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김호열  주택관리사

 

공유지의 비극은 1833년 영국 경제학자 윌리엄 포스터 로이드가 처음 발표했고 생물학자 가렛 하딘이 1968년 사이언스지에 소개해 널리 알려진 이론이다. 
공유지의 비극이란 공용인 공용자산 사용자가 주인의식 없이 함부로 사용해 공용자산이 망가지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이론이다. 
영국에서 실제로 방목장을 공용으로 사용하게 함으로써 농부들이 경쟁을 하듯 소를 마구 방목해 방목장을 황폐화시켰다. 
공유지의 비극 이론은 공용자산을 자기 것처럼 아끼지 못하는 인간의 이기심이 결국 공용 자산을 망가뜨림으로써 모두에게 손해를 끼친다는 것이다. 
공유자원의 특성은 사용자에게 배제성이 없지만 경쟁성을 갖고 있다. 누구나 원하는 사람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지만 누군가 사용하면 다른 사람은 사용을 못 하는 것이다.
관리사무소 종사자 입장에서 볼 때 이 공유지의 비극 이론이 공동주택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들과 부합한다. 
규칙과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 하나는 괜찮겠지’라는 생각에 이를 지키지 않아 관리의 질을 떨어뜨리고 관리비용을 증가시키는 일이 발생한다. 
세상이 다양화되고 복잡해지면서 갈수록 인심은 각박해지고 염치없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규칙과 규정은 불편하고 귀찮다고 지키지 않는 것이다. 
종량제 봉투가 아깝다고 몰래 일반봉투로 쓰레기를 배출하기도 하고, 유리, 철, 종이 등을 분류하지 않고 그냥 던져놓고 가서 경비원들이 이를 일일이 분류하느라 힘들다. 
이렇게 규정을 어기다가 들켜서 경비원이 뭐라고 하면 오히려 화를 낸다. 화를 내는 논리는 하인이 주인을 꾸짖을 수 있느냐는 것인데 적반하장이다. 
본래 관리사무소 직원은 공용관리를 위해 채용됐다. 관리직원은 공용자산을 관리하는 것이기에 가구 전유부분은 관리사무소에서 책임이 없고 관리해줄 의무가 없다. 
그런데 가구에서 과다한 공짜 서비스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관리사무소 직원을 자기 집 집사 정도로 생각하고 요구한다. 직원이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앙심을 품고 보복하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마치 고용주가 근로자를 부리는 것처럼 하려는 심리가 있다. 이런 것이 공유자산을 남용하는 것이다.
무임승차해서 책임지지 않으려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질서는 무너지고 그 대가는 커진다. 이런 것들이 관리의 질을 떨어뜨리고 관리비용을 증가시킨다. 
아파트에서 ‘공유지의 비극’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그러나 공유지의 비극은 줄여야 한다. 그래야 관리의 질은 높아지고 관리비용은 줄어든다.
공유지의 비극을 일으키는 일부 사람들의 몰지각한 행태는 어쩌면 우리 공동주택관리의 제도적 또는 구조적 문제가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각 개인이 자신의 최대 이익만을 추구하게 하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공동주택관리 종사자나 거주자가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이지만 정책적으로도 개선해야 할 사항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함께 공유지의 비극을 줄이자!

 

 

저작권자 © 한국아파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