(역설적으로 현실에서는 휴게시간이 너무 많이 부여되어서 문제), 휴일을 보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근로기준법상 감시·단속적 근로의 내용이다. 하지만 경비원들은 감시적 근로인 방범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다. 방범 이외 쓰레기 분리수거, 주차관리, 택배 보관 및 인계, 아파트 주변 청소, 출퇴근 시 교통정리, 주민투표 등 관리사무소 행정서비스 전달, 등기우편물·공문서 전달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몇몇 실태조사에 따르면 방범업무에 대한 비중이나 시간할애는 경비원 근무에서 절반이 안 되고, 부가적인 업무가 오히려 절반 이상의 시간과 업무중요도를 차지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상의 감시적 근로 정의에 따르면 ‘감시적 업무를 주업무로 하며 상태적(狀態的)으로 정신적ㆍ육체적 피로가 적은 업무에 종사하는 자’여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경비업법도 문제다. 용역회사를 통해 경비업무를 수행하는 경우 용역회사 사장은 경비업자로서 경비업법의 규율을 받는데 “경비업자는 허가받은 경비업무 외의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해서는 안 된다”거나 공동주택관리법상에서는 입주자와 입주자대표회의는 경비원에 대해 “업무 이외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명령을 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감시·단속적 근로 인가를 받기 위해 경비원의 업무를 ‘방범’으로 기재했을 것이기에 방범업무 이외 업무는 부당한 지시에 해당한다. 일련의 규정들, 곧 근로기준법, 경비업법, 공동주택관리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경비원이 실제로 수행하는 업무와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를 현실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무인시스템 도입 문제다. 인건비에 대한 압박이 커지다 보니 경비원 수를 줄이기 위해 무인시스템을 도입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고, 이를 둘러싼 갈등도 빈발하고 있다. 무인경비시스템 도입은 초기 비용이 크고 장기수선충당금을 사용해야 해서 입주민 과반수 동의가 필요한 사항이다. 입주민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견해가 다른 입주민들 간 갈등이 불거지기도 하고, 집단해고되는 경비원과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기술발전에 따라 기계가 인간의 노동력을 점차 대체해나가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기계가 인간을 내쫓듯이 갈등적·마찰적 과정으로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기보다는 상호 보완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찾아야 하는 것이 인류 공통의 과제기도 하다. CCTV, 자동출입문 등 기계가 일정하게 방범기능을 수행할 수는 있어도 택배물을 전달하거나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거나, 연락이 안 되는 노인의 집을 들여다볼 수는 없다. 기계의 효율성과 함께 인간노동의 보완관계가 얼마든지 가능하고, 실제로 무인경비시스템을 도입하더라도 경비인력을 100%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앞서 검토한 교대제 문제, 감시적근로 규정문제, 무인시스템 문제 등 세 가지 문제를 아울러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는 교대제 개선과 법 제도 개선, 입주민들의 인식 개선이 동시에 필요하다. 예시적 차원에서 해법의 방향을 제안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24시간 격일제가 아닌 주간 2교대제(7시~15시, 15시~23시)로 근무체제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야간에는 최소 인원의 당직을 둬서 CCTV 모니터링과 단지 외곽 순찰, 긴급상황 대처업무를 수행한다. 또한 경비원의 업무를 근로기준법상의 감시적 업무에서 제외해 방범업무 이외에 다양한 입주민 민원을 처리하는 업무를 공식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이를 통해 근로시간, 휴게, 휴일에 대한 근로기준법 규정을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 입주민들 역시 아침 7시~밤 11시 이외의 시간에는 택배물을 찾거나 재활용쓰레기를 배출하거나 민원성 문의를 하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 경비원들은 심야 근무시간이 없어지고 매일 출퇴근을 통해 주간근무 중심의 업무를 수행하게 되며, 야간 당직과 주말 당직을 간헐적으로 수행하게 되면 24시간 격일제 근무 때 받던 임금은 어느 정도 보전이 가능할 것이다. 주간 중심의 근무를 하게 되면 단지 경비실 자리를 지키는 것을 넘어 입주민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다. 심야시간에는 무인시스템과 당직 근무자가 결합해 방범 서비스를 제공하고, 주간에는 방범업무 외 다양한 민원서비스를 경비원이 제공하는 식으로 근무체제를 바꾸면 경비서비스의 질 향상과 근무환경 개선, 고용안정, 인간과 기계의 보완관계 형성 등 여러 문제가 동시에 맞물려서 해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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