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녹음 지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소장, 징역 1년에 집행유예 1년・자격정지 6월 마근화 기자l승인2019.11.20 14:25:32l11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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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지시 따랐다’는 소장 판결 불복 항소

 

서울서부지법

분양과 임대 혼합단지인 서울 마포구 모 아파트 전 관리사무소장 A씨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돼 법원으로부터 유죄 판결을 받았다. 임차인 회의 내용을 녹음하도록 관리직원들에게 지시했다는 이유에서인데 소장은 분양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11부(재판장 조병구 부장판사)는 최근 A소장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죄를 적용,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과 함께 자격정지 6월을 선고했다. 이 같은 판결에 A소장은 항소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결문에 의하면 A소장은 지난 2017년 3월 말경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관리직원들에게 아파트 내 문고에서 개최되는 임차인 회의장에 미리 녹음기를 설치하고 녹음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관리직원들은 문고 천장 틈새에 녹음기를 설치해 임차인 6~7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이뤄지는 대화를 녹음한 것을 비롯해 그때부터 같은 해 4월경까지 진행된 총 5회에 걸친 임차인 회의를 녹음한 것으로 드러났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및 제16조 제1항 제1호에 의하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에 대해서는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A소장은 “분양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의 지시에 따른 것일 뿐 자신이 관리직원들에게 녹음을 지시하거나 공모한 사실은 없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소장은 B씨 등 관리직원들에게 임차인 회의 내용을 녹음하도록 지시함으로써 범행에 본질적으로 기여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결국 A소장은 관리직원들과 공모해 공개되지 않은 임차인 회의 내용을 녹음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며 A소장의 항변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한 근거로 관리직원 B씨가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A소장의 지시를 받고 임차인 회의 내용을 녹음하기 위해 녹음기를 설치했다고 일관되고 구체적으로 진술한 점과 녹음파일을 A소장과 관리과장에게 전송했다고 진술한 점을 들었다. 
이와 함께 “B씨가 위증처벌의 위험을 부담하면서까지 허위로 진술할 동기나 이유를 찾아볼 수 없다”며 “A소장이 B씨에게 임차인 회의 내용을 녹음하라고 지시하거나 녹음 과정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B씨가 A소장에게 녹음파일을 전송할 합리적인 이유도 없다”고 봤다. 
경리직원 C씨의 경우 법정에서 ‘A소장이 임차인 회의 내용을 녹음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으나 소장과 직원들 사이의 지시 관계, 평소 A소장의 업무 수행 방식을 고려할 때 불법 녹음도 A소장이 지시했을 것으로 추측한다’, ‘회장이 관리사무소에 한 달에 약 6회 정도 방문했던 것으로 기억하고, 관리직원들과 대화를 하지 않았으며, 소장실에서 A소장과 대화를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판부는 “C씨를 비롯해 관리직원들은 공통적으로 회장이 관리직원들에게 직접적으로 업무 지시를 내린 적은 없다고 진술하고 있다”면서 “회장과 A소장 사이의 공모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회장이 A소장을 배제하고 직접 직원들에게 녹음 지시를 했다고 보긴 어렵고, A소장이 관리직원들에게 임차인 회의 내용을 녹음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한편 임차인 D씨의 법정진술에 따르면 불법녹음을 제보한 것은 바로 A소장. 회장이 갑자기 A소장을 해고하자 이를 억울해하던 A소장이 고충을 얘기하면서 임차인 회의 내용이 불법 녹음됐고, 회장이 관리사무소를 방문해 직원들에게 녹음을 지시했다는 취지로 제보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A소장은 자신이 불법녹음을 지시하고 그 과정에 개입했더라면 임차인에게 불법녹음 사실을 고지할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고 주장하나 제반 사정을 볼 때 A소장은 회장에 대한 반감을 갖고, 선제적으로 공익 제보 형식을 취해 임차인 측에 불법 녹음 사실을 알리고, 그 과정에서 자신은 책임을 면할 수 있으리라고 봤을 여지도 없지 않다”며 A소장이 임차인 D씨에게 불법 녹음을 제보하게 된 경위 및 시기, 동기 등에 석연치 않은 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A소장은 불법 녹음이 오로지 회장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하나, 불법 녹음 제보 경위 및 시기, 관리직원들의 진술내용, A소장의 지위 및 경력 등에 비춰 볼 때, A소장이 불법 녹음에 직접적으로 가담했음은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이때 A소장의 주장처럼 불법 녹음에 회장의 지시나 공모가 있었더라도 실행 단계에서 주도적으로 관리직원들에게 구체적 녹음을 지시한 것으로 보이는 A소장의 책임이 없어지는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즉 회장의 진술내용, 회장과 A소장의 관계 등에 비춰 볼 때 A소장의 주장처럼 회장의 법정 진술에 신빙성이 의심되는 정황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회장 증언의 허위 여부, 회장이 불법 녹음에 개입했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 같은 사정만으로 A소장의 이 사건 범행 가담이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임차인 회의내용이 회장의 비리에 관련된 것이어서 자신은 회의를 녹음할 어떤 동기나 이유도 없었다’는 A소장의 주장에 대해서도 “임차인 회의 내용이 회장의 비리에만 집중됐다고 보이지도 않고, 설령 회장의 비리가 중요 의제로 다뤄졌더라도 이 같은 문제에 있어서 A소장도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A소장에게 불법 녹음의 동기가 없다거나 제보자라는 이유로 범행에 가담했을 리 없다는 취지의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근화 기자  yellow@hap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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