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를 비롯해 상당수 지자체들이 매년 우수관리단지 선정사업을 벌이고 있다.
아파트마다 사정이 달라서, 어느 아파트는 허구한 날 입주민 분란이 끊이지 않고 365일 시끄러운가 하면, 어디는 관리사무소장이 1년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바람에 업무가 단절되고 기본 관리조차 되지 않는 곳도 있다. 이런 일의 원인이 특정 개인에게 있든, 단지의 구조적인 파행에 있든지 간에 피해가 모든 입주민에게 귀결된다는 점에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아파트들은 기반시설이 아무리 잘 갖춰져 있어도 우수관리단지에 도전하는 건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서류심사든 현장방문평가든 부실과 불화는 눈에 띌 수밖에 없다.
각 기관들의 우수관리단지에 대한 심사기준은 대동소이하다. 이 분야의 최고상이라 할 수 있는 국토부 기준을 대부분의 지자체가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군구 등 기초지자체에서 선정한 우수단지는 대부분 광역시도에 추천되고, 광역시도의 입상권에 든 단지는 국토부 평가에 추천된다. 기초지자체는 조별예선, 광역지자체는 지역예선, 국토부는 본선이라 부를 만하다.
아무런 사전정보 없이 심사기준을 접하면 평가항목의 다양함에 한 번 놀라고, 기준의 엄격함에 두 번 놀라게 된다. 대부분 아파트들은 이 단계에서 기가 질려 포기하고 만다.
국토부의 선정평가표를 보면 대분류부터 소분류에 이르기까지 ▲일반관리(관리의 투명성 5개 항목 11점, 관리일반 5개 항목 9점) ▲시설안전 및 유지관리(재난·안전관리 7항 10점, 장기수선계획 관련 4항 9점, 보험가입 3항 3점, 기록물유지 3항 5점, 공동주택 관리연수 1항 3점) ▲공동체 활성화(주민자율활동 6항 11점, 주민화합행사 3항 5점, 사회봉사활동 3항 6점, 분쟁해결활동 2항 4점, 상생활동 2항 4점) ▲재활용 및 에너지절약(재활용품 분리수거 및 활용 2항 4점, 음식물쓰레기관리 1항 2점, 수돗물관리 2항 4점, 에너지절약 3항 6점, 입주민참여의식 제고활동 2항 4점) ▲우수사례 1항 5점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총 55개 항목에 105점 만점이다. 이런 채점표를 모르고 응모서류를 제출하면 현장방문평가도 받아보지 못하고 탈락할 수밖에 없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신청서는 바로 폐지로 전락한다.
지면상 모든 항목을 열거하기 어려우나, ‘공동체 활성화’ 분야는 최소 1년 이상 준비하지 않으면 서류를 작성할 수 없을 정도로 세세하게 나뉘어 있다. 어버이날 활동, 명절맞이 행사, 연말연시 불우이웃돕기는 기본이고, 단지 외부로 활동범위를 넓히면 더 큰 가산점을 받는다.
아쉬운 건 단지 내에 독서실이나 취미활동공간 등이 없으면 해당 항목의 점수를 받을 수 없다거나, 회의중계 방송시스템, LED 조명 전면교체 등 큰돈을 들여야만 점수를 딸 수 있는 항목이 들어 있단 점이다. 
다만 경비원 미화원을 위한 휴게시설과 냉난방 관련 점수는 단지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이자,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만하다.
국토부와 마찬가지로 각 기관의 심사평가표들을 보면 서민아파트보다 부유한 아파트가 더 많은 점수를 획득하도록 구성돼 있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특정 시설이 있고 없고에 따라 만점 아니면 0점인 항목이 여럿이다. 큰 틀에서 평가하기보다는 너무 세분화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업들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는 덴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언론엔 온통 분란과 비리가 판치는 아파트만 보도되지만, 이렇게 오순도순 행복하게 살아가는 단지도 있다는 걸 더 많이 보여줘야 한다.
그 어떤 선정사업이든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는 물론 모든 입주민이 합심해서 준비해야만 입상권에 들 수 있다.
토크빌은 “모든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은 그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모든 아파트 입주민은 자기 수준에 맞는 단지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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