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두칼럼 23

 

김영두 교수
충남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지난 21일 국회에서 ‘공동주택 하자분쟁해결을 위한 토론회’가 개최됐다. 
토론회의 주제는 ‘하자분쟁 해결 제도의 현재를 묻고, 미래를 말하다’였다. 
이 토론회는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이하 위원회) 출범 1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준비됐다. 
토론회에서는 그동안 위원회의 활동에 대한 보고도 있었다. 설립 첫해에는 하자판정 건수가 0건, 조정건수는 13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2018년 기준으로 하자판정 건수는 1,771건이고, 조정건수는 834건이었다. 놀랄 만한 성장을 이뤘다. 
위원회를 운영하기 위한 재정 투입과 그로 인한 하자의 보수, 분쟁비용 절감, 사회적 갈등의 완화와 같은 사회적 편익을 비교해 본다면 사회적 편익이 압도적으로 커 보인다. 국가가 적은 돈으로 국민들에게 높은 수준의 분쟁해결 서비스를 제공한 것이다. 하자분쟁의 해결을 위해서 법원으로 간다면 하자의 보수를 청구할 수 없고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 법원에서 구체적으로 하자를 보수하기 위한 자재, 시공방법, 보수시기 등을 판결을 통해서 특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만약 손해배상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중에 상당부분은 소송비용으로 지출해야 한다. 하자감정을 위해서는 몇 천 만원의 감정료를 지출해야 하고 손해배상금의 일정비율은 변호사보수로 지급해야 한다. 그리고 부족한 금액으로 하자보수를 위한 업체를 선정해 보수공사를 실시해야 한다. 그런데 분쟁조정절차를 이용한다면 저렴한 비용으로 신속하게 하자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 
공동주택의 입주자가 하자판정이나 분쟁조정을 신청하면 위원회는 직접 현장조사를 실시해 하자 여부도 판단해 주고, 하자를 보수하기 위한 방법이나 소요되는 비용도 미리 조사해 이를 토대로 하자분쟁에 관한 조정절차를 개시한다. 그 과정에서 분쟁에 관한 법적·기술적 지식이 부족한 입주자들의 주장을 잘 정리해주기도 하고 자문도 하게 된다. 특히 하자보수비용이 얼마 되지 않아서 하자소송을 제기하기 어려운 경우에도 위원회를 통해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다. 
토론회에서는 여러 이야기가 오갔으며 논의된 모든 쟁점들이 중요했지만, 그중에서 분쟁조정 대상의 확대와 사무국의 강화의 문제는 꼭 필요하면서도 해결이 쉽지 않은 쟁점이었다. 
먼저 분쟁조정 대상을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이 있었다. 위원회의 근거법률은 공동주택관리법이기 때문에 공동주택의 하자에 대해서만 위원회는 하자판정과 분쟁조정을 할 수 있다. 
물론 집합건물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서 하자심사를 요청할 수 있지만 실제로 이러한 건수는 많지 않다. 따라서 공동주택의 입주자가 아니라면 위원회를 이용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오피스텔 중에는 업무용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주거용으로 이용되면서 공동주택과 동일한 방법에 의해서 관리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오피스텔은 외형적으로 공동주택과 구분하기 어려운데 이러한 오피스텔에 하자가 존재하면 입주자들은 소송을 통해 손해배상을 받을 수밖에 없다. 법적으로 공동주택이 아니기 때문에 위원회를 이용할 수 없다. 
주상복합아파트의 경우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한다. 주상복합아파트에 하자가 존재하는 경우 공동주택의 입주자는 위원회를 이용할 수 있지만, 상가의 입점자들은 소송을 통해서 분쟁을 해결할 수밖에 없다. 한 건물에 존재하는 하자임에도 불구하고 용도에 따라 위원회의 법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지 여부가 달라진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러한 차별적 대우를 정당화할 근거는 없어 보인다.   
다음으로 사무국을 강화할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다. 하자판정과 분쟁조정을 위해서는 먼저 사실에 관한 조사가 필수적이다. 하자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사무국의 직원인 조사관들이 현장으로 출동해야 한다. 
단열에 관한 하자 판단을 위해서는 열화상카메라를, 소음에 관한 하자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소음측정기를 지참하기도 한다. 하자를 일일이 확인하고 사진을 찍고, 입주자와 사업주체나 시공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쟁점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몇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이러한 사실조사를 바탕으로 하자보수의 방법과 비용을 산출하고 조정안이 작성되면 조정위원들은 당사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그 조정안을 바탕으로 합의를 유도한다. 
조정위원들의 역할이 최종적이지만 그 전에 조정안이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가는 조정 성립 가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결국 사무국의 직원의 전문성과 헌신이 조정성립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위원회의 사무국은 한국시설안전공단이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데,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위원회가 비약적 발전을 이뤘다는 것은 그만큼 사무국의 역할이 훌륭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사무국이 위탁 운영되기 때문에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사무국 직원들이 위원회가 아닌 공단의 다른 부서로 발령을 받게 되면 위원회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쌓였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인사이동으로 인해서 위원회에 축적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위원장이 직접 사무국 직원의 인사를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하자분쟁의 해결이라는 목적을 위해서 조직을 효율적으로 구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위원회의 업무가 확대되는 추세에 있음에도 이를 처리하는 사무국 직원들의 수는 턱없이 부족하다. 
분쟁조정대상의 확대와 위원회 사무국의 강화를 통한 위원회의 독립성 확보라는 문제는 위원회 역할의 강화를 위해서 꼭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일이다. 
분쟁조정대상의 확대 문제는 공동주택관리법의 영역을 확대하거나, 위원회의 근거규정을 공동주택관리법으로부터 독립시키는 방법에 의해서 실현해야 하는데 입법을 위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사무국의 강화를 위해서는 위원회의 독립적인 재정 운영과 조직 구성 및 인력 보충이 필요하지만 이는 상당한 예산 지원이 필요한 일이다. 그리고 위원회가 공단의 지원 없이 사무국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재정이 확보된다고 하더라도 독자적으로 우수한 인력을 확보해야 하는데 사람을 키운다는 일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누구나 필요성을 공감하지만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문제가 해결돼 위원회의 법률서비스를 더 많은 국민들이 이용할 수 있길 진심으로 바란다. 
마지막으로 덧붙이자면 논의과정에서 위원회의 역할이 커져왔다는 것을 하자가 더 많아졌다는 의미로 이해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하자가 더 많아진 것이 아니라 이제까지 국민들이 하자에 관해서 호소할 곳이 없었는데, 국가가 국민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들어주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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